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건너 불구경? 프로축구연맹, 대한축구협회 ‘잔디 관리 한국형 모델’ 연구하라

2025-03-06

국내프로축구 시즌 초반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문제로 시끄럽다. 추운 날씨로 인해 바닥이 언 데다, 지난해 여름이 뜨겁고 습한 기후가 오래 지속되면서 뿌리를 내리지 못한 잔디가 결국 뒤집어졌다.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FC서울 등이 열악한 축구장 잔디 상태를 시급하게 개선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어떤 것이든 문제를 해결하려면 문제가 무엇인지, 원인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한다. 한국 축구장 잔디가 좋지 않은 이유는 단순히 품종만의 문제가 아니다. 입찰 시스템의 한계, 지방자치단체의 소극적인 대응, 지자체와 잔디 업체 간 유착, 지붕 및 통로 등 경기장 구조, 부적절한 토양, 부실 시공, 관리 부실, 열악한 예산 등 원인은 너무 많다. 잔디를 개선하려면 경기장별로 무엇이, 어떻게 문제가 되고 있는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그래야 현실적인 단기 대책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인 로드맵이 나올 수 있다. 국내 스포츠 잔디 관련 전문가는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서둘러 대책을 마련하고 돈을 쓰면 투자 대비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2022년 5월 ‘축구장 천연잔디 평가 및 관리 프로그램’을 공표했다. 국제적으로 표준화한 기준을 통해 잔디 상태, 내구성, 성능 등을 평가해 선수 안전과 경기 품질을 보장하는 프로그램이다. 올바른 평가와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기 앞서 객관적인 평가 기준이 먼저 필요하다고 판단해 마련한 것이다. 프로그램은 다섯 가지로 잔디를 종합 평가한다. △잔디 상태(30점) △내구성(25점) △배수능력(20점) △경기력 성과(15점) △환경 적응성(10점)이다. 잔디 자체뿐만 아니라 배수 능력 등 시공 기술, 선수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 지역별 기후에 맞는 품종이 깔린 뒤 맞춤형 관리까지 이뤄지고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게 핵심이다. 평가항목별로 다양한 세부 항목들이 있고 세부 항목도 평가 결과에 따라 점수가 상당히 세분화돼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대한축구협회조차 FIFA 천연잔디 평가 및 관리 시스템을 깊이 있게 연구하지 못하고 있다. 연맹은 올해 처음으로 피치 어시스턴트 팀을 구성한다. 경기장 잔디관리 기획, 잔디관리 벤치마킹 및 구단 교육, 경기장 시설 개선 업무 전반 등을 총괄하는 팀이다. 인원은 2명뿐이다. 팀장을 외부에서 조만간 채용한다지만 얼마나 좋은 인력이 올지, 겨우 두명으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과연 이끌어낼지 등에 대해 회의감이 든다.

연맹과 협회는 ‘잔디 관리를 위한 한국형 모델’을 찾기 위한 프로젝트를 함께 가동해야한다. 1,2년 동안 문제점과 원인을 경기장별로, 항목별로 파악해야 한다. 이후 한국 축구 산업 규모 등 국내사정에 맞는 대책을 수립하고 자금을 마련해 효율적으로 써야한다. 지자체, 정부기관, 기업 등으로부터 협조는 지금부터 구해야한다. 연맹, 협회가 잔디 문제에 대해 ‘눈가리고 아웅’한다면 오랜만에 달아오른 K리그 인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