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내란과 심리적 내전

2025-02-13

계엄군이 출동해 불법적으로 국회, 선관위를 장악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무력적 친위쿠데타는 실패했지만 이를 옹호하는 세력이 있어 심리적 친위쿠데타는 지속하고 있다. 극우세력과 국힘당 그리고 상당한 보수세력이 불법계엄을 옹호하면서 심리적 내란이 이제 심리적 내전으로까지 악화되고 있다. 정치성향이 다르면 서로 술자리도, 대화도, 친구도, 연애도, 결혼도 않으려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서로 성질만 나니 아예 안 만나고 안 듣는 것이 편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악화시켜 이제 국민들끼리 일상에서도 서로 적대하도록 만들고 있다.

물론 다른 선진국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 10% 정도가 극우(폭력을 용인하는 강경보수)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온건파나 중도파가 더 많지만 이들은 투표는 하지만 정치참여에는 적극적이지 않아, 소수의 강경파가 정치토론이나 의제를 주도하고 상당수 온건파들까지 이들에 끌려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왜 선진국에서 극우파가 증가하고 있을까? 그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보인다. 첫째는 경제적 불안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선진국 이전에는 제조업으로 안정된 직장과 중산층을 주력으로 하는 사회를 이룩했고 상당히 안정된 성장을 했지만, 이제 제조업이 무너졌다. 선진국의 제조업이 동아시아 공업국에 밀려 쇠퇴하면서 안정된 중산층 직장들이 대거 사라지고 불안정한 비정규직은 크게 늘어났다. IT와 서비스경제로 전환되면서 고임금 일자리도 늘어났지만 동시에 비정규직이나 저임금 서비스직은 더 많이 늘어났다. 또한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서 소수를 제외한 대중들의 경제적 불안이 계속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가장 심한 박탈감을 느끼는 젊은 남성들과 노인들의 극우화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불안한 기득권을 지키거나 편입하려는 세력이 극우화를 부추기고 있다.

두 번째 원인은 유튜브와 같은 개인화된 디지털 매체가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계속 듣게 하는 알고리즘으로 사람들을 편향된 버블에 가둬 편향된 사고 속에 빠지게 만든다. SNS를 통해 이념적 버블이 형성되면서 민주주의 모범국가로 불리는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극우파들이 쉽게 버블 속에서 결집하여 국회의사당이나 특정집단이나 사람에 대한 폭동을 모의하고 공격하는 시도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 결과 선진국에서 경제사회적 불안을 외국, 이민자, 여성진출, 환경보호의 탓으로 돌리며 이들에 대한 공격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또한 자국을 미화하는 방식으로 불안을 벗어나려는 경향도 크게 증가해, 역사왜곡이나 극단적 민족주의가 늘어나고, 이주민과 외국에 대한 혐오가 늘어나고 있다. 유럽과 미국이나 일본에서 이민금지와 외국혐오를 전면에 내세우는 극우세력이 온건하게 포장하면서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고 이탈리아에서는 집권까지 하게 되었다.

미국은 1970년대부터 제조업이 쇠퇴하면서 일본혐오가 크게 증가했고, 이제 중국혐오가 크게 상승했다. 일본도 1990년대부터 제조업이 쇠퇴하기 시작하면서 한국과 중국을 혐오하는 정서가 크게 증가하였고, 한국도 2010년대부터 제조업이 쇠퇴하기 시작하면서 중국에 대한 혐오가 늘어나고 있다. 냉전해체 후 국가마다 각자도생하면서 혐오대상 국가도 다양화되고 있다.

사람들이 불안한 상황이 되면 남의 탓을 하는 가짜뉴스나 선동에 쉽게 빠져들게 된다. 내 탓이 아니라 남의 탓이라고 해야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러한 상황을 만들었다고 믿어지는 타자(소수민족, 이민자, 난민, 여성, 정치적 반대세력, 기관, 외국 등)에 대한 적대의식이 높아진다. 그러한 유튜브나 SNS를 반복적으로 보고 있으면, 그러한 망상을 진짜 현실로 믿게 되고, 이들을 제거해야만 좋은 사회가 가능하다고 믿게 된다. 그래서 현실에서 진짜로 타자들을 제거하려고 한다. 그래서 타자들을 공격하고, 법원이나 기관들을 공격하고, 폭동을 일으킨다. 아무리 거짓뉴스나 선동이라고 알려줘도 버블에 갇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정덕<대구경북과학기술원 초빙석좌교수>

저작권자 © 전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