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이클링을 넘어 업사이클링 고민해야

2024-08-25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철강 가격이 하락하면서 철강업계에 ‘업사이클링’이 화두로 떠올랐다. 업사이클링이란 재활용을 뜻하는 리사이클링보다 한 단계 위의 개념이다. 재활용처럼 어떤 물건에서 자원을 뽑아 내서 다시 사용하는 수준이 아니라 디자인을 가미한다든지 해서 전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시계의 톱니바퀴가 있을 때 그걸 다른 시계에 넣어서 다시 사용하는 것이 재사용이고 그걸 원료로 되돌려서 다시 제품을 만드는데 사용하는 것이 재활용이라면, 그걸 가지고 반지의 장식품으로 만들거나 하는 것이 업사이클링이다. 사실상 사람의 상상력이 허용되는 범위라면 무엇이든지 업사이클링이 가능하다.

폐기 제품에서 배터리와 카메라, 나사, 회로판 등을 부품별로 분류해내고, 금과 은, 알루미늄, 코발트, 팔라듐 등 소재도 분류해 활용하는 기업이 있다. 미국의 애플은 분해 로봇인 데이지(Daisy)를 이용해 아이폰에서 금, 은, 알루미늄 등을 추출하고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재활용 금속의 사용 규모를 확장시켰다.

이와 관련해 애플은 자사 제품에 사용되는 2/3 이상의 알루미늄, 3/4에 달하는 규모의 희토류, 95% 이상의 텅스텐을 100% 재활용 자원에서 조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제품 전반에 걸친 재활용 소재 사용 확대에 관한 노력을 대폭 가속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그 계획에는 2025년까지 설계하는 모든 배터리에 100% 재활용 코발트를 사용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미국 자동차 회사인 포드는 이미 20년 전부터 청바지나 티셔츠, 폐(廢)타이어를 가공하거나 그 안의 특정 성분을 추출해 차음재나 충전재 등을 만들어왔으며, 2019년에는 무려 플라스틱 페트병 6억 5,000만 개를 재활용해 소형 SUV인 에코스포츠의 바닥 매트를 만들었다.

이 같은 사례는 국내 현대차나 기아차, 일본 도요타, 스웨덴 볼보 등 주요 자동차 회사들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최근 전기차를 만들면서 플라스틱을 재활용한 내장 부품을 사용하여 친환경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덴마크 풍력발전 회사 베스타스(Vestas)는 폐유리와 탄소섬유를 합성해 가볍고 튼튼한 풍력 발전용 날개(블레이드)를 제작하고 있으며, 현재는 블레이드를 재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국내 철강 기업들도 업사이클링을 적극 추진 중이다. 상공정 기업들은 쇳물을 생산할 때 발생하는 슬래그를 천연골재 대체재로 개발하여 공급하고 있다.

최근 포스코는 아스팔트 도로포장용 제강슬래브를 공급하여 국도 3호선 도로 포장공사에 적용했다. 지난 6월에는 현대제철과 한국콘크리트학회가 공동으로 제철 부산물 활용을 위한 기술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시멘트 대체재, 석회석 대체재, 특수 시멘트 등 개발사례와 최신 기술 정보를 공유했다.

철강을 만드는 공정에서의 부산물뿐 아니라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폐기되는 물건의 업사이클링도 이뤄지고 있다. 동국제강은 전 사업장의 안전모와 작업복을 수거하여 아동안전키트와 목도리를 만들어 기증하고 있다.

안전모와 작업복은 중후물을 다루는 철강 사업장 특성상 필수 장비로, 폐기 소각 시 대기오염을 유발한다. 연간 소각 처리되는 양은 상상 이상이다. 포스코퓨처엠은 폐근무복을 업사이클링해 의료용품 파우치와 키트를 만들어 지역 노인복지시설에 기부하고 있다. 폐기하기만 했던 작업복 등이 사회공헌 활동의 자원으로 적극 활용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철강 및 비철금속산업은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자 환경적이지 못한 산업이라는 일반적인 인식이 있다. 원자재 리사이클링뿐 아니라 제조현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폐기물을 업사이클링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거나 사회공헌 활동의 자원으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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