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경제, 역풍 속에도 순풍은 있다

2025-09-07

아시아는 무역풍에 의존한다. 바람이 약해지면 가장 먼저 충격받는다. 최근 글로벌 무역 사이클의 둔화가 수출중심 아시아 경제의 취약성을 다시 드러내고 있다. 2025년 초반의 강한 수출주도 성장세는 이미 힘을 잃었고, 전문가들은 2026년 추가적인 둔화를 전망한다.

위험 요인은 분명하다. 미국의 수요가 식어가는 가운데 중국의 공급과잉이 지속되면서, 무역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경제가 특히 취약하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 비중이 큰 베트남과 태국이 대표적이다. 2025년에는 일부 기업들이 선적 물량을 앞당기며 관세 충격을 버텼지만, 이는 전자제품·의약품·금 등 관세 면제 품목에 국한됐다. 성장세 약화 속에서 새로운 부문별 관세가 도입되면 경기둔화의 심화와 정책 선택지의 축소가 예상된다.

2026년의 침체는 불가피하지 않다. 성장세를 끌어올릴 최소 세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 재정 확대의 가능성이다. 올해 이 지역 국가의 절반가량이 공식 성장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경제적 압력은 정부를 부양책으로 이끄는 경향이 있다. 동북아시아·인도네시아·베트남 등은 대응 여력을 갖추고 있다. 선진국은 소비 지원에 더 무게를 두는 반면, 신흥국은 인프라와 산업 투자를 강조할 것이다. 이러한 정책 효과를 고려하면, 2026년에는 본격적인 성장 기여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둘째, 내수중심의 경제 재균형 시도다. 실행은 쉽지 않지만, 신뢰할 만한 투자 인센티브를 설계하는 국가는 그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인도·베트남·인도네시아·태국은 이미 새로운 자본 유입을 겨냥한 정책을 발표했다. 지금까지는 생산성 향상보다는 포퓰리즘적 성격이 강했지만, 방향 전환의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셋째, 아시아가 글로벌 인공지능(AI) 붐의 중심에 서 있다는 점이다. 각종 데이터가 증명한다. 특히 2023년 이후 AI 관련 자본 형성이 급증했으며, 이는 1990년대 말 IT 붐을 연상케 한다.

대만이 대표적이다. 4월 이후 반도체 수출이 크게 늘면서 2분기 GDP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8%에 달했다. 국내투자 확대 효과도 뚜렷하며, 그 혜택은 한국·일본·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 AI 공급망으로 확산 중이다. AI 자본 지출 사이클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된다면, 향후 수년간 무역 역풍을 상쇄하는 든든한 순풍이 될 수 있다.

결국 아시아의 2026년은 단일 서사보다는 국가별 리스크와 완충 장치 사이의 경쟁으로 요약된다. 관세와 무역 둔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재정 유연성, 내수 전환, AI 사이클은 비관론을 제어할 충분한 근거를 제공한다. 이 지역의 성장 경로는 여전히 시장을 놀라게 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루이즈 루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