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명연설과 아무 말 잔치

2025-02-11

역사적 순간마다 영감과 용기를 준 명연설이 있다. 에이브러햄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1863년>, 존 F. 케네디의 <나는 베를린 시민이다-1963년>, 넬슨 만델라의 <자유를 향한 긴 여정-1994> 등 기억되고 있는 대통령들의 명연설도 그 대열에 있다.

2008년,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대선 캠페인으로 진행한 첫 대중연설에서 미국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준 명연설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를 남겼다. 섬세하고 명쾌한 문장에 열정과 감동을 담은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직면한 경제적, 사회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중들의 참여와 협력으로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의 탁월한 리더십과 소통 능력을 보여주는 이 연설에 국민은 환호했다. 특히 그가 내세웠던 구호 ‘우리는 할 수 있다’는 공감의 힘이자 오바마의 상징이 되었다.

그 자체로 역사가 된 명연설은 적지 않다. 전쟁과 빈곤, 인종차별과 이념의 첨예한 갈등이 빚어낸 위기에서 용기와 희망을 전한 이 명연설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간결한 문체와 대중들이 이해하기 쉬운 말이다. 자신이 가진 식견을 내세우지 않고 ‘간결한 문체’와 ‘쉬운 말’을 구사하는 일은 간단할 것 같지만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무엇보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명연설의 힘도 결국은 소통이고 공감에 있는 셈이다.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비서관을 지낸 강원국 씨는 두 대통령으로부터 배운 좋은 연설문 쓰기의 비법을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쉬운 말로, 가장 많은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 글쓰기로 꼽는다. 덧붙인 비법의 중심 또한 배려와 공감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쏟아내는 말에 세계가 요동치고(?) 있다. 군대를 써서라도 그린란드와 파나마운하를 차지하겠다며 그린란드의 천연자원 욕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더니 이번에는 “가자지구 장악”을 내놓았다. 지난 4일, 백악관에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직후 연 공동기자회견을 통해서다. 가자지구는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시작됐지만, 지난 1월 15일, 양국의 합의로 지금은 휴전 중이다.

가자지구를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트럼프의 허황한 발언에 중동 국가들의 반발이 거세다. 각각 독립국으로 평화롭게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을 내놓았던 바이든 시절의 약속과도 배치되는 발언에 ‘아무 말 잔치’란 비판이 이어진다. 국가와 국가를 분열시키며 인종주의를 부추기고 빈곤의 재난을 불러들인다는 우려도 크다.

‘대통령의 말’이 갖추어야 할 덕목이 새삼스러워지는 때. 나라 안팎이 따로 없다./김은정 선임기자

##대통령의 명연설 ##트럼프 ##대통령의 아무 말 잔치 ##연설비서관 ##좋은 연설문 ##가자지구 ##오바마 연설

김은정 kimej@jjan.kr

다른기사보기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