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연말까지... 횡령·부당대출 '압박'
실적 냈지만... 기업금융·해외는 '글쎄'
이사회 "연임불가" 판단... "차기 주목↑"
[편집자 주] 올해 말 4대 은행장(KB·신한·우리·하나)의 임기가 모두 끝난다. 벌써부터 현 행장의 연임, 차기행장의 등장 하마평으로 업계는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호황을 견인했던 4대 은행장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시장경제>는 주요 은행장 4명이 직면한 '흥망성쇠'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우리은행의 앞날이 더 캄캄해졌다.
그간 발생했던 여러 금융사고로 신뢰는 땅에 떨어졌고 검찰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과 관련해 현 조병규 행장을 피의자로 적시했다. 여기에 우리금융지주 이사회는 조병규 행장의 연임이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안팎의 환란에 조 행장의 1년 반 임기가 끝나기도 전에 '흑역사'가 됐다.
조 행장은 2023년 7월 취임 이후 나름대로 실적을 차곡히 쌓아왔다. 우리은행의 실적 보고서를 종합하면 임기 첫해인 지난해 순익은 2조 5056억원(지배지분)으로 전년에 비해 13% 줄었지만 이듬해인 올해는 3개 분기 만에 2조 5244억원을 기록했다. 작년뿐만 아니라 2021년 연간 순이익(2조 3755억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견고한 이자이익에 비이자이익이 불어나면서 영업익은 9.3% 늘었다. 우리은행의 순익이 약 95%(2024년 3분기)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금융그룹도 은행의 호실적으로 순이익이 9.1% 증가했다. 4대 금융(KB·신한·우리·하나) 중에선 가장 높은 증가폭이다.
전체 실적은 불어났지만 일부 영업은 주춤했다. 3분기 영업부문별 순익(연결기준)을 살펴보면 특히 개인·기업금융의 순이익이 1년 새 각각 45.5%, 11.3% 쪼그라들었다. 특히 영업별 이자이익이 줄었는 데, 수익보다 이자비용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별개로 기업대출 규모는 확연히 늘어났다. 올해 3분기 기업여신은 195조원으로 작년 말(174조원)보다 21조원 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연체율도 같은 기간 0.10%포인트 올랐다. 영업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건전성 지표도 불안한 모습이었던 것이다.
기업금융은 조 행장의 취임 일성으로, 그는 작년 7월 당시 우리은행을 '기업금융의 명가'로 만들겠다고 밝혔으며, 최근엔 구로, 판교 등에 중소기업 특화채널인 비즈프라임센터를 개점하기도 했다. 또 2027년까지 기업대출을 30조원을 늘리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조 행장이 쌓아둔 숙제는 또 있다.
작년 10월 우리은행은 2030년까지 글로벌 수익의 비중을 2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을 골자로 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은행은 이 자리에서 동남아 3대 법인(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성장을 집중 지원하겠다고도 했다.
그렇지만 이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올 3분기에도 우리은행은 해외에서 전년에 비해 16% 줄어든 1546억원의 순익을 거뒀다. 신한, 하나은행의 순이익이 같은 기간 각각 24%, 13% 성장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앞서 지원하겠다고 했던 세 곳 중에선 인도네시아(인도네시아 우리소다라은행), 베트남(베트남우리은행)의 순익은 3%씩 빠졌고, 캄보디아(캄보디아우리은행)는 적자로 돌아섰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조달비용·대손충당금 증가, 현지 경제 상황 악화 등에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조 행장은 임기 내내 양적인 성장을 견인한 건 분명하다.
그렇지만 기업금융, 해외사업 등은 결과적으로 지지부진했다. 성과와 미제(未濟)가 모두 남아있는 상황. 그러나 조 행장은 지금 성과를 누릴수도, 미제를 챙길 수 도 없는 처지다. 내부직원이 저지른 100억원대 횡령을 수습할 틈도 없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사건 피의자가 된 것이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검찰은 현재 조 행장은 임종룡 현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함께 손 전 회장과 관련한 부당대출이 이뤄진 과정을 인지하고도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았는지 수사하고 있다. 모두 8월 금융감독원이 지적한 ▲금융사고 미보고·미공시 ▲늑장대처와 관련한 사안들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금융지주는 22일 이사회에서 조 행장의 연임이 불가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에 따르면 차기 행장 후보는 차주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조 행장의 임기가 1개월 가량 남아 있는 만큼 롱리스트(1차 후보군)이 발표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는 후보자조차 거론되지 않는 상황이다.
내부에선 차기 행장 선임에 대한 언급도 조심스러운 분위기도 감지된다. 횡령사고, 부당대출 등과 관련한 외부의 냉담한 시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도 "차기 행장 롱리스트와 관련해선 아직 진행 중이긴 하지만 결정된 것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전방위적인 압박 속 물러나는 조 행장의 자리에 어떤 인물이 등장할 지 우리은행 안팎엔 여전히 긴장감만 돌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