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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가 공정 난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 받는 '하이브리드 본딩' 분야에서 상당 수준의 기술적 진척을 보여 주목된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두 개의 반도체를 하나로 접합하는 기술이다. 시스템 반도체 뿐만 메모리 반도체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인 데, YMTC가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로 낸드플래시 메모리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맹추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시장조사업체인 테크인사이츠에 따르면 YMTC는 270단 수준의 1테라비트(Tb) 트리플레벨셀(TLC) 5세대 3D 낸드를 양산한 것으로 파악됐다. 테크인사이츠가 YMTC 자회사 치타이의 소비자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분해해 분석한 결과 이같은 YMTC 낸드가 확인된 것이다.
낸드 플래시는 단수가 높을수록 성능이 뛰어나다. 마치 고층 아파트를 올리는 것처럼 보다 많은 데이터를 저장·처리할 수 있어서다. 현재 양산 낸드 중 가장 높은 단수는 SK하이닉스의 321단이고, 그 다음이 삼성전자 286단이다. YMTC의 270단은 아직 삼성이나 SK하이닉스보다 낮지만 양사의 턱밑까지는 추격한 셈이다.
특히 테크인사이츠는 낸드 성능 지표인 칩 크기 및 제곱밀리미터(㎟)당 용량에서 YMTC가 20.47기가비트(Gb)/㎟를 기록, 큰 발전을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전 세대 제품은 14.85기가비트(Gb)/㎟로 동급 제품인 SK하이닉스 8세대 238단 TLC 낸드(14.91Gb/㎟), 삼성전자 8세대 236 TLC 낸드(15.46Gb/㎟)에 뒤처졌는데 큰 폭의 개선을 이뤄냈다.
주목되는 건 YMTC가 '엑스태킹'으로 명명한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따라잡았다는 점이다.
YMTC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셀'과 이를 구동하는 회로 '페리페럴'을 각기 다른 웨이퍼에서 구현하고, 이를 붙여(하이브리드 본딩) 낸드를 제조했다.
'웨이퍼 투 웨이퍼(W2W) 본딩'이라고도 불리는 이 기술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한장의 웨이퍼에 셀과 페리페럴을 모두 구현하는 것과 대비된다.
삼성과 하이닉스는 페리페럴 위에 셀을 올리는 구조인데, 양사는 그동안 셀 적층에 탁월한 기술력을 보였지만 셀을 적층할 수록 페리페럴에 손상을 주는 문제가 생기면서 단수를 높이는 데 한계에 이르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과 하이닉스는 400단 이상 낸드서부터 하이브리드 본딩 도입을 추진 중이다.
YMTC가 일찍부터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을 개발하고 활용했기 때문에 한국 메모리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적층에 앞섰지만 이미 2020년 64단 낸드부터 엑스태킹 기술력을 축적해왔던 YMTC가 하이브리드 본딩이 필요한 메모리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신창환 고려대 전기전자공학 교수는 “YMTC가 엑스태킹 기술로 낸드를 개발한다고 했을 때 부정적 의견이 많았었다”며 “270단 3D 낸드까지 만들었다는 건 결국 기술적으로 거의 다 쫓아왔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반도체는 기술 외에도 얼마나 안정적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지에 따라 경쟁력이 달라진다. 규모의 경쟁력이다. 그러나 이런 격차 역시 빠르게 좁혀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YMTC가 2016년 사업을 시작할 당시에는 사업 지속 가능성이 의문이 제기됐으나 92·96단, 178단 등 중간 단계를 뛰어넘으면서 사실상 추격에 성공했다. 중국은 미국의 견제에도 반도체 자립 정책을 추진, 소기의 성과를 내고 있다.
YMTC는 소비자용 SSD뿐 아니라 기업용 SSD에서도 내수 시장 수요를 등에 업고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기업용 SSD는 높은 신뢰성과 성능을 요구하는 제품으로 인공지능(AI) 시대 수요가 급부상하고 있다.
신 교수는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제재는 일부 지연시키는 데 그칠 뿐이기에 국내 업체들이 어떠한 새로운 기술로 격차를 벌릴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