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아연(010130)이 최근 캐나다의 해저 자원 채굴 업체이자 나스닥 상장사인 TMC(The Metals Company)에 거액을 투자한데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설립 후 제대로 된 매출을 낸 적이 없는데다 심각한 자본잠식에 빠진 회사 주식을 고가 매입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면서 원아시아파트너스 펀드 출자 및 이그니오홀딩스 인수 건도 회자된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아이스버그 리서치(Iceberg Research)’는 최근 보고서와 논평 등을 통해 TMC에 대한 투자 위험이 높아졌다고 경고했다. 아이스버그의 이번 보고서는 “과거 파산한 노틸러스 미네랄의 판박이 회사 주식을 고가에 구매하는 것”, “심각한 재무 리스크, 법적 리스크, 산업 구조 변화에 대한 오판 등이 복합된 위험한 거래” 등의 내용으로 요약된다.
아이스버그는 과거 싱가포르 원자재 트레이딩 기업인 노블그룹의 회계 부정·부실 자산 내용을 지적해 유명세를 탄 글로벌 공매도 전문 리서치 업체다.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사인 헝다그룹의 유동성 위기와 부채 구조를 비판적으로 조명해 글로벌 시장에서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노틸러스는 TMC처럼 광물 채굴을 위해 설립돼 전세계 기관에서 거액 투자를 유치했으나 갖가지 문제점이 드러나며 2019년 파산했다. TMC의 현 경영진 중 상당수가 과거 노틸러스의 경영진과 동일한 인물들로 알려졌다.
현재 TMC의 재무 상태는 상당히 열악한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지난해 말 기준 자본총계가 -1700만 달러(-234억 원)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TMC가 직접 작성한 연차보고서에는 회사가 향후 추가 자본 조달 없이는 향후 12개월 동안 생존이 어렵다고 명시됐다.
아이스버그는 TMC가 국제해저기구(ISA)의 승인을 우회해 사업을 벌이려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ISA는 합법적 채굴 허가를 발급하는 국제 기관으로 평가 받는다. 그러나 TMC는 미국 국내법을 통해 미국 정부의 독자적 허가를 받아 해저 채굴을 추진 중이라고 아이스버그는 경고했다. 그러면서 “유엔해양법 협약에 명시된 국제 규정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고려아연은 지난달 TMC 보통주 지분 약 5%(1962만 3376주)를 주당 4.34달러, 총 8500만 달러(약 1165억 원)를 들여 인수했다고 밝혔다. 또 3년 내 최대 686만 8181주의 주식을 주당 7달러에 매입할 수 있는 권리도 확보했다. 이 자금까지 집행할 경우 투자 규모는 약 1800억 원까지 늘게 된다. 그러나 고려아연의 투자 단가는 3개월 평균 거래가인 3.13달러에 비해 약 39% 높고, 올 5월 기관투자가 대상 공모 발행가 대비 약 45% 높은 가격으로 평가됐다.
고려아연 주주들 사이에서는 이번 투자가 또다시 큰 손실로 이어지지 않을지 노심초사 하는 분위기다. 고려아연은 최윤범 회장의 중학교 동창 지창배씨가 설립한 원아시아파트너스의 펀드에 2019년부터 약 5600억 원을 출자했으나 상당 부분 손실을 입었다. 지난해 말 기준 약 1575억 원의 회계상 손상차손을 인식해 둔 상태다.
2022년 총 5800억 원을 투입한 미국 전지폐기물 재활용 기업 이그니오홀딩스 인수 건도 여전히 논란이다. 이 회사 역시 2021년 말 기준 완전자본잠식 상태였고 연매출도 수십억 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고려아연은 이그니오 설립 후 단기간 내 약 100배에 달하는 기업가치를 매겨 당시 비정상적 거래라는 지적이 크게 일었다.
일각에선 아이스버그가 공매도 리서치를 표방하고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글로벌 소재 기업을 표방하는 고려아연이 해외 신사업에 투자하는데 대해 무조건적 비판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고려아연은 향후 TMC가 채취한 자원을 국내외에서 제련하는 등 사업적 연계와 협력을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