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2구역', HDC현산 '입찰보증금' 100억 몰수 팩트체크[시경pick]

2024-10-17

HDC현산, 시공사 선정 후 '개별 홍보 금지' 위반

조합 측 '시공사 자격 박탈'... 입찰보증금도 몰수

현산 측 제기 가처분 기각... 삼성물산, 시공사 재선정

조합 "규정 위반 명백한 불법... 보증금 몰수 정당"

서울시 관련 지침 '조합 측 손해 발생' 조건 명시

부동산 전문 변호사 "손해 입증 관건... 일부 감액 가능성"

최근 서울 용산 남영동 업무지구 제2구역(남영2구역) 재개발 조합이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의 ‘입찰보증금 100억원’을 몰수키로 하면서, 현재 진행 중인 재판 결과에 업계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비록 1심이지만 비슷한 상황에 놓인 다른 조합 및 건설사들에게 하나의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쪽은 “불법(규정 위반 등)에 따른 정당한 (몰수)처분”이라는 입장이나 다른 쪽은 “규정 위반 등 불법이 있었더라도 조합에 손해가 없었다면 몰수는 안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모호한 규정을 입법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정부의 제도 정비를 촉구하는 의견도 있다.

남영2구역 재개발 조합은 HDC현산의 시공사 지위를 박탈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이 회사가 사전에 낸 입찰보증금 100억원도 몰수했다. 조합은 입찰 공고 후 HDC현산이 OS(홍보) 직원을 동원, 조합원 대상 개별 홍보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개별 홍보는 규정에 반하는 위법행위인 만큼 시공사 지위 박탈과 입찰보증금 몰수는 적법하다는 것이 조합 측 판단이다.

HDC현산은 즉각 △입찰보증금 반환 청구 소송 △입찰무효조치 등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나섰다. 이 가운데 가처분 신청은 ‘기각’됐고, 그 사이 남영2구역은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위 가처분 사건은 현산이 불복해 항고하면서 현재도 진행 중이다. 다만 이미 시공사 재선정이 완료됐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가처분 항고의 '실익'이 과연 있겠느냐는 시각도 적지 않다. 통상 가처분은 인용할 경우의 '그 손익'을, 법리상 근거의 유무 못지 않게 따진다.

'입찰보증금 몰수' 사안은 앞선 가처분과 결이 다르다. 조합 측의 시공사 납부 입찰보증금 몰수가 정당성을 얻기 위해선 두 가지 전제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하나는 규정 위반 등 위법행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로 인한 조합 측의 손해 발생이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 공공지원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기준' 7조에 따르면, 입찰자의 홍보는 조합이 개최하는 합동 홍보설명회(2회 이상)와 공동 홍보공간에서만 가능하다. 조합 안내서를 보면, '개별 홍보' 등 규정을 위반한 업체에 대해선 ‘입찰 참여 자격 박탈’이라고 명시돼 있다.

반면, 입찰보증금 몰수의 경우 "입찰 참여 규정 등을 위반해 조합에 손해가 발생한 경우 조합은 입찰보증금을 귀속시킬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위 서울시 선정기준 19조).

남영2구역 조합이 공개한 사실을 종합하면, HDC현산의 불법 홍보로 조합이 받은 피해는 ‘사업 지연’ 정도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건설사 고위 관계자는 “남영2구역 측이 입찰보증금을 몰수하려면 조합 또는 조합원의 피해가 ‘특정’돼야 하는데, 아직까지 구체적 피해사실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며 “무려 100억원을 몰수하는 사안인데, 주먹구구식으로 귀속시켜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재판도 전문가인 법관이 모여 3심을 기반으로 진실을 밝히는데, 일반인(재건축‧재개발 조합원들)들이 임의로 100억원이나 되는 거액을 몰수한다는 것은 분명한 제도의 허점”이라고 했다.

몰수가 정당하다는 반론도 있다. 다른 재개발 조합 관계자는 “조합이 대기업 건설사와 대등한 관계로 재개발사업을 하려면 입찰보증금 몰수 같은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현산도 불법 홍보를 하면 시공권을 박탈당하고, 입찰보증금도 몰수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약에 들어왔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선 법원에서의 ‘감액 조정’ 가능성을 높게 전망했다. 부동산 재개발·재건축 분쟁 사건 변론 경험이 풍부한 법무법인 바른 천재민 변호사는 "입찰보증금 몰수의 최대 관건은 조합 또는 조합원이 받은 ‘피해 규모’인데, 조합의 피해 규모를 100억원으로 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시공사 입찰보증금은 법리상 위약금의 일종이기 때문에, 재판부가 조합의 피해 정도를 들어본 후 그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감액하지 않을까 한다"고 부연했다.

남영2구역 조합과 HDC현산은 말을 아끼고 있다. 현산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이라 드릴 수 있는 의견이 없다”고 답했다. 남영2구역 측 관계자는 “현산의 불법 홍보에 따른 조합의 피해를 디테일하게 밝힌 수는 없지만 절차상 문제는 전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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