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님·장관님들 갈 테니, 520만원짜리 와인 준비해라”… 이번엔 천안서 ‘노쇼’ 발생

2025-05-17

소상공인 울리는 신종사기 횡행

유명가수와 연예인을 사칭한 신종 예약사기가 전국에서 발생하는 가운데, 충남 천안에서 유력정치인의 비서를 사칭해 식당 예약을 한 뒤, 1000만원이 넘는 와인을 구매하게 한뒤, 잠적하는 노쇼 피해가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7일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실(천안갑)과 천안의 대형 요식업소에 따르면 지난 13일 밤 9시가 넘어 피해를 입은 식당으로 자신이 문진석 의원 비서관이라고 소개하는 예약전화가 걸려왔다.

명함을 첨부해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음식점 대표를 안심시킨 뒤 다음날 7시 20분에 '의원님, 장관님들 포함 20명이 참석 예정'이라며 예약을 진행했다. 그러면서 '의원님께서 원하는 와인이 있는데 2병(1병당 520만원, 1040만원)을 준비해 달라'며 주문배송을 받을 와인 업체도 소개했다.

이어 와인 업체가 밤 10시면 문을 닫게 되고 다음날 와인을 주문하면 예약시간에 와인을 배송받을 수 없으니 지금 주문해야 한다고 유도했다. 음식점 대표는 실수하면 안된다는 생각에 즉각 와인업체에 주문을 넣고 와인 값을 송금했다.

밤에 예약을 받고 와인을 구매했지만, 음식점 대표는 유력정치인이 장관들과 고가의 와인을 마실까 하는 미심쩍은 생각이 들었다. 문진석 의원을 잘 알수 있는 지인들에게 전화를 했고 의원님께서 평소 와인을 좋아하느냐고 확인했는데, 돌아온 대답을 문진석 의원은 전혀 와인을 좋아하지도 고가의 음식을 즐기지고 않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때 사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예약을 한 명함 전화번호로 다시 전화를 했고, 비서를 사칭한 예약자는 약속시간에 갈 것이니 염려말라고 당부했다.

그래도 이상하다는 생각에 문진석 의원실에 그런 비서가 있느냐고 확인을 했고, 돌아온 대답은 그런 비서는 없다는 답변이었다. 이때서야 사기임을 인식한 음식점 대표는 와인업체에 전화를 걸어 주문취소와 환불을 요구했고, 사기 일당은 환불을 해 주는데 회사 시스템상 며칠이 걸릴 수 있다면 신고를 지연시켰다.

예약시간에 아무도 식당을 방문하지 않았고 피해 사실을 알게 된 업주는 경찰에 신고했다. 이 시간 이후로 와인업체도 비서를 사칭한 예약자와의 연락도 두절됐다.

천안에서는 이곳 외에도 5곳의 식당이 비슷한 예약이 있었다는 사실이 문진적 의원실에 접수됐다. 문 의원은 신속하게 해당 업소들에 직접 전화를 걸어 예약한 사실이 없다는 사실을 알렸고 몇 업소는 피해 직전 위기를 모면했다. 문 의원실은 동시에 이같은 사실을 SNS를 통해 피해주의를 당부했고, 더 이상의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문 의원실 관계자는 “가뜩이나 소상공인이 힘든 시절에 대선을 앞두고 이런 사기를 저지르는 것은 용서받지 못한 악질 범죄로, 고발 조치했다”며 “비단 저의 의원실뿐만 아니라, 의원실이라고 예약 주문이 올 경우에는 반드시 114 등에 공개돼 있는 의원실 대표번호로 반드시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다.

같은날 경남 김해지역 한 모텔에서도 자신을 이재명 대선 후보 선거캠프 관계자라고 사칭한 사기 시도가 발생했다. 이 사기꾼은 ‘당대표 든든캠프 홍보실장’이라는 명함을 제시하며, 30명이 숙박할 방을 예약한 뒤 업주에게 도시락 30인분 선결제를 요구했다. 다행히 모텔 업주는 타 지역에서 발생한 노쇼 관련 사기를 뉴스로 인지하고 있던터라, 민주당 경남도당에 전화로 확인하면서 피해를 입지는 않았다고 한다.

15일 대전에서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선거캠프 관계자를 사칭하며 후보 명함 30만장(200만원 상당)을 제작 의뢰한 뒤 송금을 유도하는 일이 발생했다. 강원도에서는 민주당 당직자를 사칭해 이 후보 선거 용품을 주문한 뒤 나타나지 않는 ‘노쇼’ 사건이 잇따랐다. 이에 민주당은 “유사한 주문이 있을 경우 즉시 해당 지역 시도당에 확인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유명가수 가수 임영웅·송가인, 배우 변우석·남궁민을 사칭하는 사기가 시도되고 있다.

임영웅 소속사인 물고기 뮤직은 지난 16일 임영웅 공식 인스타그램에 "최근 당사와 소속 아티스트 임영웅의 이름을 사칭하여, 식당 예약을 빌미로 노쇼(No-show) 피해를 유발하거나 고급 주류 배송 및 금전 제공을 요구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이들 가수·연예인들은 보이스피싱과 유사한 방식으로, 유명인의 이름과 소속사를 도용해 금전적 이익을 노리는 신종 사기가 횡행하고 있다며 어떠한 경우에도 금전 이체, 물품 구매, 주류 배송 등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정모 기자 race121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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