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갈등, 관세에서 비자로 확전하나…유학생 맞추방 가능성

2025-05-29

美中 갈등, 관세에서 비자로 확전하나…유학생 맞추방 가능성

美, 중국인 유학생 비자 대거 취소 예고 '파장'…民官 동일시 기조

中도 '맞불' 가능성…관세 휴전 한 달도 안 지나 美中관계 '암운'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관세로 시작한 미중 갈등이 인적 교류 영역으로 확전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2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중국 학생들에 대한 비자를 공격적으로 취소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취소 대상에는 "중국 공산당과 관련"이 있는 학생 또는 "핵심 분야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포함된다고 성명은 밝혔다.

아울러 성명은 앞으로 중국과 홍콩에서 접수될 미국 입국 비자 신청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기 위해 비자 관련 기준을 개정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번 정책은 중국 공산당 정부와 중국 민간인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기조 하에, 미국에서 공부하는 중국 학생들을 '잠재적 중국 스파이'로 간주하겠다는 입장을 선언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으로 보인다.

중국인 유학생들이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취득한 산업과 안보 관련 정보를 중국 정부에 제공할 수 있는 만큼 기술과 정보 유출을 원천 차단하는 극단적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작년 11월 미국 국무부 교육문화국과 국제교육연구소가 발간한 '오픈도어'에 따르면 2023∼2024학년도에 미국 대학에서 유학 중인 중국 출신 학생은 27만7천여 명으로 전체 외국 유학생의 약 25%를 차지했다. 인도에 이어 전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았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부터 본격화한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하면서 미중간의 비자, 즉 인적 교류를 둘러싼 갈등은 이전에도 언론을 포함한 특정 직역에서 있었다.

지난 2020년 미국은 중국 관영 매체들을 중국 정부의 통제를 받는 '외국 사절단'으로 지정하고, 그해 5월 재미 중국 특파원에 대해 90일마다 비자를 갱신하도록 했다. 그러자 중국은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주중 특파원에 대해 외신 기자증을 회수하고, 중국에 주재하는 미국 언론 특파원들에 대해 미측과 동일한 비자 정책을 취했다.

이 갈등 와중에 미국과 중국에 주재하는 상대국 언론 특파원 수는 급격히 줄어 들었다.

미국내 수십만명에 달하는 중국인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미국의 이번 비자 취소 정책은 그 규모와 파급 효과 면에서 트럼프 1기 때 언론인을 대상으로 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를 것으로 보인다.

중국도 '맞불조치'를 취할 경우 양국간 핵심적인 인적 왕래 및 상호 이해의 통로인 유학생 교류가 당분간 거의 차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서로 100% 넘는 관세를 부과하며 '관세 치킨게임'을 벌이던 미중이 지난 10∼11일 제네바에서 열린 고위급 회담을 통해 '90일 휴전'에 합의한지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양국 관계는 다시 급격히 냉각될 수 있어 보인다.

특히 양국 국민들의 상대국에 대한 정서가 한층 더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 같은 정책을 도입한 것은 학생들을 활용한 중국의 '스파이 행위'를 차단하겠다는 대(對)중국 견제 차원의 명분뿐 아니라, 미국에 초당적으로 존재하는 반중(反中) 정서에 바탕한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 때리기' 정책에는 대체로 여론의 폭넓은 지지가 있어 왔음을 트럼프 대통령이 감안했을 수 있는 것이다.

관세 정책을 둘러싼 난맥상 속에 중국에 대해 145%까지 올렸던 관세를 115% 포인트 인하하기로 합의하면서 체면을 구긴 트럼프 대통령의 '승부욕'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정부의 인사 및 교육 내용 관여 허용을 거부하고 있는 하버드대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취하고 있는 대대적인 압박과의 연관성도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버드대의 반(反)유대주의 성향을 문제 삼는 동시에 하버드의 유학생 수가 30% 이상이라며 하버드대로 가는 정부 지원금 중 상당액이 외국인들을 위해 사용된다는 논리를 폈다.

그리고 하버드대 압박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는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하버드대가 캠퍼스 내에서 폭력과 반유대주의를 조장하고 중국 공산당과 협력한 것에 대해 책임을 묻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의 오랜 교류 전통을 가진 하버드대에 대해 반유대주의와 함께 친중(親中) 프레임을 씌워 공격하려는 전략과, 중국인 유학생에 대한 대대적인 비자 취소 정책이 서로 연결돼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이 같은 비자 취소 정책을 트럼프 행정부가 얼마나 강도 높게 시행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관세와 마찬가지로 중국인 학생들을 추방하는 것 역시 미국 스스로 감당해야 할 '타격'이 작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각 대학들이 외국인 유학생들의 등록금에 재정의 상당 부분을 의지하는 상황에서 유학생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 학생들을 대거 추방할 경우 관세 문제에서 미국 업계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피해를 호소했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을 전망이다.

중국의 대응 수위도 변수이긴 마찬가지다. 수많은 공산당 간부의 자녀가 미국 유학을 접고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정권으로서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기에 대화를 통한 '타협'을 모색하려 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려워 보인다.

중국에도 미국인 유학생들이 있지만 그 숫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크게 줄어 현재 1천명 미만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중국이 대등한 보복 조치에 나서더라도 그 효과는 상징적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전반적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자존심과 국내 정치적 이해가 걸린 양국간 갈등의 전선은 확대되는 흐름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정상회담 개최 등을 통해 '반전'의 계기를 만들기 전까지는 양국간 갈등이 지속되고 증폭될 가능성에 현재로선 무게가 실린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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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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