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고려인마을 사람들, ‘케밥 부부’ 최비탈리·최아리나 씨

2025-09-01

[전남인터넷신문]광주 광산구 월곡동 역사마을 1번지 ‘광주 고려인마을’ 특화거리에 자리한 작은 케밥 전문점이 지역 명소로 자리 잡으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1일 고려인마을에 따르면, 이 식당은 우크라이나 출신 최비탈리(68) 씨와 아내 최아리나(65) 씨 부부가 운영한다. 원래는 아들이 시작한 가게였으나, 2020년 아들이 타 지역으로 이주하면서 부부가 대신 운영을 맡아 오늘에 이르렀다.

대표 메뉴는 양념한 고기와 채소, 특제 소스를 바삭하게 구운 또르띠야에 싸서 내놓는 ‘라바쉬 케밥’이다. 8천 원의 합리적인 가격으로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다. 또한 ‘도너’와 ‘샤와르마’ 등 다양한 케밥 메뉴도 함께 인기다.

특히 신선한 재료 사용과 오랜 식당 운영 경험에서 비롯된 조리 노하우가 더해져 맛이 뛰어나기로 소문이 났다. 이에 따라 중앙아시아 출신 이주민들은 물론 한국인 주민들까지 즐겨 찾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최비탈리·최아리나 씨 부부는 한국에 오기 전 이미 우크라이나에서 식당을 운영한 경험이 있다. 2014년 한국에 처음 입국했을 때는 단순 노동자로 시작했으나, 현재는 전공을 살려 식당을 운영하며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두 아들은 한국에서 가정을 이루어 각각 자녀를 두었고, 네 명의 손주까지 얻은 부부는 “고려인마을에서 살아가는 것이 매우 행복하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최아리나 씨는 “식당이 비교적 잘돼 기쁘다. 열심히 모아 고려인마을에서 집을 마련하는 것이 소망”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부부에게 가장 큰 기쁨은 전쟁 속에서 손자를 지켜낸 일이었다. 2021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쟁난민이 된 손자 최마르크 군(당시 13세)이 광주 고려인마을의 도움으로 항공권 지원을 받아 무사히 한국에 들어올 수 있었다. 이 사건은 부부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감사와 공동체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또 하나의 사례로 남아있다.

이제 작은 케밥집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단순히 한 식당의 성공담이 아니다. 그것은 낯선 땅에 뿌리내린 고려인 동포 부부의 희망 이야기이자, 전쟁의 상처를 넘어 새로운 터전에서 가족과 미래를 지켜낸 삶의 기록이다.

고향의 맛을 기억하며, 새로운 땅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미래를 꿈꾸는 이들의 이야기는 광주 고려인마을의 오늘을 가장 따뜻하게 보여주고 있다.

고려방송: 이부형 (고려인마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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