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라면 한 개에 2000원 한다는데 진짜냐”며 정부에 물가 안정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국민 생활과 가장 밀접한 물가 문제 대응을 통해, 빠르게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중앙일보 9일자 B1면 참고〉 이 대통령은 또 내수 부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의 빠른 편성도 강조하고 나섰다.

9일 이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최근에 물가가 엄청나게 많이 올랐다”며 소비자물가 상황에 관한 보고를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물가 문제가 국민에게 너무 큰 고통을 주기 때문에, 물가 현황과 가능한 대책을 다음 회의 이전에라도 보고해 달라”고 했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5월)를 기록하며 5개월 만에 2% 아래로 둔화했지만, 국민이 느끼는 부담은 여전히 크다. 특히 먹거리 위주로 가격이 뛰고 있기 때문이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혼란기 동안 식품기업이 상품 가격을 올리면서, 가공식품 가격 상승률은 지난해 12월(2%)부터 계속 커져 최근 두 달 연속 4%대를 기록하는 중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공식품 73개 품목 가운데 계엄 사태 직전인 지난해 11월 대비 물가지수가 오른 품목은 52개였다. 이와 관련해 김범석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정치적 불확실성 때문에 눌러 놨던 맥주나 라면 등이 많이 오른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여당도 ‘물가관리 TF’를 구성하고 정부의 물가 대책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은 이날 “커피·빵·라면과 같은 가공식품 가격 인상률은 두 달 연속 4%대를 유지하고 있고, 외식물가 인상률도 넉 달째 3%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계란도 4년 만에 최고치로 오르며 한 판에 1만원 시대, 이른바 ‘금란’이 됐다”고 지적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높아진 물가로 인해 국민의 소비 여력이 없어지면서 내수가 더 침체하고 있다”며 “정부는 기업의 가격 인상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농축수산물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경 사업을 통해 소비를 진작할 필요도 있지만, 극심한 어려움에 빠진 건설 분야 지원을 통해 고용을 일으키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경기 회복과 소비 진작 차원에서 속도감 있게 추경을 편성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취약계층과 소상공인 등의 지원을 우선하라”고 당부하면서 “추경의 핵심 사업을 잘 발굴하고, 확실한 효과가 나올 수 있게 검토하고, 협업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지난달 국회에서 13조8000억원 규모의 1차 추경안이 통과된 데 이어 정부의 2차 추경 편성 작업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여권에서 제기되는 추경안 규모는 ‘20조원+α’다. 대선 공약이었던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추가 발행, 소상공인 정책자금 대출 탕감 방안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극심한 부진에 빠진 건설 경기를 살리기 위해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도 확대할 전망이다.
이날 대통령실은 추경의 구체적 규모나 일정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1인당 25만원 민생지원금 지급 여부에 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오늘까지는 추경의 여력 등에 관해 점검 및 보고하는 형태였다”며 “추경의 액수나 방법에 관해서는 다음 회의 이후 전달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