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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임실군 오수면은 의견의 성지나 다름없다. 모름지기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충견의 사연을 간직한 곳이다.
때는 신라 말~고려 초, 술에 취해 풀밭에 잠든 남자에게로 들불이 엄습했다. 곁에 있던 개는 수십수백 번 물을 오가며 제 몸을 적셔 주인을 살리고 죽었다. 그는 개를 묻고 무덤에 지팡이를 꽂았다. 지팡이는 자라서 나무가 됐다. 개 ‘오(獒)’, 나무 ‘수(樹)’, 오수라는 지명의 유래다.
이 동화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인 오수개를 내가, 아니 우리가 부활시켰다. 1996년 오수면 청년회의소(JC) 심재석 회장과 의기투합해 이듬해 ‘오수견 연구위원회’를 결성했다. 한국동물보호연구회장·국견세계화추진위원장 자격으로 내가 위원장을 맡았다, 한홍률 서울대교수, 최인혁 전북대 교수, 민속학자 천진기 관장, ‘얼굴박사’ 조용진 교원대 교수 등 사계의 권위들을 연구팀과 육종팀으로 모셨다. 여기에 정관일 오수개육종사업소장의 헌신이 더해졌다.
티베탄마스티프에 주목했다. 적당히 긴 털에 물을 묻혀 불을 끌 정도의 몸집과 체력을 갖춘 오수개의 조상으로 가장 유력했다. 이 견종을 순종교배(퓨어브레드 브리딩) 방식으로 육종했다. 흑색 수놈 3두(흑 2·황 1)와 암놈 7두(흑 5·황 2)로 시작했다. 숱한 시행착오와 난관을 극복한 끝에 오수개는 어느덧 제 모습을 드러내기에 이르렀다.
오수개는 처음부터 핫이슈였다. ‘순종’으로 확정되기 전인데도 마리당 3000만~5000만원을 낼테니 분양해 달라는 애견인들이 있었다. 물론, 안 팔았다. 혈통이 완전히 고정되지 않기는 했다. 그래도 오수개라는 존재를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들 차 버렸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사명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오수개는 그렇게 ‘만들어 낸’ 품종이다. 행여 천연기념물로 지정 받을 생각은 해서는 안 된다. 정체성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한 어느 토종개(?)를 타산지석 삼아야 한다.
1000년을 타임슬립해 탄생한 오수개는 오수와 임실, 나아가 전북을 상징하는 보배가 돼야 한다. 충의의 오수개는 기록, 달리말해 출전(出典)이 명확하다. 스토리텔링 만으로 세계인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 ‘알프스’하면 세인트버나드가 떠오르 듯 오수개는 임실의 상징물이 되기에 충분하다. 플란다스의 개, 충견 하치코는 결코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은 덤이다.
30년 전 오수개를 역사에서 불러내겠다고 선언했을 때의 비상한 관심이 좋은 보기다. 1990년대 아날로그 시절의 모든 매체가 일제히 이 소식을 대서특필했다. 임실은 들어봤지만, 오수는 생소하기만 한 사람들에게 오수를 각인하는 효과를 거뒀다.
하물며 지금은 IT시대다. 파급력이 빛의 속도다. 노스탤지어에서 소환해 낸 오수개와 함께 장밋빛 미래를 향해 걸어야 한다.
오는 5월 초 오수 의견공원 일대에서는 어김없이 의견문화제가 열린다. 벌써부터 기다져진다.
과거 의견문화제에서 아이러니한 상황을 겪었다. 지금은 전주로 옮겨 메뉴도 바꿨다는 개고기 음식점이 오수에서 성업 중이었다. 의견 행사장에서 마이크를 잡고 외쳤던 기억도 생생하다. 다른 곳도 아닌 오수에 보신탕집이 웬말이냐는 요지였다.
윤신근 서울 윤신근박사동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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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gigo@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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