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소닉, TV 사업 철수 검토…中 추격·뒤처진 기술에 경쟁력↓한국 공략 나선 중국 업체들…삼성·LG "AI·콘텐츠로 승부"
(서울=연합뉴스) 강태우 기자 = 일본 파나소닉이 중국 가전 업체들에 밀려 TV 사업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업체들이 국내 업체의 TV 전략을 벤치마킹하며 빠르게 추격하고 있지만 삼성전자, LG전자는 인공지능(AI) 기능과 콘텐츠를 무기로 중국을 따돌린다는 전략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파나소닉의 TV 사업 철수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 기업들 역시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 TCL과 하이센스는 일본 시장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를 턱밑까지 추격하는 중이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1∼3분기 누적) 전 세계 TV 시장(매출 기준)에서 TCL과 하이센스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12.26%, 9.75%로 3, 4위를 기록했다.
상위 10위권에 든 일본 기업은 소니(6위)가 유일하다.
삼성전자, LG전자의 경우 28.71%, 16.54%의 점유율로 여전히 시장 1, 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방심했다가는 일본처럼 중국 업체들의 추월을 허용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최근 TCL과 하이센스는 저렴한 가격의 초대형 TV를 앞세워 한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지하철 광고부터 국내 온라인 업체들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며 마케팅 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 맞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AI 기능과 음향·화질 프로세서도 강화하며 기술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비전 AI'를 TV에 탑재해 클릭 한 번으로 원하는 정보를 찾아주고 외국어 콘텐츠 자막도 실시간으로 번역한다.
LG전자는 대형언어모델(LLM)을 갖춘 '웹(web)OS25'를 탑재해 TV가 사용자의 질문을 이해하고 답변까지 하도록 했다.
아울러 TV 콘텐츠 강화와 볼륨존(가장 큰 소비 수요를 보이는 영역)부터 프리미엄 영역까지 폭넓은 제품 라인업을 구축해 대응한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FAST) 서비스 시장에서 삼성과 LG전자는 수 천개 채널을 갖춘 타이젠 OS 기반의 '삼성 TV 플러스', 웹OS 기반의 'LG 채널'을 주요 국가에 제공하고 있다.
또 삼성전자는 주력 제품인 네오 QLED 외에도 OLED(올레드) TV, 라이프스타일 TV와 크리스탈 UHD TV까지 풀라인업을 갖췄다.
LG전자는 프리미엄 올레드 TV와 비교적 저렴한 액정표시장치(LCD) 기반의 QNED TV 등을 중심으로 '투 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
특히 올레드 TV에 적용했던 무선 설루션과 AI 기능을 QNED TV로도 확장하면서 소비자 선택권을 넓혔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최근 가성비뿐 아니라 삼성과 LG전자의 TV 콘텐츠나 마케팅까지 따라 하며 패스트 팔로워 전략을 펼치고 있다"면서 "국내 업체들은 이미 일본 TV의 하락세를 봤기 때문에 단순 점유율 확대보다 AI 등 기술 주도권을 확보해 격차를 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국내 업체들의 전략은 과거 일본의 모습을 답습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4일 구스미 유키 파나소닉홀딩스 사장은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TV와 산업용 기기 등 채산성이 좋지 않은 4개 사업을 지목해 수익이 적고 성장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다며 철수·축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파나소닉은 옴디아가 조사 보고서를 내기 시작한 2006년 당시 글로벌 시장(매출 기준)에서 삼성, 소니에 이어 3위(8.7%)를 차지했으나 2011년에는 한국 기업에 밀려 4위(7.7%)로 밀려났고, 중국 업체들까지 따라오면서 2016년에는 12위(2.1%)로 급락했다.
파나소닉을 포함한 일본 TV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은 물론 '외산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자국에서조차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은 중국산 TV의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내수 시장 부진, 뒤처진 기술 경쟁력 등이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TV 업체들은 소위 '장인 정신'을 앞세우며 내수 시장에 맞춘 제품만 고수했다"며 "이 때문에 적기에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춘 최신 제품을 내놓지 못하면서 경쟁력이 사라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탄탄한 일본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망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었지만 코로나 이후 내수 시장이 크게 죽으면서 일본 업체들이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며 "이후 더 좋은 제품을 싸게 사려는 일본 소비자들이 생기며 중국 업체들이 선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국 업체의 일본 내 영향력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BCN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TV 시장에서 중국 업체의 점유율은 50%를 넘어섰다.
지난 2017년 중국 하이센스가 인수한 일본 도시바 TV 브랜드 레그자가 25.4%로 1위를, 하이센스와 중국 TCL은 각각 15.7%, 9.7%로 3, 4위를 차지했다.
일본 업체의 점유율은 샤프 20.6%, 소니 9.6%, 파나소닉 8.8%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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