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하리라 예상되던 빅테크의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가 다시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국내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관련 기업의 주가가 들썩이고 있다. 특히 삼성전기(009150)는 AI 서버와 자동차 전장에 특화된 고성능 MLCC 생산기술에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받으면서 주가가 한 달 새 20% 가까이 올랐다.
7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지난해 12월 2일부터 이날까지 주가가 18.28% 급등했다. 삼성전기뿐만 아니라 삼화콘덴서(001820)·아바텍(149950)·아모텍(052710) 등도 같은 기간 각각 12.93%, 9.91%, 35.82% 뛰었다.
MLCC는 전기를 마치 댐처럼 보관했다가 일정량씩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정보기술(IT) 산업 전반에서 사용돼 반도체와 함께 흔히 ‘산업의 쌀’로 통한다. MLCC 관련 종목들은 지난해 2월 주식시장에서 AI 열풍이 개화하면서 급등했지만 하반기에 들어서는 스마트폰과 PC의 수요 부진으로 반도체 종목과 함께 부침을 겪어왔다.
이들 MLCC 관련주의 반등은 빅테크 기업들이 AI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한층 더 늘린 덕분이다. 실제 마이크로소프트(MS)는 3일 AI 소프트웨어와 클라우드 사업 강화를 위해 데이터센터에 올해만 800억 달러(약 117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특히 삼성전기의 MLCC 기판이 최근 스마트폰을 넘어 다양한 고성능 장비에 사용되면서 시장점유율과 매출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의영 iM증권 연구원은 “MLCC 시장은 AI·자율주행·로봇 등에 활용되는 하이엔드 MLCC와 그 외 시장으로 양극화하고 있다”면서 “특히 고성능 MLCC 시장은 아직까지 중국 업체와의 기술 격차가 크다”고 분석했다. 김소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AI 서버용 MLCC와 서버 중앙처리장치(CPU) 기판들을 연결하는 데 쓰이는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수요는 여전히 견조하다”며 “특히 삼성전기의 AI 서버용 MLCC 시장점유율은 약 38%로 일본 무라타와 사실상 과점적 지위에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