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지원사 없인 일상생활 불가능
공휴일엔 이용 어렵고 비용 부담 커
지원사 근무 기피… 복지공백 우려
“대휴·추가 수당 등 방안 마련 절실”
이일영(43)씨는 목 아래로 스스로 신체를 가누지 못하는 척수장애인이다. 혼자 식사는 물론 대소변 처리도 어렵다. 이씨에게 27일이 임시공휴일이 된다는 뉴스는 달갑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명절이나 연휴 때마다 일거수일투족을 도와주는 활동보조인을 찾기가 어려웠는데 이번 설 연휴가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더욱 길어졌기 때문이다.
이씨는 “혼자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중증장애인이 며칠씩 연휴 동안 방치되면 일상생활이 안되는 건 물론이고, 인공호흡기가 고장 나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례도 있었다”면서 “기관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비용과 인력 부족으로 연휴 때 활동지원사가 집에 오는 건 언감생심”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이씨는 혼자 있는 중증장애인이나 홀몸노인에게 긴 연휴는 재앙과 같다고 했다. 이씨는 “중증장애인 가운데 1인 가구가 많다. 명절 때 만큼은 한시적으로라도 활동지원체계가 마련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씨처럼 활동보조인이 없으면 혼자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중증장애인들은 혼자 장시간 있게 되면 식사나 대소변 처리가 어렵다. 때문에 정부는 장애활동지원 서비스를 바우처로 지급하고 있다.
1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장애인활동지원 서비스로 한 명의 장애인이 한 달간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은 최소 60시간에서 최대 480시간이다. 장애 정도에 따라 15개 바우처 등급 중 하나를 받을 수 있고, 그에 따라 이용시간이 정해진다.
바우처로 세면·식사 등의 도움을 받는 신체활동, 청소·빨래 등의 도움을 받는 가사활동, 외출 등의 도움을 받는 사회활동, 방문 목욕, 방문 간호 서비스에 사용할 수 있다.
공휴일에는 바우처 차감률이 평일 대비 1.5배 증가하고, 활동지원사 급여는 2.5배 늘어난다. 이로 인해 제공기관과 지원사의 부담이 증가해 활동지원사의 공휴일 근무 기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명절엔 활동지원사 대부분이 가족과 시간을 보내거나 명절을 쇠러가기에, 이 기간만을 위한 대체 인력을 따로 구하기도 어렵다. 특히 현재 법령상 법정 공휴일이 휴일과 겹쳐 정해지는 대체공휴일은 장애인활동지원 이용시간을 추가 지원하지만, 정부가 따로 지정한 임시공휴일은 별도의 재정적 지원이 없다.
이시영 도의원은 이날 열린 제420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이 같은 문제를 짚었다. 이 의원은 “임시공휴일 지정이 국민들에게 휴식을 제공하고 내수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중증장애인과 같이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큰 부담과 위험을 초래한다”며 “활동지원사는 단순한 돌봄을 넘어 그들에게 생존에 필수적인 존재”라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명절·연휴 기간 중증장애인 돌봄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올해 설 연휴부터 서울형 활동지원수급자 대상 48~144시간(평일 대비 할증 비용 50%)의 ‘명절 특별급여’를 지원한다. 활동지원사에게는 명절 연휴 근무 시 특별수당 1일 5만원(연간 최대 6일까지)이 지급된다.
경남의 경우 도내 장애인 활동지원급여 서비스를 받는 이용자는 지난해 11월 기준 8320명이다.
경남도는 자체 사업인 ‘장애인 도우미 지원사업’으로 활동 지원이 부족한 중증 장애인에게 서비스를 보충하고, 24시간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최중증 장애인에게는 최대 686만4000원을 추가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홀로 사는 중증장애인을 별도로 관리하지 않는 실정이다.
경남도 장애인복지과 관계자는 “27일 임시공휴일은 평일처럼 바우처를 사용해 이용자의 부담이 없도록 하라는 복지부 지침이 있었다”면서 “휴일수당 외 별도로 명절수당을 지급하거나 도에서 직접 연휴 때 중증장애인을 관리하진 않고 있다. 복지 사각지대가 없도록 고민을 해서 계획을 세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이 의원은 “공휴일에도 지원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경남도 차원의 지원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공휴일에 근무한 활동지원사에게 대체휴무를 제공하거나 추가 수당을 투명하게 지급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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