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이 마이데이터 2.0 '추진 과제 적용'을 마감일 3일 전에서야 기술 결함을 인정하고 수정 방침을 통보하면서 졸속 대응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핀테크 업계는 충분한 테스트 시간이 부족해 마이데이터 2.0 품질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추진하는 '마이데이터 2.0'은 오는 5월 29일 전면 시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4월 28일 오후 11시부터 29일 오전 6시까지 시스템 적용 작업을 완료해야 한다.
하지만 금융보안원은 적용 작업을 불과 3일 앞둔 지난 25일,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에게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규격 개정안을 공문으로 통보했다. 추진 과정에서 기술적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내려진 조치다. 개발자들은 그동안 기술적 문제를 금융당국에 수차례 전달했지만, 금융당국은 이를 마감 직전에서야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마이데이터 업계 실무진들은 “이전부터 데이터 공백 문제가 생긴다는 문제를 금융당국에 이야기했었다”며 “사업자들은 이미 적용 작업을 마무리했는데, 적용 마감 3일을 앞두고 규격 변경을 통보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기존 마이데이터 체계에서는 이용자가 비정기적 데이터 전송을 요청하면 최대 12개월 내 데이터를 조회할 수 있었지만, 2.0 체계에서는 이를 1개월로 단축했다. 그러면서 조회 기간을 하루 단위로 세밀하게 설정할 수 없는 문제가 생겼다.
카드나 통신 청구서 등을 정기 전송한 이후에 새로 생성된 정보가 조회되지 않는 '데이터 공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혁신을 위해 추진된 2.0 체계가 오히려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에 금융보안원은 카드 기본정보 조회, 통신 청구 정보 조회, 통신 납입내역 조회 등 3개 API에 한해 비정기 전송 시 최대 3개월까지 조회를 허용하기로 했다. 표준 API 규격도 이에 맞춰 개정을 예고됐다.
문제는 규격 변경이 단순 수정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개발·테스트 과정을 다시 진행해야 하고, 카드사 등 중계기관과 연계된 시스템은 추가 검증 기간이 더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3일 전 고지만으로는 정상적인 테스트가 불가능하다”며 “단기간 내 테스트를 하는 것은 그만큼 마이데이터 품질에 악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력이 부족한 기업은 3일만에 제대로 테스트를 하지 못한다”며 “일정을 미루더라도 안전하게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두호 기자 walnut_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