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된 오세철 대표, 신임 이한우 사장 '을사년 마수걸이 수주전'
서울대 건축공학과 선후배 사이로 자존심 대결
현대건설 "이한우 대표 '수주 실패 시 사표' 취지의 말도 전해"
최대 변수는 한남3구역 현대건설 반대파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 재개발(이하 한남4구역) 시공사 선정일이 10일 앞으로 다가왔다. 수주 트로피를 들어 올릴 건설사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중 단 1곳 뿐이다. 국내 최고 건설사 1, 2위를 다투는 건설사의 대결이라는 점, 연임 성공과 올해 취임 대표들간의 대결, 향후 압구정, 잠실 등 도시정비사업지 수주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단순한 도시정비사업지가 아니다. 한남4구역을 둘러싼 양 건설사의 현실을 분석해봤다.
한남4구역은 서울 용산구 보광동 일대를 지하 7층~지상 22층 51개 동, 2331가구(공공 350가구)의 대단지로 재개발하는 도시정비사업 구역이다. 공사비는 3.3㎡당 940만원 수준. 총 공사비로 환산하면 무려 '1조5723억원'(예정)에 달한다. 한남뉴타운은 1구역부터 5구역으로 나뉘어 재개발 되는데, 위치와 일반분양 물량 등을 고려할 때 사업성이 가장 우수한 구역은 한남4구역으로 손꼽힌다. 시공능력평가 1위, 2위를 다투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참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남4구역은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에게 단순한 도시정비사업지가 아니다. 회사의 경쟁이자 대표들간의 자존심을 건 더비전이다.
먼저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모두 신임 대표의 마수걸이 수주전이다. 오세철 삼성물산 대표는 연임에 성공했고,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는 올해 부임했다. 사실상 새로운 임기를 시작하는 대표들간의 공격적인 수주 경쟁이 진행 중인 셈이다.
두 대표의 수주 전략도 '주택'에 방점을 두고 있다. 오세철 대표는 플랜트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전문가지만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확보를 위해 주택 사업 강화를 선언한 상태다. 삼성물산이 한남4구역을 수주 할 시 한남뉴타운에 첫 '래미안' 깃발을 꼽게 된다. 반대로 이한우 현대건설 사장은 전임 윤영준 사장과 같은 '주택 전문가'다. 현대건설 내 주택사업의 최고 전문가인만큼 한남4구역을 반드시 수주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현대건설 내부 관계자는 "이한우 사장이 사업부서에 '한남4 수주 실패 시 사표'라는 취지의 말도 언급할 정도로 강력한 수주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오 대표와 이 사장은 서울대 건축학과 동문이기도 하다. 나이는 오 대표가 더 많다. 오 대표는 1962년생, 이 사장은 1970년생이다. 두 수장은 이미 한남4구역을 직접 방문해 수주 계획을 직접 챙기고 있다. 오 대표는 지난해 11월께 현장을 방문, 수주 전략을 직접 점검했고, 이한우 대표는 지난 1월 3일 취임한 이후 새해 첫 일정으로 한남4구역 현장을 찾았다. 1월 4일 조합원을 대상으로 연린 열린 2차 합동설명회에선 현대건설은 대표가, 삼성물산은 부사장이 직접 참석했다.
기세는 양 쪽 모두 좋다. 현대건설은 도시정비사업에서 6년 연속 수주 1위를 기록하며, 여전히 최고 기량을 유지 중이다. 삼성물산은 2017년 주택사업 복귀 후 수의계약 위주의 선별 수주에 집중했지만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경쟁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초 포스코이앤씨와의 부산 촉진 2-1구역을 제외하면 모든 경쟁 수주전에서 승리를 거뒀다.
양측은 조합원 표심을 얻기 위해 출혈 조건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먼저 현대건설은 조합이 책정한 공사비보다 868억원 낮은 1조4855억원을 공사비로 제시했다. 조합원 1명당 약 7200만원씩을 절감시켜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삼성물산은 공사비 인상분 314억원 부담, 추가 공사비 증가분 650억원 선반영 등을 제안했다. 나아가 3조원 규모의 사업비도 자체 조달로 공공기관 보증 수수료도 절감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각 조건을 다 합치면 조합원에게 돌아가는 이득은 현대건설보다 2900억원 더 많다는 것이 삼성물산의 설명이다.
막판 변수도 등장했다. 바로 '한남3구역'이다. 한남3구역 내 현대건설 반대파 조합원들이 현대건설 선정 반대 입장을 계속해서 밝히고 있다. 현대건설이 한남3구역 수주전 당시 제안했던 백화점 입점, 상가 매입, HUG보증 수수료 대납 등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또, 한남3구역 일부 조합원은 현대건설이 조합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한남3구역의 자산(한남3구역 부지 내 계획도로)을 활용했다는 이유로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현대건설 사옥을 차로 들이박았다. 한남3구역이 인접한 이웃주민인 만큼, 한남4구역 시공사 시점 때까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편, 시공사는 오는 18일 조합원 총회에서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