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 5주기를 앞두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유족의 결단으로 약 26조원이 넘는 유산 중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한 '이건희 유산'(KH Legacy)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유족은 한국 미술계 발전을 위해 이 선대회장이 평생 모은 문화재와 미술품 2만3000여점을 국가기관 등에 기증했다. 또 △감염병 극복에 7000억원 △소아암·희귀질환 지원에 3000억원 등 의료공헌에도 1조원을 기부했다.
이 중 국보 14건, 보물 46건 등을 포함한 2만3000여점의 미술품과 문화재는 '이건희 컬렉션'으로 불리며 예술에 대한 국민 관심을 높이고 한국 문화예술계 수준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건희 컬렉션은 2021년부터 총 35회에 걸쳐 전국 주요 전시관을 순회해 350만명 관람객을 끌어모았다. 이는 국내 역대 미술 전시회 중 최고 기록이다. △겸재 정선 '인왕제색도' △단원 김홍도 '추성부도' △국내 유일 고려 천수관음 불화 '천수관음 보살도' △이중섭 '황소' 등이 대표 기증작이다.
이건희 컬렉션 효과로 2022년 한국 미술시장은 사상 첫 1조원을 돌파했다.
고 이건희 선대회장은 2024년 리움미술관 개관식에서 “비록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지라도 이는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것으로서 우리 모두의 시대적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올해는 미국 스미스소니언 미술관(11월~2026년 2월)을 시작으로 미국 시카고미술관(2026년 3월~7월), 영국 대영박물관(2026년 9월~2027년 1월) 등 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이건희 컬렉션 해외 순회 특별전을 연다.
고인의 유산은 문화뿐만 아니라 감염병 극복과 소아암·희귀질환 치료를 위한 1조원 규모 의료기부로도 이어졌다. 소아암·희귀질환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진단·치료와 국내 감염병 대응의 컨트롤타워가 될 중앙감염병전문병원 건립의 주춧돌이 됐다.
현재까지 2만2000여명 환아가 치료와 연구지원을 받았다.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은 2028년 완공을 앞뒀다.
이 선대회장 유족의 의료기부 이후 유명 인사와 기업들의 기부가 잇따르며 한국 사회 전반에 '선한 영향력'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방탄소년단(BTS) 멤버 정국이 2023년 10억원을, 가수 이승기는 2022년 20억원을 각각 서울대 어린이 병원에 기부했다.
삼성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을 받아 생산성을 높인 감염병 진단키트 제조기업 코젠바이오텍은 2022년부터 매년 소아암 환자를 위해 기부하고 있다. 2024년까지 3년간 누적 기부액은 2억5000만원에 달한다.
삼성은 20일 오후 경기도 용인 삼성전자 인재개발원에서 이 선대회장 5주기 추모 음악회를 연다. 이 선대회장 기일 하루 전인 24일에는 5주기 추도식을 경기 수원 선영에서 연다. 유족과 삼성 사장단이 모여 신경영 철학 등 고인의 업적과 뜻을 기릴 것으로 보인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