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기아 '타스만', KGM '무쏘EV' 동시 출격 맞대결 예상
KGM 픽업 브랜드 무쏘 론칭…무쏘EV 시작으로 다양한 픽업 모델 출시 예고
기존 픽업 모델 렉스턴 스포츠도 재정비…3000만원대 초중반 '가성비' 강조
기아 '타스만' 출시가 임박하며 국내 픽업트럭 시장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스테디셀러 '렉스턴 스포츠'에 내수 판매의 상당부분을 의존하던 KG 모빌리티(KGM)에도 비상이 걸렸다. 국내 완성차(국산차)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는 현대차‧기아가 그나마 까치밥(?)으로 남겨뒀던 픽업에까지 군침을 흘리니 KGM으로서는 원망스러울 노릇이다.
그렇다고 KGM이 손 놓고 픽업 시장을 내줄 생각은 없어 보인다. 픽업 통합 브랜드 '무쏘(MUSSO)'를 론칭하고 라인업 첫 모델인 국내 최초의 전기 픽업트럭 '무쏘EV(MUSSO EV)'를 앞세워 맞불을 놓는다. 기존 토종 픽업트럭 시장의 맹주인 렉스턴 스포츠 라인업도 재정비해 시장 수성에 나선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 타스만과 KGM 무쏘EV는 올 1분기 중 나란히 국내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다. 오랜 기간 렉스턴 스포츠 단일 차종이 독점하던 국산 픽업 시장에 2종의 신형 픽업 모델이 동시 등판하며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타스만은 군용 트럭을 연상케 하는 터프한 외모와 미국 정통 픽업트럭을 벤치마킹한 오프로드 특화 성능, 그리고 픽업트럭의 단점으로 여겨졌던 2열 편의성을 개선한 한국 고객 맞춤형 상품성을 앞세워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선다.
기아는 타스만 마케팅에 큰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4월 전용 위장막을 씌운 타스만을 공개한 데 이어 유튜브 채널을 통해 타스만의 테스트 영상을 순차적으로 보여주며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지난해 10월 타스만의 실차 디자인과 함께 주요 제원 및 사양을 공개한 기아는 이후에도 현대차그룹 미디어 채널인 HMG저널을 통해 타스만의 특장점을 알리는 게시물을 수 차례에 걸쳐 올리며 홍보전을 지속하고 있다.
기아는 물론 현대차그룹 전체를 통틀어 신차 출시를 앞두고 1년에 걸친 '빌드업'으로 장기 홍보전을 펼친 전례는 없었다. 그만큼 타스만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는 의미다.
가격 차가 큰 수입 픽업트럭은 별개로 치더라도 국내 픽업트럭 시장은 토종 브랜드로만 놓고 봐도 만만치 않은 규모다. 2018년 렉스턴 스포츠 한 차종으로만 4만2021대가 팔린 시장이다. 그동안 다소 위축되긴 했지만 경쟁력 있는 신차들이 나올 경우 충분히 회복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전체 파이가 커지더라도 독점 시장을 누리던 KGM에게 경쟁자의 등장은 신경 쓰이는 일이다. KGM은 옛 쌍용자동차 시절 전성기를 이끈 '무쏘' 브랜드를 부활시키고 픽업 라인업을 더욱 확대해 토종 픽업 맹주 자리를 지킨다는 전략이다.
KGM은 지난 24일 새로운 픽업 통합 브랜드 '무쏘'를 론칭하고, 라인업 첫 모델 'O100(프로젝트명)'의 차명을 '무쏘EV'로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픽업 본연의 정통성을 유지하면서도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픽업'이라는 브랜드 방향성도 공개했다. 오랜 역사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더욱 차별화된 픽업 라인업을 갖춰 명실상부한 픽업 1위 브랜드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O100은 KGM이 2023년 서울모빌리티쇼에서 공개한 콘셉트카로, 국내 최초의 전기 픽업이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이 콘셉트카의 양산형 모델이 올 1분기 중 무쏘EV라는 이름을 달고 출시된다.
무쏘EV는 80.7㎾h 용량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얹고 상온에서 복합 주행가능거리 최대 401km를 발휘할 것으로 알려졌다.
KGM은 최근 레저용으로 전기차의 강점이 재조명되고 있다는 점을 무쏘EV의 마케팅 포인트로 잡을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는 무시동 상태에서도 히터와 에어컨을 켤 수 있고 외부로의 전력 공급(V2L)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레저나 차박 용도로 편리하다.)
넉넉한 적재공간을 갖춘 픽업트럭에 전기차의 장점까지 결합한다면 레저용 자동차(RV) 시장에 새 바람을 몰고 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KGM은 다양한 스타일의 커스터마이징 연출을 가능토록 해 무쏘EV의 고객층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KGM은 무쏘EV 외에도 무쏘 브랜드의 픽업 모델들을 순차적으로 출시해 경쟁력 있는 라인업을 구축한다는 방침도 내놨다. 무쏘 브랜드 론칭과 함께 다양한 픽업 라인업의 스케치를 공개하며 픽업 마니아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KGM 관계자는 “무쏘 브랜드 론칭을 통해 K-픽업의 리더로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또 한 번 써 나갈 것”이라며 “추후 다양한 포트폴리오의 픽업 라인업을 개발하고 확장해 무쏘의 명맥을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KGM의 기존 픽업 모델인 렉스턴 스포츠의 경우 무쏘 브랜드와 별개로 기존 차명을 유지하고 '가성비'를 앞세워 시장 수성에 나선다. KGM은 최근 연식변경 모델인 '2025 렉스턴 스포츠'와 '2025 렉스턴 스포츠 칸'을 출시하고 트림과 편의사양을 재정비했다.
트림은 와일드와 프레스티지 등 두 가지로 줄이고, 기존 와일드 플러스와 4000만원대 노블레스 트림은 과감히 삭제했다.
대신 프레스티지 트림에는 고급 편의 사양인 동승석 6way 전동시트를 기본 적용해 상품성을 높이고, 옵션은 실속 있는 품목 위주로 새롭게 구성함으로써 프레스티지 트림 가격을 42만원 인하하고, 전 트림 3000만원 초중반대의 경쟁력 있는 가격대를 형성했다.
이같은 렉스턴 스포츠의 트림 및 편의사양 변경은 타스만과 가격적 차별화를 확실히 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타스만은 기존 기아의 바디 온 프레임 기반 준대형 SUV 모하비를 대체하는 후속 차종 개념이라 기본트림도 4000만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