[의료칼럼] 의대 정원 확대 문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2024-10-20

정부가 2025학년도 의과대학 정원을 2000명 증원키로 한 것에 반발해서 의과대학생과 전공의가 의과대학과 병원을 떠난 지 벌써 8개월을 넘어가고 있다. 이대로라면 내년에도 의과대학생과 전공의가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으며,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의료는 되돌리기 힘든 심각한 후유증을 겪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피해는 의료계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도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다. 이번 의대 정원 확대 문제의 시발점은 누가 뭐래도 의대 정원 확대의 당사자인 의료계를 배제하고 독단적인 결정을 한 정부에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통령실이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024년 6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료계 비상 상황 관련 청문회에서 야당 국회의원의 “의사결정을 한 사람이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본인이 결정한 사안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의대 정원 2000명 확대를 정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회의록이 없다고 했다가 있다고 하는 행동을 보였다. 과연 보건복지부가 의대정원 확대를 결정할 권한이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들게 하였다. 그리고 상식적으로 현재 의대 정원인 3000명에서 66% 정도인 2000명 이라는 엄청난 숫자의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에 대해 보건복지부 장관이 혼자 전적으로 결정했을 리가 없고, 그동안의 경과를 보면 2000명 의대 정원 확대는 보건복지부가 아닌 청와대에서 결정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 우리나라는 조선왕조시대가 아닌 자유민주주의국가이다. 왕조시대처럼, 제왕이 모든 권력을 쥐고, 휘두르는 그런 시대는 이미 오래전에 끝이 났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번 의대 정원 확대 사태를 보면 아직도 우리나라의 정치 지도자들은 자기들이 옛날의 왕들처럼 모든 것을 결정하고, 국민들은 무조건 그 것을 따라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사정이 이러하니 최순실, 명태균 같은 인물들이 대통령 주변을 끊임없이 맴도는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를 둘러싼 정치, 경제, 외교 환경이 급변하는 지금과 같은 시대에 정치 지도자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인가? 당연히 될 수도 없고, 그렇게 한다면 그 결과는 이번 의대 정원 확대 사태에서 보듯이 크나큰 문제를 유발하기만 할 뿐이다.

이제는 가장 위에서 내려오는 의사결정 구조가 아닌 밑에서부터, 현장에서부터 현재의 문제점에 대한 의견들이 모여 토론을 거쳐 위로 문제점에 대한 해결 방향이 올라가는 사회적 구조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 결정을 하는 결정권자는 현장에서 올라온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현장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한 결정을 해야 구성원들이 그 결정에 대해 신뢰하고 따를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경우, 의대 정원을 결정하는 의사 수급 분과회는 철저히 의료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되었으며, 6년 1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두고 40여 차례 회의를 거쳐 의대 정원을 결정하였고, 회의의 모든 과정을 공개하여 투명하게 운영되었다고 한다. 이번 의대 정원 확대 문제도 정부가 일본처럼 의대 정원 확대의 당사자인 의료계를 진정한 대화 상대로 인정하고, 장기간에 걸친 협의 끝에 결과를 도출 하였더라면 현재와 같은 파국은 없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앞으로 우리나라 국가지도자들이 이번 의대 정원 확대 문제를 반면교사 삼아 앞으로 닥칠 수많은 사회 문제에 대해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결론을 미리 내어 대응하지 말고,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반영하여 절차적 투명성에 따라 일을 처리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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