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단기차익 경쟁 심화...2018년 논의 후 지지부진
가격발견·안정화에도 도입 지연...형평성보다 실효성 따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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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기업공개(IPO) 장기 투자자 유치를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시장 분위기를 뒤바꿀 만한 영향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코너스톤(초석) 투자자’ 제도 등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 개선책 논의는 수년째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최근 공모주 시장은 기관투자자들의 단타(단기투자) 대회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기관들은 수요예측 단계에서 높은 공모가를 써낸 뒤 상장 첫날 차익을 실현하는 전략을 반복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첫 IPO 대어였던 LG CNS는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10% 가까이 하락했는데 기관투자자의 의무보유 확약 비율이 15%에 불과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기관 의무보유 확약 확대와 수요예측 참여 기준 강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조치는 이미 예견된 수준으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지는 의문이다. 금융위원회는 법 개정이 필요한 사전 수요예측 및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의 입법화도 지속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질적인 후속 조치가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홍콩·싱가포르·유럽 등에서 도입된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는 증권신고서 제출 전에 일정 기간 보호예수를 조건으로 공모주의 일부를 미리 기관투자자에게 배정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상장 후 오버행(대량 매도) 리스크를 줄이고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장기 보유 물량을 확보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기관투자자들의 다양한 가격 제시를 유도해 가격 발견 기능도 강화된다.
국내에서도 시장 안정화를 위한 코너스톤 제도 도입이 꾸준히 논의됐지만 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현실화되지 못했다. 한국거래소가 2018년 사업계획에 해당 제도를 포함하면서 공식 논의가 시작됐고 금융위원회도 2020년과 2022년에 도입 검토 계획을 발표했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이후 2023년 4월 김희곤 전 국민의힘 의원이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단 한 차례도 소위에 상정되지 못한 채 국회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금융당국은 올해 2분기 내에 다시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지만 지난 7년간의 답보 상태를 감안하면 법안 통과 및 도입을 장담하기 어렵다.
물론 코너스톤 제도가 기관들의 단타 매매 문제를 완전히 해소할 수 있는 만능 해결책은 아니다. 특정 대형 투자자에게 혜택이 집중될 수 있다는 형평성 논란도 존재한다. 금융당국 역시 코너스톤 투자자의 범위 설정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형평성을 지나치게 고려한 IPO 제도는 시장 안정화라는 본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제도 개선이 미뤄질수록 공모주 시장은 더 심각한 단기 차익 경쟁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기계적인 형평성 논리가 실효성을 가로막아 선진시장과의 격차를 더욱 벌릴 수도 있다.
시행착오가 불가피하더라도 이제는 논의의 장을 넘어 실행 단계로 나아가야 할 때다. IPO 시장이 투기장이 아닌 건전한 자본 조달 창구로 기능하려면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