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란계 사육면적 확대’ 정책 법정 간다

2024-06-30

내년 9월부터 모든 산란계농가에 적용되는 사육면적 확대 정책이 결국 법정에서 시행 여부를 판가름받게 될 전망이다. 산란계 생산자들이 기존 사육농가에까지 해당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소급 입법’이라며 헌법 소원에 나섰기 때문이다.

대한산란계협회 소속 농가들은 최근 산란계 사육면적 확대 정책에 따라 피해가 예상되는 농가들을 모집해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정부를 상대로 헌법소원에 나선다고 밝혔다.

헌법소원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가 헌법재판소에 청구하는 권리 구제 절차다.

정부는 2018년 7월 ‘축산법’ 시행령·시행규칙을 개정해 산란계농가의 축산업 허가·등록 요건 중 산란계 한마리당 케이지면적을 0.05㎡(0.015평)에서 0.075㎡(0.023평)로 확대했다. 2017년 대규모로 발생했던 조류인플루엔자(AI)의 추가 재발을 사전에 방지하자는 판단에서다.

당시 농림축산식품부는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는 과정에서 “산란계는 관행적으로 좁은 면적에 밀식사육을 해 가축이 면역력 저하 등으로 질병에 취약해지는 문제가 있다”면서 “근본적인 사육환경 개선을 위해 적정 사육면적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개정 추진 배경을 밝혔다.

새로운 사육면적 기준(0.075㎡)은 앞서 동물복지 개념을 도입한 유럽연합(EU)의 사례를 참조해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농가들에게는 적용 시기를 달리했다. 신규 농가는 2018년 9월1일부터 해당 규정을 준수하도록 했고, 기존 농가는 2025년 8월31일까지 사육면적 조정을 완료하도록 했다.

생산자들이 문제를 삼은 것은 기존 농가에까지 사육면적 확대를 적용하도록 한 부분이다. 생산자들은 이 규정이 헌법 내 ‘법률 불소급 원칙’을 위배했다는 입장이다.

헌법은 제13조 제2항에서 “모든 국민은 소급 입법에 의하여 참정권의 제한을 받거나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는 것이다. 또한 법제처가 발간한 ‘법령입안심사기준’도 “침해적인 성격의 소급 입법은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이념으로 하는 법치국가의 원리에 위배되는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금지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산란계 사육면적 확대 정책을 기존 농가에까지 적용하는 것은 재산권을 침해하는 소급 입법에 해당된다는 게 생산자들의 주장이다.

특히 ‘행정기본법’상 ‘비례의 원칙’을 위배할 가능성도 있다고 생산자들은 본다. 비례의 원칙 중엔 “행정 작용으로 인한 국민의 이익 침해가 그 행정 작용이 의도하는 공익보다 크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올초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의뢰를 받아 내놓은 ‘산란계 사육면적 개정에 따른 국내 농가 대응 실태, 파급효과와 국외 사례 조사’ 연구용역 보고서를 보면 산란계 한마리당 사육면적이 확대돼 사육마릿수가 감소하면 전후방 산업의 생산액 감소분이 최대 1조28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산란계협회 관계자는 “산란계 사육면적 확대로 달성할 수 있는 공익보다 달걀 생산 감소에 따른 국민의 이익 침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헌법소원을 통해 이런 부분을 집중적으로 다툴 것”이라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생산자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것은 막을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다만 단속 유예와 축사시설현대화사업 등을 통해 농가 지원을 이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 축산경영과 관계자는 “정부에서 막을 수는 없는 일”이라면서 “2025년 9월 이후 단속을 1년6개월에서 2년 정도 유예하고, 산란계농가를 축사시설현대화사업에 우선 참여하도록 하는 등 지원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민우 기자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