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중견 건설사, 업황부진에 부채비율 올해 더 부실
미분양 확산·SOC 감소 등 영향...건설업계, 위기감 고조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자금줄이 막히는 이른바 ′돈맥경화′가 건설업계를 덮치면서 중견 건설사를 중심으로 부채비율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코오롱글로벌과 금호건설, SGC E&C 등 중견 건설사들의 부채비율이 올해 더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에도 미분양 확산과 건설업황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관측되는 탓이다. 특히 대형사 대비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견사들의 줄도산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 코오롱글로벌·금호건설·SGC E&C, 올해 말 부채비율 400% 안팎
4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건설사의 현금 유동성이 악화하면서 올해 주요 중견 건설사의 부채비율이 300%를 웃돌 것으로 분석된다. 부채비율은 부채 총액을 자본 총액으로 나눈 것이다.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평가하는 지표로 인식된다. 부채비율이 200% 이상이면 재무 관리가 필요한 수준으로, 300%를 넘으면 재무건전성이 위험한 상황으로 평가된다.

대표적으로 시공능력평가 19위 코오롱글로벌의 부채비율(연결기준)은 올해 말 508.1%로 치솟을 것으로 추측된다. 2023년 말(364.2%) 대비 증가한 수치이자, 올해 초 법정관리를 신청한 신동아건설의 2023년 말 부채비율(428.8%)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전체 매출에서 건축‧주택 부문의 비중이 높아 부동산시장 불황이 실적 타격으로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역시 시장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코오롱글로벌의 재무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20위 금호건설의 올해 부채비율은 2023년 말(260.2%) 대비 증가한 396.7%일 것으로 추산된다. 미분양 리스크가 높은 지방 위주의 주택 사업으로 공사비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탓이다. 올해에도 금호건설이 분양할 예정인 4346가구 중 77.1%(3354가구)가 지방 사업장이다. 향후 지방 미분양 문제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재무 리스크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공능력평가 40위 SGC E&C의 올해 말 부채비율은 357.9%일 것으로 예상된다. 마찬가지로 2023년 말(293.8%)보다 부채비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SGC E&C는 비교적 원가율이 낮은 플랜트사업 위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며 재무 지표 개선에 힘쓰고 있다. 다만 2023년 시공한 인천 원창동 소재 물류센터의 채무 부담 여파로 인한 금융비용 증가 현상이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건설업계에 ′돈맥경화′가 본격화한 상황이지만 자체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해 돌파구를 찾겠다는 게 회사측 각오다. 코오롱글로벌 관계자는 "수익화가 빠른 비주택 부문을 확대하고 더 많은 기업 고객을 유치하는 등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만드는 데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금호건설 관계자는 "수익성이 확보된 양질의 사업을 선별적으로 수주하고,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단계별 원가 관리 방안을 철저히 실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미분양 확산, 업황부진 장기화...중견사 더 ′취약′
이들 기업뿐 아니라 중견 건설사 전반의 위기감은 고조되는 분위기다. 올해 들어 신동아건설, 대우조선해양, 삼부토건, 안강건설 등 중견사의 법정관리 신청이 이어지며 타 중견사 역시 생존 위기를 느끼는 것이다.
한 중견사 관계자는 "중견사들은 주택 위주로 사업을 전개하기 때문에 최근 지방 분양 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자금 조달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위기감을 느낀다"며 "특히 대형사처럼 그룹사의 지원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중견사들은 더욱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중견사 관계자는 "공사비 증가, 환율 상승 등 건설업계 위기가 국내외 여러 이슈로 장기화되며 중견건설사들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올해 중견 건설사 전반의 부진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올해에도 원자재값, 인건비 증가 등 원가율 상승을 부추기는 현상이 이어지는 흐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형사보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견사의 생존 위기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평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건설업은 등락이 있고 한번 방향성이 바뀌면 적어도 수년간 지속되기 때문에 단기 업황번화를 기대하긴 어렵다"며 "업황의 등락이 있을 때마다 우량기업들을 중심으로 업계가 재편되는 양상이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견사는 대형사보다 상대적으로 사업 영역이 좁고 자금 여력이 약한 경우가 많다"며 "부동산시장 호황기에 공격적으로 사업을 벌려놓은 중견사의 경우 올해 상황이 더욱 나빠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blue9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