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 후보, 이재명은 누구인가···“내 인생은 위기가 아닌 때가 없었다”

2025-04-27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7일 대선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세 번째 대선 도전, 두 번째 본선행이다.

이 후보는 12·3 불법계엄 사태 후 치러지는 6·3 대선에 출마하며 “겨울이 깊었던 만큼 봄은 더 따뜻할 것”(지난 10일)이라고 말했다. 대선 승리가 어느 때보다 가까워 정치 인생에서 최대 전환점을 맞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를 오래 보좌한 한 인사는 “이 후보 삶의 겨울도 참 깊었다”고 말했다. 정치인 이재명의 여정이 굴곡의 연속이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 역시 최근 발간한 회고록 <결국 국민이 합니다>에 “내 인생은 위기가 아닌 때가 없었다”고 적었다. 소년공과 시민운동가를 거쳐 경기지사 등 굵직한 직을 맡으면서도 대체로 비주류의 길을 걸었다.

지난 대선 이후 거대야당의 확고한 주류로 자리매김했다. 민주당 대표를 연임했고, 당은 친이재명계 위주로 재편됐다. 구 여권의 공격과 사법리스크는 이어졌다. 변방에서 중심으로 이동을 거듭해 온 그가 약점을 극복하고 국정운영 최고책임자로 설지 38일 뒤 결정된다.

■소년공의 정의“쥐어터지지 않는 삶”

이 후보는 경북 안동시에서 5남 2녀 중 다섯째로 태어났다. 공식적으로 1964년 12월22일생이지만, 1963년 10월 태어났다고 한다. 곤궁한 형편 탓에 출생신고를 제때 하지 못했고, 이후 어머니가 점쟁이에게 물어 생일을 정했다고 전해진다.

1976년 안동 삼계국민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경기 성남시 상대원동으로 이주했다. 12세에 동마고무에서 소년공 생활을 시작했다. 야구 글러브를 만드는 프레스에 왼쪽 팔뚝을 찍혔다. 이 사고로 6급 지체장애 판정을 받았다.

소년공 시절 구타를 당하곤 했다. 이 후보는 2017년 발간한 <이재명은 합니다>에서 당시 ‘자유로운 삶’을 “남에게 쥐어터지지 않는 것”이라고 정의했었다고 밝혔다.

고입(1978년)과 대입(1980년) 검정고시를 거쳐 1982년 중앙대 법학과에 입학했다. 1986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노동법·기본권 학회에서 활동했다. 당시 부산에서 인권변호사로 일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강연을 듣고 인권변호사의 뜻을 굳혔다고 한다.

1989년 성남에 변호사 사무실을 차렸고, 1994년 성남시민모임(성남참여연대) 창립에 깊이 관여했다. 분당 백궁·정자지구 용도 변경 특혜 의혹 제기, 파크뷰 특혜 분양 의혹 제기를 주도했다. 다만 이 후보는 파크뷰 사건을 취재하던 KBS 프로듀서가 검사를 사칭해 김병량 당시 성남시장을 취재하는 데 도움을 줬다는 혐의로 2003년 7월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았다.

■지자체 행정가에서 중앙 정치로

성남시장과 분당갑 국회의원 도전에 실패한 뒤 2010년 성남시장 선거에 다시 출마해 당선됐다. 즉각 광폭 행보를 폈다. 지방정부 최초로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고 3년 만에 부채 4572억원을 갚았다. 숙원 사업이던 성남시립의료원도 2013년 착공했다.

2014년 성남시장 재선에 성공한 뒤에는 기본소득과 유사한 청년 배당, 중학생 대상 무상교복 지원을 현실화했다. SNS도 적극 활용했다. 이때 결성된 지지자 모임 ‘손가락 혁명군’은 이 후보의 핵심 지지 세력이 됐다.

중앙 정치권의 주목을 받은 것은 2016년이다. 당시 박근혜 정부가 성남시 등 경기도 6개 지방자치단체의 세입 5000억원을 다른 지자체에 배분하기로 하자 11일간 단식 투쟁을 벌였다. 그해 10월 ‘박근혜-최순실(개명 후 최서원) 국정농단 사태’가 터졌고, 제도권 정치인으론 처음으로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하야를 공개 주장했다.

2017년 19대 대선 민주당 경선에 참여했다. 문재인(57.0%)·안희정(21.5%) 후보에 이어 3위(21.2%)를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반문재인(반문) 이미지가 굳어졌다. 2018년 경기지사 민주당 경선에서도 친문재인(친문) 진영과 부딪혔다. 본선에선 ‘형수 욕설 논란’과 ‘여배우 스캔들’로 곤욕을 치렀다.

경기지사 당선 후에는 선거 토론 중 “셋째 형 정신병원 입원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한 부분 등이 문제가 돼 허위사실 공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됐다. 2심에서 일부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2020년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해 기사회생했다.

■일하는 지사…두 번째 고배

경기지사 시절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결단력 있는 행정가 이미지를 굳혔다. 도민에게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했고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시설을 강제 봉쇄했다. 문재인 정부의 재난지원금 선별 지급을 비판해 논란이 됐다. 이는 ‘기본소득’이 이 후보 정책의 상징으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됐다.

경기도 계곡 불법 영업 정비 등 과감한 행정력도 선보였다. 90%대의 높은 공약 이행률 등을 정치적 자산으로 삼아 2021년 민주당 20대 대선 경선에 나서 후보로 선출됐다.

당시만 해도 비주류 이미지가 강해 경선 과정은 쉽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이낙연 후보와의 맞대결은 이 후보와 당에 상처를 남겼다.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이른바 ‘대장동 이슈’는 두고두고 악재가 됐다. 친명계 핵심 의원은 “본선에서 친문의 적극적 도움을 받지 못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0선’ 대선 후보들끼리 붙은 본선도 녹록지 않았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등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이 후보 핵심 측근은 “(지난 대선 당시) 대장동 늪에 빠졌고 이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패인”이라고 말했다.

20대 대선은 역대 최악의 비호감 대선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때 높아진 비호감도는 현재까지도 이 후보의 해결 과제로 꼽힌다. 결과적으로 0.73%포인트 차이로 패하며 또다시 고배를 마셨다.

■강력한 정부 견제, 끊이지 않은 사법리스크

대선 패배 두 달 만인 2022년 6월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그해 8월 민주당 대표 자리에 올랐다. 22대 총선에서 친이재명(친명)계 인사가 대거 원내에 진입하면서 당을 확실히 틀어쥐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천 과정에서 비이재명(비명)계가 대거 배제돼 일명 ‘비명횡사’ 논란이 일었다. 이후 당을 일극 체제로 만들었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이 후보 체제의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에 강력한 비토권을 행사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4월 22대 총선에서 압승했고, 이 대표는 그해 8월 대표 연임에 성공했다. 민주당은 이 후보 체제 아래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30차례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 발의 등 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지난해 12월엔 헌정사상 최초로 야당의 감액안 만이 반영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일부에선 정치 실종에 대한 공동 책임을 지적했다. 윤 전 대통령의 계속되는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와 국회 무시 행보에 맞서면서 독단적 국정운영을 막아냈다는 시각도 있다.

사법리스크는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지난해 11월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해외 출장 기간 중 골프를 하지 않았다는 발언,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 변경 특혜가 국토교통부 압박으로 이뤄졌다는 취지의 발언이 모두 허위사실 공표로 인정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지난달 항소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고 대선 가도에 날개를 달았다.

■불법계엄 해제 주역…‘어대명’ 굳히기?

윤 전 대통령의 12·3 불법계엄 이후 당내에선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 후보는 당시 국회가 계엄 해제를 의결할 수 있도록 소속 의원들을 본회의장으로 불러 모았다.

국회 이동 중 SNS 라이브를 하면서 시민들을 국회 앞으로 모이게 하는 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후보는 <결국 국민이 합니다>에서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했다”고 밝혔다. 친명계는 “이 후보가 대통령 자격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결정적 계기”(한 수도권 의원)로 이날의 대처를 꼽는다.

이 후보는 지난해 12월14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끌어냈다. 이후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이 장기화하자 광화문광장에 천막당사를 설치하는 등 거리로 나섰다. 헌재는 결국 지난 4일 윤 전 대통령 파면을 결정했고, 이 후보는 10일 21대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위대한 대한국민의 훌륭한 도구, 최고의 도구 이재명이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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