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양=뉴스1) 이재명 기자 = 21대 대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후보가 27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수도권·강원·제주 합동연설회에서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2025.4.27/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고양=뉴스1) 이재명 기자
'구대명'(90% 득표율로 대선 후보는 이재명)이 현실이 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90%에 육박한 최종 득표율(89.77%)로 본선행을 확정지으면서다. 전례가 드물어 논란이 됐던 2022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가 결과적으로 이 후보에게 '묘수'가 됐다는 평가다. 만약 기세를 몰아 이 후보가 대선 본선에서도 승리한다면 이 후보는 민선 기초·광역 지방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을 두루 역임한 최초의 대통령이 된다.
이 후보의 '흙수저'로 대변되는 굴곡진 인생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주민등록상 1964년 12월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넉넉하지 못했던 가정 형편 탓에 중·고등학교조차 제대로 다니지 못했다. 이 후보는 소년공 시절 일터에서 잦은 구타에 시달려야 했고 프레스에 눌려 팔은 굽었고 독한 약품 탓에 후각도 상당 부분 상실됐다. 이 후보는 자서전 등을 통해 10대 소년공의 탈출구는 공부밖에 없었다고 회고했다.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는 주경야독으로 중학교와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통과, 전액 장학금과 매월 생활비를 받는 조건으로 중앙대학교 법학과에 진학했다. 이후 사법고시에 합격해 변호사가 됐다. 이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강의를 듣고 감명 받아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2004년 성남 시립의료원 설립 운동에 참여했던 이력은 그의 정치적 자양분이 됐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걸어온 길/그래픽=김현정
성남시장·경기지사 거치며 대중들에 각인···"능력 입증한 후보에 기회를"
'정치인' 이재명이 빛을 발한 것은 2010년 성남시장에 당선되면서다. 전임 시장이 진 빚으로 성남시 모라토리엄(채무지불유예)을 선언, 긴축재정을 실행하면서도 취약계층 지원은 착실히 해나갔다. 청년·노인 일자리 확보, 청소용역 노동자·버스 기사 일자리 안정화, 시장실 개방 등을 통해 호평받은 그는 더 높은 지지를 받아 2014년 성남시장 재선에 성공했다.
첫 시장 경험에서 자신감을 얻은 그는 재선 시장 시절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는 정책들을 쏟아냈다. '청년 배당·무상산후조리지원·무상교복지원' 등 3대 무상복지 정책이 대표적이다.
또 생리용품 살 돈이 없어 신발 깔창을 대신 사용한다는 한 여고생의 사연이 전국에 알려졌던 2016년, 성남시가 전국 최초로 저소득층 청소년들에게 연 30만원의 생리용품 구입비를 지원한 것도 유명하다. 이 사업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 시절, 지역화폐 사업과 연계돼 확장됐다. 또 국가 및 지자체 주도의 여성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생리용품 지원 사업은 21대 국회에서 청소년복지 지원법 개정을 통해 전국으로 확대됐다.
이 후보를 지지하는 많은 대중들은 아직도 성남시장 시절의 이재명을 기억한다. 지난 26일 오후 민주당 경선이 열린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만난 한 40대 여성은 "(이 후보가) 성남시장을 지낼 때부터 바라보면서 존경했다"며 "당시 성남시의 모습이 우리 대한민국의 모습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능력을 입증한 후보에게 우리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패한 후 2018년 경기도로 무대를 옮겨서도 이 예비후보는 도지사로서 굵직한 족적들을 남겼다. 만 24세 경기도 청년들을 대상으로 분기별 25만원씩 연간 100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청년배당'을 실시했고 도지사 재임시절 경기도 용인시에 대규모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를 유치하는데 성공한 것 등이다. 코로나19(COVID-19) 대응에서도 이 후보는 적극 나섰다는 평가다. 당시 종교단체 신천지를 대상으로 방역 목적의 강제 조사를 실시하는 강수를 둬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성남시절, 경기도지사 시절 시민들과 실시간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소통한 것도 유명하다. 민주당 내 한 관계자는 "시정, 도정에 필요한 부분을 시민들로부터 SNS로 직접 전달받고 단체장이 이를 또 직접 SNS로 확인해주면서 이 후보에 대한 호응도가 커진 게 사실"이라며 "이 후보가 강조하는 '국민들이 정치 효능감을 느껴야 한다'는 말도 그와 같은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고양=뉴스1) 이재명 기자 = 21대 대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후보가 27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수도권·강원·제주 합동연설회에서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2025.4.27/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고양=뉴스1) 이재명 기자
대선 패배 후 두 달 만에 국회의원 선거 출마, 당권 장악···총선 승리 이끌며 대권 재도전 발판 마련
이 후보가 20대 대선에서 낙선한 지 두 달 만인 2022년 인천 계양을 보궐 선거에 도전한 것은 기존 정치 문법을 깬 행보였다. 선거에서 진 대선 주자는 상당시간 정치권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게 관례였다.
당시 이 후보는 "당이 처한 어려움과 위태로운 지방선거 상황을 외면할 수 없었다"며 "고심 끝에 민주당에 힘을 보태고 어려운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기 위해 정면돌파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잠행하지 않았기에 비판의 목소리도 컸지만 결론적으로 이 후보 입장에서 당시의 선택은 옳은 결정이었다. 이 후보가 국회에 입성했고 같은 해 8월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정기전국당원대회)에서 당대표에 올라 당권 장악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후 선거전을 진두지휘, 2023년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진교훈 민주당 후보의 승리, 2024년 4월 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민주당 압승(171석 확보)을 이끌며 2024년 8월 당대표 연임에 성공한 것은 물론 대권 재도전에의 발판도 확고히 했다. 특히 22대 총선에서 공천 과정을 지나며 '친명(친이재명)' 체제는 더욱 공고해졌다.
그 사이 고비도 여럿 넘겼다. 2023년 9월 국회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를 이유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이 후보는 구속 기로에 놓였다. 당시 서울중앙지법은 이 대표에 대한 영장실질심사 결과 검찰의 구속영장을 기각시켰고 이 후보는 가까스로 구속을 면했다.
그 후에도 그의 정치 생명은 여러 차례 위협 받았다. 지난해 11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1심에서 피선거권이 제한되는 징역 1년·집행유예 2년형을 받았는데 지난 3월 같은 사건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벼랑끝에서 살아난 것은 물론, 정치적으로 날개를 달게 됐다.
실제 목숨이 위태로웠던 적도 있다. 지난해 1월 부산 현장 활동 중 지지자를 가장한 한 남성으로부터 목 부위 흉기 습격을 받은 것이다. 이 후보는 "살인테러 미수 사건 이후 남은 생은 하늘이 준 덤으로 여기고 오직 국민과 나라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말씀드렸다"며 "또 다른 칼날이 저를 향한다고 해도 결코 두려워하거나 피하지 않겠다"고 했다.

[고양=뉴시스] 조성우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에 선출된 이재명(가운데) 후보가 27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수도권·강원·제주 합동연설회에서 김경수, 김동연 후보와 꽃다발을 들고 인사하고 있다. 2025.04.27. [email protected] /사진=조성우
이 후보를 곁에서 가까이 지켜본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에서의 3년이 '듣는 정치인 이재명'을 더 단련시켰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국회에서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의원들로부터 다양한 의견들을 듣고 수렴해 쟁점 사안들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과정의 반복은 이 후보에게 유연성을 더해줬다는 평가다. 본디 실용주의자이긴 하나 국회의원이 되기 전 행정가로서의 경험만 가졌던 이 후보는 '독선적일 것'이란 이미지가 강했다.
국회의원이자 야당 대표를 지냈던 경험은 실제 이 후보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한 듯하다. 이 후보는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중시한다는 뜻으로 지난 11일 대권 도전 비전 발표 장소로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을 택했다. 지난 25일 방송사 TV토론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누구를 제일 먼저 만나겠냐는 질문에 "야당 대표를 만나 허심탄회하게 터놓고 이야기하겠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이 후보가 만약 대선 본선에서도 승리하다면 사상 처음으로 기초·광역지자체장, 국회의원을 모두 거친 후보, 즉 행정과 입법에 대한 이해도가 두루 높은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으로 다양한 성과들을 낼 것이란 기대가 당 내에서 나온다.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는 27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보통 대선 패배 후 대선 후보였던 정치인은 휴지기를 가졌지만 이 후보가 곧바로 국회의원에 출마해 당대표에 도전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다"며 "이 후보는 정면돌파를 택해 당을 빠르게 '친명계 민주당'으로 탈바꿈시켰다. 짧은 기간 내 이런 조직 장악 사례는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그 과정에서 논란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지만 이 후보가 행정가로서 보여준 행정 능력, 의원으로서 보여준 정치적 위기 돌파 능력 등이 이번 12.3 비상계엄 사태를 지나며 결과적으로 이 후보를 누구도 대체 못할 대안으로 만들어내 현재의 성과물로 돌아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고양=뉴시스] 조성우 기자 = 27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수도권·강원·제주 합동연설회에서 이재명 후보가 대선후보로 선출된 후 수락연설을 하기 위해 무대로 향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04.27. [email protected] /사진=고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