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 일용직 노동자 퇴직금 미지급’ 사건 수사 중 상부의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한 문지석 검사가, 당시 상급자였던 엄희준 전 부천지청장으로부터 폭언과 감찰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문 검사는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올해 3월 7일 엄 전 지청장이 9분 동안 욕설과 폭언을 퍼부으며 대검찰청 감찰을 지시하고 사건을 재배당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5월 8일 대검에서 감찰 조사를 받았지만, 조서를 열람하려고 정보공개를 요청해도 거부당했다”고 말했다.
문 검사는 증언 도중 울먹이며 “조서 말미에 ‘너무 억울해서 피를 토하고 죽고 싶은 심정입니다. 누가 이 사건에서 잘못했는지 밝혀달라’고 적었는데도 대검은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며 “개인이 조직을 상대로 이의 제기하는 일이 너무 외롭고 서럽다”고 토로했다.
앞서 검찰은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이 쿠팡 물류 자회사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퇴직금 미지급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으나, 지난 4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문 검사는 지난 15일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엄희준 전 지청장과 김동희 당시 차장검사가 쿠팡에 무혐의 처분을 하라고 압력을 행사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나와 주임 검사는 쿠팡의 취업 변경 규칙이 불법이라 판단해 기소 의견을 보고했으나, 김 차장이 ‘다른 청도 다 무혐의로 한다’며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또 “엄 전 지청장이 새로 부임한 주임 검사를 불러 ‘무혐의 가이드라인’을 줬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엄희준 전 지청장은 지난 17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문 검사의 주장은 악의적 허위로, 무고에 해당한다”며 “무혐의 지시나 강압적 발언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엄 전 지청장은 “당시 주임 검사가 ‘기소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고, 그 의견을 존중해 신속히 마무리하자고 한 것뿐”이라며 “주임 검사 의견을 무시하거나 강압적으로 지시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3월 5일 문 부장과 김 차장을 불러 논의했으며, 당시 문 부장도 무혐의 처리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국회에서도 엄 전 지청장은 “무혐의 가이드라인을 준 적이 없다”며 “언론 대응 문제로 주임 검사와 두 차례 통화했지만, 보도 내용 확인 차원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