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섭 편집위원

아르헨티나 베르골리오 추기경이 콘클라베에 참석하기 위해 로마로 떠날 때 몇몇 신부가 돈을 모아 그의 낡은 구두를 새 구두로 바꿔 신겼다.…하느님께서 물으실 때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가 답이라고 응답하던 그였다. …가난한 이를 위한 겸손과 청빈으로 성자가 된 바로 그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그날 교황청 리무진을 물리치고 셔틀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와 저녁을 들면서 추기경들에게 건넨 건배사는 이러하였다.
“하느님께서 나를 뽑은 당신들을 용서해 주시기를…”윤효 시인의 ‘교황 프란치스코 1세’다.
윤효 시인은 불교 신자라고 한다.
그래도 교황의 청빈함에 반해 이러한 시를 남겼을 것이다.
그가 남긴 재산은 달랑 14만원. 교황은 그야말로 가난한 이의 교황이면서 스스로도 빈자였던 셈이다.
그는 묘비문에는 자신의 교황명 하나만 라틴어로 단출하게 새겨달라 했고 관도 한 개의 목관으로 간소화하길 원했다. 그는 마지막까지 청빈함을 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으로 내달 초 교황을 선출하는 회의인 ‘콘클라베’가 시작된다. 차기 교황 후보로 유럽계 4명, 아시아계 1명, 아프리카계 1명이 거론되고 있다.
뉴욕타임즈가 전문가를 통해 밝힌 유력 후보를 보면 피에르바티스타 피자발라(60·이탈리아), 피에트로 파롤린(70·이탈리아), 프리돌린 암봉고(65·콩고민주공화국),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67·필리핀), 마테오 주피(69·이탈리아), 페테르 에르되(72·헝가리) 등이다.
또한 이탈리아 유력 일간지이면서 교황청 사정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진 코리에레델라세라는 유력 후보 12명을 거론했는데 이 중에는 한국인도 포함돼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주인공은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74) 라자로 추기경이다.
그는 충남 논산 출신이며, 가톨릭대 신학대를 나와 로마 라테라노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3년 주교품을 받고 2005년 대전교구장에 임명됐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2021년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에 발탁되면서 대주교로 승품했고 이듬해 한국인으로서는 네 번째 추기경에 서임됐다.
유 추기경은 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계엄선포라는 믿을 수 없는 소식을 접하고 참담하기 이루 말할 수 없다. 정의에는 중립이 없다”며 헌재가 정의의 판결을 내려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자기 자신을 ‘직진하는 성격’이라고 한다. 그가 교황석에 직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