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슨이 국내 게임 산업의 위기와 한계 속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한 해법으로 '빅 게임' 전략을 제시했다.
박용현 넥슨게임즈 대표는 24일 판교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넥슨개발자컨퍼런스(NDC) 2025 기조연설에서 “지금은 개발 방식, 마케팅, 조직 운영까지 전면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우리가 익숙한 방식으로는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 게임 시장을 '성장 정체기'로 진단했다. PC·모바일 양대 플랫폼 모두 신규 흥행작이 드물고 스팀과 PC방 상위권 게임 다수가 10년 이상 된 작품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모바일 시장은 유튜브·틱톡 등 비게임 콘텐츠와의 경쟁이 심화되며 기존의 게임 제작·운영 방식만으로는 이용자 시간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우리에게 익숙한 빠른 론칭과 단기 마케팅 중심 방식은 한국 시장에서는 통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며 “출시 수년 전부터 고품질 트레일러를 통해 기대감을 높이는 장기적 브랜딩 전략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또 글로벌 시장은 서울처럼 광고 한 번으로 수십만 명에게 노출되는 환경이 아니며, 인지도를 쌓는 데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우리가 쌓아온 기존 성공 경험이 새로운 도전에 오히려 방해가 되고 있다”며 반성과 통찰을 내놨다. 과거의 개발 방식과 스토리텔링, 조직 문화에 갇힌 사고방식이 글로벌 퀄리티 기준을 맞추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다. 박 대표는 이를 '비빔밥을 메밀면으로 바꾼 비빔냉면'에 비유하며 “완전히 새롭게 접근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결과를 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한국 게임 산업에는 기회가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상대적으로 낮은 개발비, 풍부한 라이브 서비스 노하우, K컬처의 글로벌 인기 등이 한국 게임 산업이 지닌 경쟁력으로 봤다. 동시에 “이런 장점이 영원하지는 않다”며 “앞으로 수년이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넥슨이 이번 NDC를 2019년 이후 6년 만에 공개 오프라인 행사로 개최한 것도 이러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업계 상생과 성장의 해법을 찾기 위한 취지다. NDC는 2007년 시작돼 18회째를 맞는 국내 대표 게임산업 지식 공유 행사다. 올해는 총 49개 세션을 통해 기술, 마케팅, 운영, 지식재산(IP) 전략까지 산업 전반의 실무 노하우를 공유하는 장으로 마련됐다.
이날 개막 환영사를 맡은 이정헌 넥슨 일본법인 대표는 “게임은 기획부터 출시, 라이브 서비스까지 다양한 분야의 협업으로 완성되며 각자의 시행착오를 나누는 과정은 단순한 정보 교류를 넘어 실질적인 해법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고 시장 환경이 바뀌어도 유저는 결국 '재미있는 게임'을 기억하고 다시 찾는다”며 게임의 본질은 '재미'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넥슨은 늘 재미라는 본질에 깊이 다가가려 노력해왔고 이를 더 많은 유저에게 오래도록 전달하기 위해 고민해왔다”고 소회했다. 앞으로 IP 확장과 멀티플랫폼 전략, 글로벌 공동 개발 등 넥슨이 추구하는 방향도 '재미의 본질'을 지키는 데 초점을 맞춰나간다는 포부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