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교회의 건강한 미래

2025-04-27

지난주 교황 프란치스코가 서거했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대변했다. 환경 보호와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 교회 내 부패와 성범죄에 대한 개혁 조치 등이 그가 남긴 대표적인 업적이다. 그가 보여준 포용력과 겸손한 리더십은 전 세계인의 존경을 받았다. “전쟁을 중단하고, 굶주린 이들을 도우라.”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교황 프란치스코의 서거 후 열리는 이번 콘클라베는 역사상 처음으로 유럽 출신 추기경이 과반수 이하인 구성을 갖게 된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등 비서구권 출신 추기경의 참여가 두드러져 가톨릭 교회 역사상 최초로 백인이 아닌 교황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로마 제국에서 스페인 출신 트라야누스 황제나 아프리카 출신 셉티미우스 세베루스 황제가 등장했던 것과 같은 역사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더 이상 제국의 중심이 로마 시민권을 가진 이탈리아 본토인들에게만 국한되지 않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서구에서 발전한 가톨릭 교회의 위계 구조는 매우 중앙집권적이지만, 지도자를 선출하는 과정만큼은 상대적으로 민주적이다. 전 세계의 추기경들이 비밀 투표를 통해 권력을 교체하는 모습은 전통적 동양 종교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양상이다. 한편 1054년 대분열(Great Schism)로 가톨릭과 분리된 동방정교회는 민족적이고 지역적인 특성에 기반한 분산적 권력 구조를 유지해 왔다. 이 대분열은 동방정교회가 로마 교황의 중앙집권적 권위를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 주요한 배경 중 하나였다. 만약 아시아 혹은 아프리카 출신의 교황이 선출된다면 가톨릭 교회는 민족적 특성을 중시하는 동방정교회와는 달리, 보다 글로벌하고 통합적인 방향성을 추구하면서도 로컬한 특성을 포용하는 진정한 의미의 세계 종교로서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다.

김승중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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