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D현대가 미국 방산테크 기업 안두릴인더스트리(이하 안두릴)와 손잡고 자율운항 무인수상함(ASV)을 건조한다. ‘바다 위의 테슬라’라 불리는 ASV은 조선업계의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꼽히지만 아직 실전 배치된 사례가 없어, HD현대가 한발 앞서 나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와 안두릴은 지난 19일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ASV 시제함 설계·건조 및 인공지능(AI) 솔루션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HD현대는 울산조선소에서 500톤(t) 규모의 ASV를 건조하고 현재 개발 중인 자율운항 솔루션을 탑재한다. 완성된 선체는 미국으로 옮겨져 안두릴의 임무수행 체계가 장착된다. 두 회사는 2026년까지 ASV 건조를 완료할 계획이다. 안두릴은 미 국방부에 감시타워, 드론 등 AI기반 무인 시스템을 공급하는 대표적인 방산테크 기업이다.
이번 공동 건조는 미 해군이 추진하는 자율무인수상함 도입 사업인 ‘마스크(MASC) 프로젝트’ 참여를 위한 것이다. 자율무인수상함은 레이더 외에 카메라 등으로 장애물을 인식하고 AI로 상황을 학습해 항로 계획, 충돌 회피, 속도조절 등을 자동으로 수행한다. MASC 프로젝트는 이같은 무인 수상정을 활용해 타격, 전자전, 물자수송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모듈형 전투 플랫폼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미 해군은 이를 통해 대형 구축함 중심의 작전에서 벗어나, 소형·무인·모듈형 전력으로 해상 작전 능력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MASC 프로젝트 사업비는 아직 명확히 공개되지 않았지만, 본격화되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장기투자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 양산 단계에 들어가면 HD현대는 실전배치용 ASV를 건조할 수 있는 조선사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해군 군함의 해외 건조를 금지하는 ‘반스-톨레프슨법’을 시행하고 있지만 시제함은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양산 시에도 국내 조선소에서 선체 일부(블록)를 제작하고 미국에서 완성하는 방식으로 법적 규제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얼라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무인수상정 시장은 2022년 9억 2000만 달러(약 1조4000억원)에서 연평균 11.5% 성장해 2032년 27억 달러(약 4조원)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어큐트마켓리포트에 따르면 상선을 포함한 전체 자율운항선박 시장은 2030년 2541억 달러(약 374조원) 규모로 성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미 해군에 무인수상정을 성공적으로 공급하면, 그 기술력과 운영 신뢰성을 바탕으로 민간 자율운항 상선 분야에서도 높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자율운항선박은 사고 발생률을 줄이고, 선원부족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AI가 최적의 항로와 속도로 운항하기에 연료 사용량을 줄이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낮출 수 있다. 현재는 방산테크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자율운항 솔루션이 개발 중이고 HD현대도 자율운항선박 자회사 ‘아비커스’를 두고 있다. 특히 군함 부문의 경우 작전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고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해양방산업계의 주요 화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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