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보험 백화점’으로 불리는 법인보험대리점(GA)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보험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따라 보험사 수익성을 높이려면 GA 판매채널을 통해 새로운 보험 계약을 많이 이끌어내야 한다. 하지만 이들의 입김이 세지다 보니 자사 상품 판매를 유도하기 위해 판매수수료를 올려주는 등 경쟁이 과열되는 추세다. 이는 보험료 인상, 불완전판매를 유발해 소비자 피해를 키울 수 있다.
30일 보험GA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전체 GA 설계사 수는 29만8761명에 달한다. 2023년 말 26만3321명이었는데 6개월 새 3만5440명(13.46%)이 늘었다. 보험업 특성상 대면 영업 비중이 크다 보니 그간 대형 보험사 위주로 GA 판매채널을 확대해 온 영향이다.
보험사 전속 설계사와 달리 GA 설계사는 다양한 보험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보험 상품을 비교하고 싶어하는 수요가 늘면서 2020년 이후 전속설계사는 줄어드는 추세다. 2023년 기준 GA 설계사 수는 전속 설계사(16만5000여명)의 1.6배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개인형 생명보험과 장기손해보험 매출액의 각각 69.6%, 64.4%가 GA 등 비전속채널에서 발생했다.
문제는 GA 의존도가 너무 커지다 보니 역설적으로 보험사의 수익성을 갉아 먹는다는 점이다. 보험업계 사업비 집행액은 2023년 기준 39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조9000원(14%) 늘었는데, 이중 GA 등 판매채널에 선지급되는 신계약비 증가액이 3조7000억원으로 74%를 차지했다. 보험계약 체결 후 1~2년 내에 월 보험료의 1200%를 판매수수료로 몰아주는 식이다보니 수익을 올리기 위한 부당승환(기존 계약 해지 후 새로운 보험 가입 권유)도 빈번했다.
이는 보험료 인상을 부추겨 소비자들도 피해를 보게 된다. 이기홍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GA 시장 과열로 발생한 비용은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기 때문에 당국의 명확한 가이드라인 설정과 판매자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보험 판매 과당경쟁으로 인한 부당승환 등을 막기 위해 판매 수수료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판매 수수료를 최장 7년간 분할해 지급하고, 보험 계약 후 1년간 보험설계사에 지급하는 수수료 상한선이 월 보험료의 1200%를 넘을 수 없게 하는 ‘1200%룰’을 GA 설계사들에게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보험상품별 판매수수료 정보를 공개해서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수수료 비중이 큰 상품으로의 쏠림 현상을 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보험GA협회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용태 회장은 “판매수수료 정보 제공 제도가 도입되면 설계사들이 보다 많은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회사로 이직하는 사례가 빈발할 것”이라며, 이로 인해 금융당국이 근절하려던 경유계약 및 부당승환계약이 더 성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반박했다. 협회 측은 설계사 스카우트 과당경쟁 및 부당승환 이슈에 대해선 자율협약ㆍ정착지원금모범규준 운영(정보공시 등) 정착, 불완전판매 소비자 신뢰 저하에 대해선 내부통제 강화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