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차세대 우주로켓은 재사용이 기본 돼야

2025-02-09

미국 스페이스X 팰컨9 로켓의 바지선 착륙이 일상화하면서 초기의 감흥이 줄어드는 듯하던 차에 초대형 스타십 로켓 1단이 발사대의 젓가락 지지대에 사뿐히 내리면서 다시금 재사용 기술의 발전에 대한 경탄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영향으로 최근 개발되고 있는 로켓들은 대부분 재사용 기능이 기본이다.

지난달 22일 대한민국 우주항공청이 올해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7대 핵심과제’ 안에 민간주도 우주수송으로의 대전환 추진을 위해 ‘재사용 발사체 확보를 본격 추진한다’고 명시했다.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지만, 이미 개발을 시작한 차세대발사체를 재사용으로 바꾸려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나로호와 누리호의 개발 성공으로 국산 로켓에 대한 국민의 염원은 어느 정도 채워졌기에 다음 로켓은 차세대라는 이름에 걸맞게 가격 경쟁력 있는 재사용성 확보가 순리로 보인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국가가 2조원이 넘는 개발비를 지원하는 것 아니겠는가.

세계는 지금 재사용 로켓 경쟁

스페이스X 팰컨9·스타십 맹위

중국 외 대부분은 경쟁력 의심

도전적 목표로 재사용 나서야

전 세계 발사 질량 90%가 스페이스X

우선 전 세계 상업발사 업계 현황을 살펴보면서 우리의 로켓개발 전략을 구상해 보자. 상업발사 시장에서는, 비유하자면,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본다. 스페이스X가 재사용 로켓 기술을 기반으로 저만치 앞서 나가고 있는 ‘원톱’이다. 나머지 7개 국가기관 혹은 발사체 회사들이 일곱 난쟁이다. 이들을 분석해본다.

지난해 스페이스X의 발사 실적은 압권이다. 네 번의 스타십 발사를 제외하고도 팰컨 로켓을 무려 134회나 발사했다. 2, 3일에 한 번씩 발사한 셈이다. 전 세계 총 발사 횟수의 반 이상을 차지했고, 총 발사 질량은 2000t에 달했다. 질량 기준 90% 가까이가 스페이스X 몫이었다.

다른 경쟁자들의 지난해 현황도 보자. 기존 발사체 강자였던 ULA(보잉과 록히드마틴의 합작사)는 상업 발사 3회(델타4 1회, 아틀라스5 2회)와 벌컨 로켓 시험발사 2회로 총 5회이다. 델타4 로켓은 너무 비싼 엔진 가격으로 이젠 은퇴했고, 러시아 로켓엔진(RD-180)을 사용하는 아틀라스5도 현재 확보한 엔진이 소진되면 은퇴할 수밖에 없다. 후계 로켓인 벌컨은 2차 시험발사에서 문제가 생겨 조율 중인데 성공하더라도 재사용이 아니라 가격 경쟁력이 의심스럽다.

뉴스페이스(New Space) 발사체 선두주자 로켓랩은 지난해 14회나 발사한 신데렐라이지만, 주력 로켓인 일렉트론이 300㎏ 정도 위성을 저궤도에 올리는 수준이라 사실은 적자에 허덕이는 힘든 상태에 있다. 스페이스X 독주 견제 심리 때문인지 미국 증권시장에서는 잘 나가 지탱하고 있지만 미래가 불확실하다. 유럽은 아리안6를 예정보다 4년 늦은 지난해 시험 발사했지만 문제가 생겨 조치 중이다. 애초 아리안6에 탑재하려 했던 갈릴레오 항법위성 등 더 이상 묵혀 둘 수 없는 위성들은 거금을 주고 스페이스X에서 발사했다. 올해부터 아리안 6의 발사가 정상화돼도 재사용이 불가능해 경쟁력이 의문시된다.

일본도 신규 로켓 H3 개발 지연으로, 2022~2023년, 2년간 총 4회 발사에 2회 실패를 겪다가 지난해 3회 발사에 성공했다. 유럽과 달리 아직 운용 중인 H-2 로켓의 2회 발사를 더하면 총 5회 발사실적이다. 새로 개발한 H3 로켓이, 아리안-6과 마찬가지로, 낮은 출력의 액체수소 엔진 때문에 고체 부스터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어 원천적으로 재사용 불가하다.

우주로켓 명가, 러시아도 갈 길 멀어

러시아는 소유즈 15회, 앙가라 2회, 총 17회 발사에 그쳤다. 소유즈 로켓은 1957년 스프트니크 위성을 발사했던 R7을 수정 개량한 것으로 기본 골격은 60여년 된 초창기 로켓이다. 우주인을 우주정거장에 보낼 정도로 안전성은 있지만 조만간 은퇴해야 할 운명이다. 앙가라 신형로켓의 발사가 원활해져도 재사용성이 없어, 앞으로의 상업발사 경쟁력은 의심스럽다. 발사체 기술의 명가, 러시아가 다시 예전 명성을 되찾으려면 갈 길이 상당히 멀어 보인다. 인도 로켓은 저비용이지만 독성을 내뿜는 상온 액체 엔진과 고체 엔진을 어지럽게 섞어 사용하고 있어 재사용성이 없으며 실패가 잦다. 게다가 팰컨9의 가격에 밀려 자국의 발사 수요 이외의 상업발사 시장에서는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역시 중국만이 그런대로 스페이스X에 따라붙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견제로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상업 발사는 거의 없고 자국의 발사 수요만 열심히 담당 중이다. 국영발사체회사 CASC가, 스페이스X를 의식했는지, 100회 발사를 공언했지만 2024년 48회 발사에 그쳤다. 재사용 로켓을 개발 중인 민간기업이 많지만, 미국의 영향력이 문제이다. 아마존 회장 제프 베이조스가 이끄는 블루오리진의 뉴글렌 로켓은 재사용을 할 수 있지만, 이제 시험 발사 1회로 미래의 경쟁자이지만 아직 난쟁이 후보도 아니다.

우주경제의 기본은 저렴한 발사체이지만, 사실 시장에서 돈을 버는 것은 각종 인공위성이다. 최근 회사 가치가 3500억 달러라는 스페이스X조차도 90%의 가치는 스타링크 위성사업에서 나온다는 평가가 있다. 우리도 우주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하는 우주항공청이 생겼다. 이제는 로켓 개발의 초점을 개발 성공에만 두지 말고,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실패를 통해 발전하면서 가격 경쟁력 있는 발사체를 개발해 우주경제에 보탬이 되게 해야 한다. 위성 산업체의 경쟁력은 낮은 발사비용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스페이스X를 제외한 나머지는 재사용 기술이라는 면에서 우리와 크게 다를 바 없이 같은 출발선에 서 있다.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적인 목표로 차세대 발사체 개발에 나서자.

김승조 서울대 명예교수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