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8일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2%로 낮췄다. 내년엔 잠재성장률(2%)도 밑도는 1.9%로 전망했다.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국면도 아닌데 성장률이 1%대로 추락한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이런 참담한 성적표를 받고도 정부는 반성이나 사과 한마디 없다. 불과 보름 전 기획재정부는 윤석열 정부 임기 반환점을 맞아 재정·복지·민생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큰 성과를 냈다고 자랑했다.
빈부 격차는 더욱 커졌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 3분기 소득 상위 20%의 근로소득은 5% 늘었지만 하위 20%는 3.4% 줄었다. 상위 20% 소득을 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69배였다. 작년 3분기(5.55배)보다 0.14배포인트 상승했다. 코로나19 사태 와중에도 버텼던 자영업자들은 긴 경기침체와 고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고 있다. 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은 ‘쉬었음’ 인구가 지난달 244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9.2% 늘었다. 10월 기준으로 역대 가장 많은 숫자다. 파산 기업도 역대 최대다. 올 1~10월 전국 법원에서 처리된 법인 파산 선고는 138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81건)보다 27.7% 늘었다. 가계부채도 최악이다. 정책 혼선과 집값 상승 기대로 3분기 가계신용 잔액은 전 분기보다 18조원 늘어난 1913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윤 대통령은 건전 재정을 입에 달고 다녔지만 나라 살림은 쪽박 차기 직전이다. ‘부자 감세’ 정책과 경기 예측 실패로 올해 30조원의 세수 결손이 예상된다. 지난해 56조4000억원의 결손액까지 더하면 2년 새 86조원의 세수 펑크가 발생했다. 물가가 하향세지만, 소비와 투자가 꽁꽁 얼어붙은 영향이 커서 경제 체력이 나아진 결과라고 볼 수 없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나들고,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도 증시는 죽을 쑤고 있다. 미국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 국내 자금이 오히려 빠져나가고 있다.
한은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기존 3.25%에서 3.0%로 낮췄다. 지난달에도 0.25%포인트 낮췄는데 한 달 만에 추가 인하했다. 기축통화국인 미국과 한국의 금리 차이는 1.75%포인트로 벌어졌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기준금리를 추가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성장률을 조금이라도 올리기 위한 고육책이지만 불안하기 짝이 없다. 실물과 금융 전역에 경고등이 켜졌는데 정부는 도대체 무슨 노력을 하고 있는가. 국민에게 거짓말하고 무능과 무사안일로 국민 경제가 파탄 나면 이 자체로 탄핵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