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 아니면 어디서 듣나…넥슨이 치열하게 빅 게임을 만드는 이유

2025-06-24

넥슨개발자콘퍼런스(NDC), 49개 지식 공유 세션 마련

박용현 넥슨게임즈 대표, 기조서 빅 게임 개발 경험 풀어내

한국 등 특정 시장 집중한 가성비 방법론 벗어나야

국내 최대 게임 산업 지식 공유 행사로 자리잡은 넥슨개발자콘퍼런스(NDC)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오랜만에 오프라인에서 열렸다. 무려 6년 만이다. 더욱 덩치를 키워 돌아왔다.

올해 NDC는 오는 26일까지 3일간 경기도 판교 넥슨 사옥 및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다. 게임 개발과 관련된 총 10개 분야 49개 세션이 진행된다. IP 확장, 기획·개발 노하우, 생성형 AI와 데이터 분석 등 게임산업의 최신 화두를 조망하고, 다양한 경험과 인사이트를 나누는 개발자 축제의 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정헌 넥슨 일본법인 대표<사진>는 개막 환영사에서 “NDC는 실무 현장에서 마주한 고민과 시행착오를 업계 관계자들과 솔직하게 공유하며, 산업 내 실무 중심의 지식 교류 문화를 형성해왔고, 이는 산업 전반에 깊이를 더해온 중요한 동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술과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는 지금, 넥슨은 주요 IP를 중심으로 콘텐츠를 다방면으로 확장하고, 운영 시스템을 고도화해 게임의 본질인 재미에 집중하고 있다” 며 “올해 NDC가 이러한 고민의 과정과 방향성을 업계와 함께 나눌 수 있는 교류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용현 넥슨게임즈 대표(겸 넥슨코리아 부사장)<사진>는 ‘우리가 빅 게임을 만드는 이유’를 주제로 한 기조강연에서 “게임 시장은 모든 플랫폼에서 성장이 정체되고 주요 시장의 진입 장벽은 높아진 상황으로 글로벌 기업과 신흥 개발사들이 영역 확장에 나서면서, 기존 개발 방식만으로는 게임사의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넥슨이 빅 게임을 만드는 이유는 간단하다. 회사 규모와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경쟁사와 달리 한국과 대만 등 시작부터 절반의 성공을 노릴 수 있는 권역을 마다하고 세계 시장 도전에 나서는 중이다. 게임 플랫폼의 경계가 허물어져 계속해서 도전하지 않으면 결국 뒤쳐지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넥슨 체제에서 꾸준히 빅 게임을 개발하며 마주한 다양한 고민을 꺼내 놨다. NDC가 아니면 다른 곳에서 들을 수 없는 인사이트도 풀었다. 이번 NDC에선 넥슨코리아, 넥슨게임즈를 비롯해 디럭스 게임즈, 블라자드 코리아, 에픽게임즈 코리아, 시프트업, 데브시스터즈 등 국내외 주요 게임사들이 참여해, 각 사의 게임 개발 및 서비스 노하우를 공유한다.

기회의 문 닫힐라…신작 입지 점점 좁아져

“현재 저는 어떻게 생각을 하냐면 일종의 정체에 빠진 상황이라고 봅니다. PC 라이브 서비스, 모바일, 패키지 시장 모두 정체에 빠졌거나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한국 PC방 랭킹 순위나 스팀 상위 게임들의 출시 연도에 잘 드러납니다. 2020년 이후에 나온 게임은 별로 없고 출시한 지 10년 넘은 게임들 위주입니다.”

“모바일 시장 역시 정체되어 가고 있습니다. 오른쪽은 2016년부터 매년 월 매출 순위에 새로 진입한 타이틀 수의 그래프<사진 참조>입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한국이나 대만은 상대적으로 쉽게 차트에 오를 수 있지만 차트에서 쫓겨나는 게임들도 많은 반면에 일본이나 미국은 차트에 올라가는 것 자체가 대단히 어려운 시장이라는 것입니다.”

이제 게임 기업의 경쟁 서비스는 틱톡과 유튜브가 됐다. 24시간 가운데 한정된 여가 시간의 점유 다툼 때문이다. 뺏고 뺏기는 제로섬 게임과 유사하다.

이 때문에 기업들이 패키지 게임 시장으로 눈을 돌리기도 한다.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느긋하게 즐길 수 있어서다. 그러나 이 시장은 세계 최고 게임 개발사들이 포진하고 있다. AAA(블록버스터)급 게임의 경우, 개발력으로 승부하면서 최근 결과물의 품질은 웬만한 기업이 범접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다.

“스파이더맨 시리즈 같은 경우는 초기 2018년만 해도 개발비가 1500억 정도 하다가 최근 마블 스파이더맨2 같은 경우에는 거의 4500억원 정도로 한 5년 사이에 3배 정도 비용이 늘었습니다. 콜옵듀티 시리즈는 더더욱 비싸져서 마블 스파이더맨2의 두 배가 넘는 7억달러, 우리 돈으로는 1조2000억원 정도 합니다. 이 개발비를 회수하려면 이제 뉴노멀이 된 69달러를 적용해도 2500만 카피가 팔려야 합니다.”

넥슨이 정의하는 빅 게임이란?

박 대표는 넥슨이 보는 빅 게임을 “규모와 퀄리티 양쪽 모두 글로벌 시장의 기존 강자들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타이틀”로 정의했다. 또 “그동안 우리가 만들어오던 게임을 초월하는 것이 빅 게임”이라고 힘줘 짚었다.

그는 아직 해 볼만하다고 보는 이유에 대해 ▲실리콘밸리처럼 개발비가 한없이 비싼 구조는 아닌 점 ▲서구와 동구권에 비해 라이브 서비스 경험이 풍부한 점 ▲K컬처의 세계적인 유행 ▲빅 게임의 경험도 예전에 비해 많이 쌓인 점 등을 거론했다.

그러나 수년 내 기회의 문이 닫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쟁사들도 가만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도 새로운 경험을 쌓아가며 플랫폼과 시장 경계가 허물어진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과 직접 경쟁할 수 있다.

“우리에게 기회로 주어진 시간은 앞으로 수년뿐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하고 안전한 앞바다를 벗어나서 거친 대항으로 나가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대작 만들어보니…마케팅 접근부터 바꿔야

넥슨은 대작 개발 경험을 풀었다. 그러면서 국내외 개발사가 ‘시장 기대감 조성’ 부문에서 크게 차이를 보인다고 짚었다. 국내 기업은 보통 출시 두 달 여전 사전예약을 진행하며 조금씩 게임 이미지와 트레일러(예고영상)를 공개하는 방식으로 기대감을 높인다. 국외 기업들은 아예 수년 전에 트레일러를 통해 눈도장을 찍고 매년 트레일러를 풀면서 기대감을 높인다. 아무리 늦어도 1년 전엔 트레일러를 선보인다는 것이다.

“올해 나온 어바우드(AVOWED) 같은 경우 80여명이 만든 더블에이(AA·중형급) 게임인데도 출시 5년 전부터 트레일러를 냈습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최종 발매 몇 년 전에 공개하는 첫 트레일러에서 게임 플레이가 공개된다는 겁니다.”

“우리 경험에서 보자면 어차피 마케팅은 막판 두 달만 하면 되는데 왜 그전에 트레일러의 퀄리티를 올리기 위해 개발력을 써야 되는지 이해가 안 가서 개발에 집중하며 게임 버전의 퀄리티를 올리고 출시일이 잡히면 실제 게임으로 트레일러를 만드는 게 개발 입장에서 가장 효율이 좋습니다. 이게 여태까지의 우리의 방식입니다.”

“그런데 론칭 전 2개월의 승부를 보는 스타일은 마케팅 효율이 참 좋은 환경인 우리나라에서 게임을 파는 한국 회사에서 가능한 것입니다. 원래도 땅이 좋고 서울 중심의 인구 밀도도 높습니다. 강남역 지하철에 광고를 걸면 수십만 명이 보게 됩니다. 짧은 시간에 물량을 쏟아내서 아주 폭발적으로 노출을 높일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나가야 할 미국이나 유럽은 우리와 상황이 매우 다릅니다. 사람은 많은데 땅도 넓어서 사람들이 아주 골고루 흩어져 있습니다. 세계적 대도시도 서울보다 인구가 적어요. 이런 시장에선 돈으로 인지도를 사기에는 가성비가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도 개발력에 누수가 생기고 부담이 되고 하니까 ‘우리는 하던 대로 막판에 트레일러 낼래요’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됩니다. 저 시장은 저렇게 트레일러로 몇 년에 걸쳐 기대감을 높여 놓지 않으면 아예 팔리지가 않는 시장입니다.”

가성비 방법론으로 안돼…대규모 조직 운영은 과제

박 대표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 기업들이 가성비 방법만으로 접근하면 안 되는 부분을 짚었다. 우리 기업들이 스토리텔링 역시 가성비로 접근해 대사 중심으로 전달하는 것과 달리 세계 수준의 게임에선 영화처럼 섬세하고 어떻게 보면 사치스럽게도 접근한다고 표현했다.

“캐릭터들이 그 씬(장면)만을 위해 만들어진 시선과 표정 동작으로 연기를 보여줍니다. 우리도 저런 거 만들자 하면 그 어디까지 디테일해야 하는지 그걸 표현하려면 뭐가 더 필요한지가 막막한 겁니다. 사실 안 해봐서 모르는 건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닙니다. 오히려 문제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우리 가성비 방법론 안에서 게임을 개발하다 보면 그 틀 안에서 사고를 하게 되고, 이게 그 무의식에 맞춰서 경쟁작을 보고 이해하고 해석하고 재현하는 전반에 걸쳐서 악영향을 끼치는 겁니다.”

대규모 개발 조직 운용 경험도 거론했다. 가장 개발 효율이 잘 나오는 조직은 40여명, 쉽지는 않아도 조직력을 발휘할 수 있는 150~200명선을 넘어 국외에선 700명, 급기야 1000명 2000명이 넘는 조직도 나오곤 한다.

“어느 회사는 1스테이지는 중국 지사, 2스테이지는 인도 지사 이런 식으로 게임을 덩어리로 쪼개서 세계 각 지사에 하나씩 맡겼다가 나중에 하나로 이어붙인다고 합니다. 이 경우 전체 투입 인원은 1000명이 넘어도 한 지사에 투입된 인원은 100여명 정도로 조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처음에 하청을 주고 감독하다 하나의 완결된 덩어리를 연결하니 퀄리티가 올라가는 것을 확인하고 만들어진 방법론이라고 합니다.”

“또 어디는 700명 넘는 개발자들을 10명, 20명 정도의 소규모 조직으로 쪼개서 개발하고 있다고도 합니다. 기획팀, 프로그램 팀 이렇게 우리가 잘하는 직군별 조직이 아니라 각각의 소조직의 여러 직군의 사람을 넣어서 하나의 완성된 콘텐츠를 만들게 합니다. 이렇게 하면 각각의 팀은 응집력을 발휘하게 되고, 또 같은 종류의 콘텐츠를 만드는 팀을 여러 분이 경쟁이 생겨 퀄리티가 올라갑니다.”

“그럼 우리도 저런 식으로 개발하면 되는가 그건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저들은 저들의 환경에서 시행착오를 통해 저런 방법을 찾은 것이고, 우리와는 상황이 다르니까 저대로 하면 되는지도 모르고 저대로 할 수 있는지도 해보기 전에는 모릅니다. 어쨌든 확실한 것은 우리가 처음 하는 이 사이즈에서 우리가 알고 있던 방법이 잘 통하지 않더라 새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박 대표는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찾았다. 선례를 참고할 수 있는 후발 주자의 이점을 누리되 빠르게 숙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알고 있는 문제건 처음 보는 모르는 문제건 숙제들을 빠르게 풀어서 빅 게임으로 시장을 뚫어야 합니다 이런 시기이기 때문에 이번 NDC가 더욱 중요한 자리라는 생각이 저는 듭니다. 이번 행사가 서로 많이 배우고 또 알려줘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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