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베이글 전설의 그녀 "나도 당신도, '나'인 게 어렵지 않길"

2025-06-16

이 책을 읽고 저자를 만난 적이 없는데 둘도 없는 친구를 만난 것 같다면, 당신은 외로웠지만 이제는 외롭지 않을 사람이다. 남이 바라는 내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나로서 존재하는 일이 깜짝 놀랄만큼 쉬울 수 있음을 알 수 있어서다. 나의 가장 친한 친구는, 나 자신이어야 마땅하다는 것. 『료의 생각 없는 생각』(열림원)의 저자가 자신의 이름을 '동료'를 뜻하는 한자어 료(僚)라고 정한 까닭이다. 그에게 본명이나 나이를 묻는 건 시간 낭비다. 그는 명함으로 스스로를 증명하지 않는다. 자신이 스스로 한 일이 그 자신의 증거다. "주말 3시간 웨이팅은 기본"이라는 후기가 가득한 런던베이글뮤지엄을 만든 이가 그다.

서울에만 지점이 여럿인 런던베이글뮤지엄의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현실로 만들어내고 지금은 '브랜드 총괄 디렉터'로 있는 사람. 그가 첫 책을 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성공 비결은 없다. 표지에 영어로 적은 문장, "다른 누군가가 아닌 나 자신으로 산다는 것(Being yourself, not being someone)"에 관한 에세이와 사진, 그림의 모음집이다. 19세기 말 영국작가 오스카 와일드가 했다는 말,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을 선택하라. 다른 사람은 이미 다른 사람이 다 하고 있다(Be youreself. Everyone else is taken)"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말을 한 료를 16일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 후 별도로 만났다.

그는 "뭘 팔겠다거나, 돈을 많이 벌겠다는 생각으로 (런던베이글뮤지엄을) 한 게 아니었다"거나 "내가 제일 성장할 수 있었던 시간은 (내가) 가장 약하고 두려움이 가득한, 비에 젖은 작은 새 같던 시절이었다"고 운을 뗐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간담회 내용도 녹아있음을 밝혀둔다.

런던베이글뮤지엄이라는 현상의 의미는 뭐라고 자가 진단하나.

"런던에 갔을 때, (그때까지의) 직업을 일순간에 바꾸고 싶을만큼 강렬한 전환점의 순간을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 전까지의 나는 누군가의 시선에 의해 사는 게 익숙했다. 그런데 그 공간에서, 서로 다른 인종과 연령대의 사람들이 각자의 흐름으로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일하는 것을 보면서, 온전히 '나'라는 존재를 향해 화살표가 꽂히는 순간을 맞았다. 이런 공간을 만들어서 내가 그 안에 있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찼다. 그 안에서 뭘 팔고 싶다, 돈을 벌고 싶다, 부를 창출하겠어, 이런 게 아니었다. 내가 나의 첫 소비자가 되어, 나를 설득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 게 트렌드가 되었던 거다. 현상이라고 본다."

트렌드 현상이 폭발했을때, 어떤 마음이 들었나.

"이해를 받았다는 안심, 안도감을 느꼈다.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구나, 내 생각이 누군가와 맞닿을 수 있구나, 라는 안도감 등등이 들었다. 감사한 일이다."

나라는 존재를 찾기 위한 혼자만의 시간을 강조했는데.

"나는 7~8세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아이였다. 조금 강한 어린이였달까. 너댓살때부터 사실, 그런 신(scene)들이 기억에 남아있다. 어려서부터 그런 생각을 많이 하다보니, 살아남는 방법도 무언가 다를 거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사실 사람은 모두가 다 다르다. 내가 남이 바라는 나로 설득이 되어져서, 뇌의 3%만 쓰고 살아도 된다고 규정이 되지 않는 게 나에겐 소중한 일이다. 내가 아직 모르는 나, 경험을 하지 않은 나를 좀 더 발견한다면 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그래서 조금도 게으르기 싫다. 우리의 뇌 용량이 이렇게 큰 건 다 이유가 있지 않을까."

내가 나로 살아간다는 건 바쁘고 외로우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맞다. 많이들 '나는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다'라고 얘기하는데, 사실 너무너무 간단하다. 내가 살아가면서 나 스스로에게 주는 인풋(input, 입력)을 아웃풋(output, 출력)으로 바꾸는 의지가 있으면 된다. 빨래를 한다고 생각해보자. 빨래에 포커스를 두지 않고, 그 빨래를 하는 내 자신에 집중을 해보는 거다. 친구와 얘기를 나누면서도 친구와 얘기를 나누는 나에 집중하는 거다. 그렇게 내가 나의 아웃풋을 관찰하고, 모으고, 아카이브로 만들면 나라는 존재가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인스타그램도 추천하는데, 다들 셀카를 올리고 그냥 끝이지만, 나는 내가 올린 사진을 확대도 해보고 자꾸 다시 본다. 내가 나를 알기 위해서다. 어차피 나는 이 세상에 나 하나뿐이다."

내가 나인 게 왜 중요한가.

"우린 남과 같아지지 못해서 불안해한다. 남들과 같은 행동, 남들이 옳다고 정해놓은 것, 남들이 정의하는 행복의 기준에 한 번이라도 스스로 진지하게 질문을 던졌으면 한다. 그 답을 더듬더듬 힘들게 찾게 되더라도, 그렇게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한다. 인생의 큰 터닝포인트 전 단계는 너무도 약하고, 아무 것도 모르겠고, 너무 무서워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뒤에 오더라. 막막했지만 그래도 발을 떼보려고 했던 그 어떤 때, 그게 시작이다. 그 시기를 반복하다보면 전환점은 온다. 누군가의 최단거리가 나의 최단거리는 아니다."

사는 게 너무 힘들어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

"결국 그것도 더 잘 살고 싶은 마음에서 나오는 생각이다. 그래서 더욱 메타인지라는 것, 자기 객관화라는 거가 중요하다. 그런 생각이 든다고 치자. 그럼 그 과정을 기록해보자. 수면제를 사는 내 모습, 구매한 수면제를 사진을 찍어서 기록하고 들여다보자. 내 모습을 상상해보자. 그럼 나 자신이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관찰을 하게 된다. 나는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다. 이 세상에 나는 나뿐이니까. 모두가 그런 비에 젖은 작은 새와 같은 순간이 있고, 내게는 그게 가장 성장을 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 런던베이글뮤지엄을 만들기 직전에도 사실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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