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이후 적자 지속, 2023년부터 흑자 행진
"피해자 없는 담합이 존재하느냐" 반론 힘 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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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녹경 = 조영갑 기자] "사실상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의 도정 지우기로 밖에 해석이 안 된다."
강원도의회 전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KH그룹 과징금 처분(510억원)으로 해당 이슈는 법정으로 넘어갔지만, 이른바 '전임 지우기'라는 사정(司正)의 여파는 여전히 남아 있다. 2022년 알펜시아 리조트를 7115억원에 인수한 KH그룹은 리조트 인수 후 사정에 휘말리면서 그룹 계열사가 줄줄이 주식매매 거래정지를 맞는 등 위기를 겪고 있다.
김진태 현 강원특별자치도지사는 당선 이후 최문순 전 지사의 대표적인 도내 개발사업인 레고랜드와 알펜시아 입찰 과정 등에 정면으로 문제제기를 하면서 해당 사안을 정치 이슈화시켰다. 그는 대검찰청 특수부 조직범죄과장 등을 지낸 검사 출신 정치인이다. 검찰 논리에 입각해 경제 이슈를 정치 쟁점화시켰다는 지적이다.
알펜시아 논란은 강원도 관변 단체로 추정되는 한 시민단체의 이의제기로 2022년부터 검경의 수사가 시작됐다. 해당 단체는 강원도(강원개발공사)가 도의 공공 자산인 알펜시아 리조트를 헐값에 매각해 국고에 상당한 손실을 끼쳤다는 논리로 해당 사안을 고발한 바 있다.
강원개발공사(GDC) 전 고위 관계자는 "경찰, 검찰, 공정위 등의 기관이 다각도로 공사를 조사했지만 매각 과정에서의 위법함을 찾지는 못했다"면서 "감사원의 유권해석을 통해 매각 예정가격을 낮췄고, 매각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GDC는 알펜시아 리조트 매각 입찰이 번번이 유찰되자 자산관리규정을 개정해 당초 매각가(약 1조원)에서 30% 낮추는 강수를 택했고, 결과적으로 매각에 성공했다. 일각에서는 시설 노후화 등으로 인한 감가상각 반영, 기매각 자산의 불입 등을 고려해 리조트 자산가치를 5000억~6000억원으로 평가했지만, 결과적으로 GDC는 이를 7000억원에 매각했다. 2021년 초 진행된 5차 입찰은 KH그룹 계열사를 비롯해 총 5곳의 예비 입찰자가 참여했지만, 입찰보증금을 내 건 KH그룹을 제외하고 어느 곳도 투찰하지 않았다.
강원도의회 전 관계자는 "알펜시아라는 향토기업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성공리에 개최할 수 있었던 1등 공신이자 강원도 내 일종의 상징자본과 같은 존재"라면서 "(공정위와 KH그룹 간의 송사와 관련) 개인의견을 밝히기는 힘들지만, 도내 일자리 창출 등 선순환 효과는 차치하고 정치이슈로만 비화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소회를 밝혔다.
동계올림픽 개최 이후 개최 지방정부가 과도한 지방채 발행 등으로 인해 재정손실을 겪는 케이스는 다반사다. 가까운 일본 나가노(1998년 동계올림픽 개최)의 경우는 2주 간의 올림픽 경기 이후 약 17조원에 이르는 채무를 지는 등 심각한 재정 위기에 시달린 바 있다.
강원도(강원개발공사·GDC) 역시 올림픽 개최 이후 알펜시아 운영 등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알펜시아를 운영했던 GDC는 동계올림픽 기간인 2018년 알펜시아를 포함한 도내 시설 운영 등에서 1900억원의 영업수익과 23억원의 영업이익 등의 성과를 창출했으나 이후 내리막을 걸으면서 매각 직전 회계연도인 2021년 매출액 867억원, 영업손실 66억원 등으로 부진했다. 2022년에는 매출액 1027억원, 영업손실 76억원을 기록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정치논리를 배제하고, 강원도 향토기업으로서 알펜시아의 경영 성과를 조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관광 자원이 부족한 강원도 대표적인 복합관광시설을 인수, 개발해 도내 일자리를 창출하고 세계적인 관광 자원으로 조성한 공로를 인정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KH그룹은 알펜시아 리조트를 '올림픽 레거시(유산)'라는 차원으로 접근하기를 희망한다. KH그룹은 지난해 그룹사 지원을 통해 강원청소년동계올림픽을 아시아 최초로 개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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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그룹 관계자는 "동계 올림픽 개최 시설은 우리 국민을 넘어 세계인의 유산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닌데, 이를 지방에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과 세계인이 찾는 고급 복합 관광지로 조성하려는 게 그룹의 인수 목적이었다"고 강조했다. 지역에 대한 기여도 역시 마찬가지다. 인수 후 강원도 산불 피해 성금 3억5000만원을 기부했으며, 고찰인 월정사에도 5000만원을 지원하는 등의 공헌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도내 세수 효과를 창출함은 물론이다.
실제 KH그룹은 인수 이후 100% 고용승계를 단행했고, 일괄적으로 임직원들의 호봉직제를 개정하고 임금을 높여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알펜시아에는 약 350여 명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2023년 알펜시아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알펜시아는 2022년 임직원들의 급여를 144억원 지급했으나 이듬해 160억원을 지출하는 등 급여 비용을 늘리고 있다. 실적 역시 인수 이후 개선되고 있다.
실제 KH그룹이 알펜시아 리조트를 인수한 2022년 이후 기초적인 재무 펀더멘털을 살펴보면 뚜렷하게 경영 성과가 드러난다. 인수 년도인 2022년 알펜시아 리조트는 매출액 688억원, 영업손실 80억원을 기록했지만 인수 이듬해인 2023년에는 매출액 707억원, 영업이익 3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지난해에는 685억원으로 매출액이 소폭 줄었지만, 30억원의 영업이익이 발생하는 등 수익성이 대폭 강화됐다. 연말 특수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숙박 부문이 4% 성장하면서 선방했다는 평가다.
올해 KH그룹은 골프장(회원제 27홀, 대중제 18홀)을 직영으로 전환하고, 신규 고급 콘도를 추가로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숙박, 골프, 식음, 레포츠를 엮여 시너지를 내는 그림이다. 현재 기존 특급 호텔 2개소와 콘도 1개소, 871객실을 운영하고 있는데 고급 콘도를 증설해 1000실 이상의 대규모 리조트 시설을 완비하겠다는 계획이다.
KH그룹 관계자는 "공정위에서는 담합에 의한 경쟁제한이라는 논리인데, 입찰의향서를 냈던 기업 중 KH그룹만 유일하게 입찰보증금을 걸었으며, 어떠한 타 사업자도 피해를 입었다거나 문제를 제기한 바가 없다"면서 "피해자가 없는 담합이 과연 존재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조영갑 인사이트녹경 기자 insigh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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