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 탈시설 권리를 요구하며 서울 혜화동 성당 종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활동가 2명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이소진 판사(당직법관)는 5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주거침입) 혐의를 받는 이모씨와 민모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피의자에 대한 구속의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이 판사는 “피의자가 사실관계를 다투지 않고 주로 법리적인 주장을 하고 있는 점, 범죄 혐의에 관해 객관적인 증거가 다수 확보돼 있는 점 등에 비춰 추가적인 증거인멸의 염려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피의자의 일정한 주거와 직업, 가족관계 등에 비춰 보면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씨와 민씨를 포함한 전장연 활동가 3명은 지난달 18일 “천주교가 전국 175개 장애인 거주시설을 운영하면서 시설 운영 주체로서의 이해관계에 얽매여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에 명시된 탈시설 권리를 거부하고 있다”며 혜화동 성당 종탑에서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이들은 농성 돌입 15일 만인 지난 2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천주교 서울대교구 측과 면담이 성사되자 농성을 종료했다.
경찰은 이들이 농성을 접고 내려온 당일 3명을 곧바로 긴급체포했다. 전장연은 농성 활동가들이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도 경찰이 긴급체포했다고 반발했다. 경찰은 전날 이씨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전장연은 이날 영장실질심사 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속영장 기각을 촉구했다. 전장연은 “두 활동가는 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시민으로 살아갈 권리가 있음을 외치기 위해 종탑에 올랐고 평화롭게 농성을 한 후 자발적으로 내려왔다”며 “상근 활동가로서 도주의 우려가 없고 고공농성 물품이 이미 압수당해 증거인멸의 우려도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