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하준의 직설] 국민에겐 인색하고 외국에는 퍼주는 尹

2024-06-29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지난 27일 가나 전 대통령이자 제1야당 대선 후보인 존 드라마니 마하마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경식 주가나 대한민국 대사를 만난 소감을 전하며 한국이 가나의 빚을 탕감해줘서 고맙다고 밝힌 바 있었다. 그는 "박 대사를 만나 영광이었고, 가나의 부채를 탕감해 준 데 대해 깊은 감사를 표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의 가나 부채 탕감은) 어려운 경제 시기에 우리의 부채 구조 조정 노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가나 언론은 "Mahama thanks South Korea for forgiving Ghana's debt"(마하마, 가나의 빚을 탕감해 준 한국에 감사)라는 제목으로 관련 소식을 보도했다.

이에 대한 네티즌들의 여론은 최악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관련 글을 올린 네티즌은 "고맙겠지. 돈 안 갚아도 된다는데... 저 탕감해준 빚은 고스란히 우리가 세금으로 다시 채워야하고"라며 "아프리카에 돈 꿔주면 다 저렇게 되는 거임. 아프리카 국가신용등급이 죄다 정크이하라. '돈 없다. 배째라. 이자만 갚겠다. 나중엔 못 갚겠다. 탕감해주라.' 이리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아프리카 정상들을 만나서 몇 조씩 막 꿔주고 있다"라며 "작년에 가나 대통령을 만나 뭘 쑥덕거렸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필자는 이 소식을 듣고 참 경악을 금치 못했다. ‘건전 재정’이란 미명 하에 복지 예산도 삭감하고 미래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R&D 예산도 마구 삭감했던 것이 윤석열 정부였다.

심지어 윤 대통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전국민 민생회복지원금 25만 원 지급에 대해 "무분별한 현금 지원과 포퓰리즘은 나라의 미래를 망치는 것이다"며 "경제적 포퓰리즘은 정치적 집단주의와 전체주의와 상통하는 것이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우리 미래에 비춰보면 마약과 같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국민들을 상대로 베푸는 것에는 스크루지마냥 인색했던 윤석열 대통령은 이상하게 외국을 상대로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된다. 왜 그런 것인지 한 번 묻고 싶은 심정이다. 국민들에게 현금 지원하는 것은 ‘포퓰리즘’ 운운하면서 손을 달달 떠는 윤 대통령은 어째서 외국을 상대로는 통 큰 사람이 되는 것인가?

오마이뉴스 임병도 기자의 기사를 보면 윤 대통령은 작년 뉴욕을 방문했을 때 아쿠포아도 가나 대통령 부부와 정상 오찬을 했고 올해 서울에서 열린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도 가나 대통령과 별도로 정상회담을 했다. 그런데 거기서 윤 대통령은 이런 말을 남겼다.

그는 "아프리카와의 협력을 더욱 촉진하기 위해 2030년까지 100억 달러 수준으로 공적개발원조(ODA) 규모를 확대해 나가고자 한다"라면서 "아프리카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무역과 투자를 증진하기 위해 약 140억달러 규모의 수출금융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내전이나 쿠데타 등 정치 상황이 불안한 아프리카에 너무 많은 공적 자금을 투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했다. 한편, 2000년대 초반부터 아프리카에 다양한 방법으로 자금을 빌려준 중국은 아프리카 국가 부도의 원흉으로 꼽히면서 비난을 받자 일부 대출금을 탕감해주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아프리카를 '부채의 덫'에 빠지게 했다는 비판에선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외교부측은 "가나 전 대통령이 올린 워딩은 'restructuring debt(상환유예)'라는 뜻으로, 이것을 '빚을 탕감하다'로 번역하는 것은 오류가 있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가나 측은 2022년 IMF 구제금융 신청 이후 우리를 포함한 대외채권단과 채무 재조정(restructuring) 협의를 진행해왔고, 이에 우리를 포함한 공식채권자협의회(OCC)와 6.11 대외채무 재조정에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정부 기관과 부처들이 워낙 신뢰를 잃었기에 별로 와닿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왜 자신이 빠른 시간에 민심을 잃었는지를 곰곰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예부터 속담에도 “인심은 쌀독에서 나온다”고 했다. 또한 KBS 대하드라마 〈정도전〉에서도 유난히 ‘고구려의 영광’을 들먹이며 현란한 말재주로 사람을 현혹시키는 능력이 있던 이인임에게 정도전이 “고구려? 백성들이 원하는 것은 고구려의 영광이 아니라 오늘 저녁먹을 밥 한끼입니다!”라고 일갈한 명장면이 있다.

그만큼 백성들에겐 자신들을 배불리 먹이고 등 따습게 잘 수 있게 하는 임금이 성군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과연 지금 국민들을 배불리 먹이고 등 따습게 잘 수 있도록 했는지는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데 과연 그 물가를 잡기 위해 무슨 노력을 했는가?

또한 그렇게 건전 재정 타령을 했지만 정작 나라살림 적자 규모는 역대 최대였음이 드러났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또 다시 문재인 정부 탓을 할지 모르겠지만 문재인 정부 임기 끝난지가 이미 2년이 지났다. 즉, ‘문재인 정부 탓’을 할 시기도 이미 한참 지났다는 뜻이다.

이렇게 나라살림도 팍팍하고 민생은 더더욱 팍팍한데 아프리카 국가의 채무는 쿨하게 탕감해주고 있으니 국민들이 반발하지 않으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할 것이다. 국민들에게 베푸는 것은 ‘포퓰리즘’이고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베푸는 것은 ‘포퓰리즘’이 아닌 것인가? 윤석열 대통령의 이런 모순적인 태도를 과연 누가 납득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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