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리 논쟁의 핵심은 담합 따른 입찰 경쟁제한성 여부
공정위 "전형적인 짬짜미 거래" vs KH "경쟁구도 미약"
헐값 매각 논란도 연동, '7000억 적정선' 주장 힘 실려
[인사이트녹경 = 조영갑기자] 알펜시아 리조트 이슈는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을 사유로 KH그룹에 과징금 처분(510억원)을 내리면서 법원으로 공이 넘어 갔다. 강원특별자치도 도지사 선거 이후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됐던 사안은 이제 법리 논쟁으로 스테이지를 옮긴 모양새다. 법조계에서는 '알펜시아 2막'의 핵심 사안은 과연 KH그룹이 입찰과정에서 경쟁을 제한하는 장벽(경쟁제한성)을 쌓았느냐로 모아질 거라고 입을 모은다. 여기에는 '헐값 매각' 논란도 연동돼 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현재 KH그룹의 법률대리인과 구 공정거래법 제19조(부당한 공동행위의 금지) 제1항 제8호와 위반과 관련 법원의 심리 기일을 준비하고 있다. 올 4월 네 번째 양측의 변론이 진행될 전망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4월 알펜시아 리조트 입찰과정에서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KH그룹 계열사에 총 510억원 규모의 과징금 처분을 내린 바 있다. 계열사 간의 담합을 통해 공정한 입찰을 방해했다는 혐의다. 공정위 카르텔조사국 제조카르텔조사과에서 해당 사안을 조사 중인 걸로 파악된다.
KH그룹은 알펜시아 논란이 애초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거라고 판단한다. 강원특별자치도 선거와 맞물려 일종의 '사정'의 타깃이 됐다는 이야기다. KH그룹 관계자는 "관변단체로 추정되는 강원도내 연구기관이 헐값 매각 의혹을 제기하면서 수사가 진행됐고, 처음에는 춘천지검에 수사 배당이 됐다가 추후 중앙지검으로 이첩됐다"고 말했다.
알펜시아 담합 의혹은 당초 춘천지방검철청이 배당 받아 수사를 진행하다가 2022년 11월 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로 전격 이첩됐다. 강력범죄수사부는 강력범죄사범, 조직폭력사범, 마약류사범 등의 사건을 다루는 수사부다. 검찰이 알펜시아 논란을 경제범죄가 아니라 강력범죄의 시각에서 다루겠다는 뜻을 천명한 셈이다. 궁극적으로 수사의 향배가 배상윤 KH그룹 회장을 시작으로 매각 입찰 당시 강원도지사, 야당을 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KH그룹은 "사정의 의도가 짙다"는 입장이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강원개발공사(GDC)가 진행한 입찰 과정에서의 절차적 정당성 논란은 일정 부분 해소된 걸로 보인다. GDC 전 고위 관계자는 "(당시 강원개발공사가 주도한 입찰 과정에 대해)경찰, 검찰, 공정위 등의 조사가 입체적으로 진행됐지만 입찰 과정의 적법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매각 입찰을 주도한 당시 GDC는 수사의 굴레에서 다소 벗어났지만, 이제 남은 대상은 KH그룹이다.
공정위와의 법리 논쟁의 핵심은 이른바 '경쟁제한성' 여부로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법상 입찰 담합의 충족 요건은 ▲둘 이상의 사업자 ▲입찰에서 경쟁요소가 되는 사항을 합의 ▲경쟁제한성 등이다. 이중 경쟁제한성, 즉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는 입찰 부당거래의 핵심으로 지적되는 행위다. 두 개 이상의 사업자가 입찰가 등을 미리 합의하고, 타 사업자의 경쟁 진입을 제한하는 행위가 곧 담합이라는 이야기다.
법조계에서는 알펜시아 리조트 입찰 케이스에 공정위가 지적하는 경쟁제한행위의 잣대를 들이대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우선 담합의 들러리로 세웠다고 주장하는 KH그룹 계열사는 한 각각 독립된 법인이기는 하되, 한 기업집단에 소속된 법인들이라 공정거래법상 규정하는 '상호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경쟁관계에 있는 복수의 사업자들'로 보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경쟁사 간의 짬짜미가 아니라는 논리다.
KH그룹은 사실상 입찰 경쟁 자체가 존재하는 구도도 아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KH그룹 관계자는 "(5차 입찰 당시) KH그룹 말고 입찰보증금을 넣고, 입찰에 참여한 사업자들도 없었다"고 말했다. 인수에 대한 의지가 가장 강력했던 동시에 타 사업자의 강력한 경쟁 의지를 제한한 바가 없었다는 이야기다.실제 2020년 12월부터 2021년 3월까지 진행된 1~4차 공개입찰은 투찰까지 가지 못하고 전부 유찰됐다. 두 차례 수의계약 시도 역시 실패했다. 이에 GDC는 감사원의 유권해석을 받아 자산관리규정을 개정, 1차 예정가의 30%까지 입찰가를 낮추는 승부수를 던졌다. 최종 7115억원을 써낸 KH그룹이 최종 인수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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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공동행위가 경쟁제한성을 갖는지는 해당 공동행위(담합)를 통해 일정한 거래분야(입찰) 상에서 경쟁이 감소해 거래조건(가격)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지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입찰 건에 적용하면, 적절한 경쟁이 발생해 가격이 상승할 수 있었으나 KH그룹의 공동행위가 이를 가로막았다는 혐의가 입증돼야 공정위의 처분이 유효해 진다. 여기서 강원도의 헐값 매각 논란도 불거진다. 값을 더 받을 수 있었으나 담합 등으로 강원도가 헐값에 처분했다는 이야기다.
현재까지 공개된 알펜시아 매각 자산가치 등을 종합하면, 당초 전체 조성비는 1조6000억원 수준이었으나 ▲기 분양된 에스테이트 빌라 4861억원 ▲매각 대상에서 제외된 올림픽 시설 1451억원 ▲IBC 토지 442억원 등은 매각 감정에서 제외된다. 여기에 감가상각비(2021년 당시 약 1600억원)까지 반영하면 매각 대상의 당시 자산가치는 7000억원 중반대가 된다. 유찰된 1,2차 입찰 당시 GDC는 약 1조원 가량을 예정가로 책정했다. 4차까지 유찰을 거듭한 원인이다.
KH그룹 관계자는 "5차 입찰에서 6800억원 수준까지 예정가가 떨어지고 나서야 타사(글로벌세아, 대방건설, 동원건설산업)들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했지만, 결국은 투찰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강원개발공사는 2016년부터 외국계 자본과 8000억원 대에 매각 협상을 진행했지만, 번번이 무산되자 2020년 공개입찰로 전환했다. 시설 노후화 등에 따른 감가상각 반영 등으로 2021년 경 잠재 입찰자들은 리조트의 가치를 7000억원 이하로 봤다. KH그룹을 제외하고, 어느 사업자도 투찰하지 않은 것이 이를 방증한다. 결국, 애당초 경쟁구도가 없었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명확한 담합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공정위 제조카르텔조사과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 건은 2개 이상의 그룹 계열사들이 사실상의 컨소시엄을 인위적으로 구성해 한 곳은 입찰, 다른 곳은 들러리를 세운 전형적인 담합의 사례"라면서 "최종 투찰에 응하지 않았더라도 다수의 입찰의향서가 접수됐으므로 경쟁구도가 엄연히 존재했고, 행위제한성이 있었다고 볼수 있다"고 밝혔다.
조영갑 인사이트녹경 기자 insigh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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