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봇이 앞당길 ‘노동의 종말’

2025-08-31

지난 3월 26일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 메타플랜트 공장 준공식.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축사를 하는 뒤편엔 수백 명의 근로자가 앉아 경청하고 있었다. 한국 공장과 확연히 다른 풍경은 상당수가 젊은 여성이라는 것이었다. 푸른색 티셔츠에 흰색 모자를 눌러 쓴 여성 근로자들은 생산직 노동자라기보다 엔지니어 분위기를 풍겼다.

지난달 25일 현대차 노조는 압도적인 찬성률로 파업안을 통과시켰다. 주로 남성들로 이뤄진 노조 집행부는 ‘단결 투쟁’이란 붉은 머리띠를 두르고 임금 인상과 정년 연장을 외쳤다.

현대차 생산직 여성 비율 2% 불과

자동화율·생산성 미국보다 낮아

기득권 노조, 제조업 몰락 부추겨

30% 대 2%. 현대차 메타플랜트 공장 대 울산 공장의 여성 근로자 비율이다. 울산공장의 극단적인 성비 격차는 기네스북감이다. 현대차 생산직의 여성 비율은 남자에게만 병역의무가 주어지는 한국군의 여성 비율(4%)보다 낮다. 가장 최근 이뤄진 생산직 채용 200명 중 여성은 6명에 불과했다. 그나마 사내하청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케이스다. 현대차 울산공장은 20·30대 청년 비중도 작다. 근로자 평균연령이 거의 50세에 달한다.

고임금 경력 근로자는 생산성이라도 높아야 한다. 하지만 현대차 국내 공장의 생산성은 형편없는 수준이다. 현대차 현장 직원 390명은 최근 무더기 징계를 받았다. 연장근무를 했다고 허위 기록한 뒤 실제로는 일찍 퇴근하거나 1명이 2명의 일을 몰아서 하는 이른바 ‘두발뛰기’를 했다는 사유다. 현대차 노조는 현장의 도덕적 해이에 대해 사과문을 내기는커녕 정년을 만 60세에서 64세로 늘리는 임단협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제조업 기반이 붕괴한 미국은 사람 대신 AI와 로봇이 주도하는 ‘제조업 르네상스’를 노리고 있다. 현대차 메타플랜트 공장은 차체 공정의 100%, 조립 공정의 40%가 자동화돼 있다. 모든 부품·차체·섀시는 자동 물류로봇이 운반하고, 사족보행 로봇이 5만 장의 이미지를 분석해 품질을 검사한다.

현대차 울산공장과 메타플랜트공장의 생산성을 비교해 보면 울산공장의 미래는 암담하다.

울산공장은 약 3만2000명의 근로자가 연 152만 대를 생산한다. 연 30만 대 생산을 계획하고 있는 메타플랜트 공장의 생산직은 860명이다. 근로자 1인당 연간 생산대수는 신생 메타플랜트공장이 세계최대 단일공장인 울산공장을 뛰어넘었고, 이 격차는 갈수록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는 10월부터 메타플랜트 공장에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투입한다. 로봇은 인간이 쉬는 밤에도, 휴일에도 일을 한다. 설비를 늘리지 않고도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 공장 무인화가 완성되면 현대·기아차의 미국 내 생산능력은 현재 120만 대에서 192만 대까지 늘어나 현지 판매물량을 소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미국에서 생산하는 차는 15%의 관세를 물지 않아도 되니 현대·기아차 입장에선 미국 내 생산을 늘릴 수밖에 없다. 그만큼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물량은 줄어들게 된다. 수출이 안 되면 국내 사업장은 구조조정을 하거나 폐쇄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다.

구조조정의 직격탄은 위기 때마다 그러했듯 비정규직·사내하청·계약직·여성 등 약자들이 먼저 맞게 된다.

노동자의 계급 피라미드 정상에 있는 정규 생산직은 가장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는지 모른다. 하지만 AI·로봇이 주도하는 혁신의 쓰나미에 60대 정규직 노조원도 결국 종말을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퓰리처상을 받은 워싱턴포스트 기자 에이미 골드스타인은 2008년 금융위기로 GM 공장이 문을 닫은 위스콘신주 제인스빌이란 소도시에 수년간 머물며 『제인스빌 이야기』라는 책을 썼다. 그는 이 책에서 GM 공장 폐쇄로 해고된 노동자들의 삶을 이렇게 묘사했다. “기계들이 뜯겨나갔다. 조립라인이 뜯겨나갔다. 노동자들도 뜯겨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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