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조 투자도 예외 없다… 현대차·기아·한국GM, 25% 관세 '직격탄'

2025-03-27

트럼프 대통령, 모든 수입자동차 관세 25% 부과 발표

FTA 없어진 글로벌 관세 전쟁… 韓 기업 타격 '직격탄'

현대차·기아·한국GM, 내달 3일부터 수출시 관세 내야

韓 경제 타격 불가피… 자동차 부품업계 도산 우려도

현대차·기아, 한국GM 등 미국으로 자동차를 수출하는 국내 자동차 업계가 결국 25%의 고관세 장벽의 앞에 섰다. 미국으로 수출하는 모든 자동차에 관세를 물게되는데, 현지 생산 공장이 있다 하더라도 수요가 넘쳐나는 만큼 피해를 막기는 어려울 예정이다. 여기에 내달 3일 예정된 상호 관세율이 발표되면 25%에 더해 추가로 관세를 부담해야해 수익 악화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대차·기아의 경우 미국 공장에서 수익성 높은 하이브리드차, SUV 중심으로 생산 모델을 최대한 전환하고, 공급망 재편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한국GM의 경우 현재 수출하는 모델들이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생산되고 있는 데다, 보급형 모델로만 이뤄져있는 만큼 치명적인 피해가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미국에 수입되는 외국산 자동차에 대해 오는 4월 3일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대상은 모든 외국산 자동차로, 미국에 주로 수출하는 한국, 일본, 유럽, 멕시코, 캐나다산 자동차가 주력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할 일은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은 모든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자국에서 사업을 해 일자리와 부를 지난 몇 년 동안 빼앗아 온 국가들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다. 친구가 적보다 훨씬 더 나빴던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이것(이번 관세 부과)은 매우 얌전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오늘 행정명령에 사인하고 4월 2일부터 발효된다. 4월 3일부터 관세를 걷기 시작할 것"이라며 "(관세를 부과하기 위해) 매우 강력한 단속을 실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세 리스크 현실화… 현대차·기아·한국GM 피해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의 우려도 현실화됐다. 이번에 발표한 25%의 자동차 관세를 물게되는 업체는 현재 미국으로 완성차를 수출하고 있는 현대차, 기아, 한국GM이다. 그간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통해 관세 없이 자동차를 수출해온 업체들이 한 번에 직격탄을 맞게된 셈이다.

규모로 보면 현대차, 기아의 손실액이 가장 클 수밖에 없다. 현대차·기아의 작년 대미 수출량은 101만5005대에 달한다. 현대차가 63만7638대, 기아가 37만7367대를 수출했다. 대당 가격을 4000만원으로 어림잡아 계산하더라도 관세를 부과하면 관세로만 10조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해야한다. 연간 손해액이 기본 연 10조 이상 발생한다는 의미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연간 30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완공했고, 향후 해당 공장의 생산능력을 20만대 추가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이지만, 모든 설비 공사가 끝나고 공장을 풀가동한다 하더라도 관세에서 자유롭기는 어렵다.

현대차·기아의 작년 미국 내 판매량은 170만대에 달하는데, 미국 내 생산량을 목표치까지 끌어올려도 총 생산능력은 120만대 수준이다. 게다가 HMGMA의 지난달 기준 출고량은 4073대에 불과해 해당 공장의 생산량을 풀가동해 관세 부담을 막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기아는 관세부담을 최소화하고 수익성 하락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지 생산 차종을 조정하고, 공급망 재편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서 인기가 높고 수익성이 좋은 하이브리드차, SUV 등 고가 차종을 현지에서 주력 생산하고, 관세가 붙더라도 비인기 차종과 저가 차종을 수입하는 방안이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 철강부터 부품, 완성차까지 모든 영역에 걸쳐 공급망을 갖추겠다고 발표한 만큼 미국 내 경영 환경을 우호적으로 돌리기 위한 최소한의 여지는 남아있다. 현대차그룹은 전날 백악관에서 향후 4년 동안 210억 달러(약 31조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발표했으며, 이는 1986년 미국에 진출한 이래 가장 큰 규모의 투자이자 현대차 시가총액 절반에 달하는 규모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6일(현지시간) HMGMA 준공식에서 "관세 발표 이후에 계속 협상을 개별 기업으로도 해나가고, 또 정부에서 주도적으로 해나가야 되기 때문에 그때부터가 시작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4월 2일 이후가 굉장히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손실액 자체는 수출량이 많은 현대차·기아가 높지만, 심각성은 한국GM쪽이 더 크다. 한국GM의 경우 내수 판매량이 극히 낮고, 수익 대부분을 미국 수출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GM의 작년 미국 수출량은 약 41만대로 대미 수출 비중이 무려 85%에 달한다. 수익 악화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닌, 존폐의 기로에 서게된 셈이다.

한국GM이 미국으로 수출하는 모델들이 전 세계 GM 공장 중 한국에서만 유일하게 생산되고 있는 데다, 보급형 모델이라는 점은 우려를 키우는 요소다. 현재 미국으로 수출하는 모델은 쉐보레 트랙스 오버, 쉐보레 트레일 블레이저 2종과 두 모델의 파생 모델 2종을 합해 총 4종으로, 많이 팔아야 남는 저가 차종으로만 이뤄져있다. 대당 가격을 3000만원으로 계산하면, 관세만 무려 3조1500억을 부담해야한다.

신차 없이 수출로만 버텨온 만큼 내수 시장에서 수익을 보전할 수 있는 방법도 전무하다. 올해 완성차 5사 기준 한국GM의 내수 점유율은 1.3%에 불과하며, 월 판매량은 1500대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기아의 경우 내수 판매량이 높고 한국이 본진이지만, 외투기업인 한국GM의 입장으로선 당장 실낱같은 희망도 없어진 상황"이라며 "한국 판매를 딜러사 체제로 남기고 철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눈앞으로 다가온 것이고, 국내 경제에도 치명타를 입힐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미 수출 1위 품목이었던 자동차에 관세 리스크가 덮치면서 한국의 수출량 역시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지난해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347억4400만달러로 전체 자동차 수출액(707억8900만달러)의 49.1%를 차지했다.

자동차 수출량 감소가 불가피한 가운데 미국 수출 물량에 의존하던 국내 중소 부품업계의 생존 문제도 떠오를 예정이다. 완성차 업체의 부담도 상당하지만, 수출 물량 덕에 꾸준히 부품을 공급하던 부품업체들의 경우 당장 생사의 기로에 설 수 밖에 없어서다. 업계에선 앞으로 2년 내 중소 부품업체 20%가 도산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더 큰 문제는 트럼프발 관세 리스크가 25%에서 마무리된 것이 아니란 점이다. 이날 발표된 25%의 관세는 조립이 완료된 '완성차'에 한정된 것으로, 오는 4월 3일엔 미국으로 수출하는 전 품목을 대상으로 하는 '상호관세'가 추가로 발표된다. 예를 들어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가 10%로 매겨진다면, 자동차의 경우 35%의 관세가 부담되는 식이다.

상호관세는 각국이 미국에 적용하는 관세율만큼 상대국에도 똑같이 관세를 부과하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개념이다. '관세'만 생각했을 때 한국은 FTA를 통해 상호간 0%의 관세를 매겨온 만큼 문제가 되지 않지만, 미국 업체들이 한국에서 손해를 보는 구조적 문제, 환율 등 '비관세 장벽'을 모두 고려한다고 밝힌 만큼 한국도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한국만 영향을 피해갈 수 있는 일이 아니다보니 국내 업체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관세를 내면서 자동차를 팔아야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라며 "개별기업이 협상할 수 있는 단계는 끝났다. 정부의 신속한 대응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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