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브라, 여성 스포츠 역사를 바꾼 최고 아이템

2025-03-29

여성 스포츠 역사를 바꾼 아이템은 무엇일까. 바로 ‘스포츠 브라’다. 1970년대 처음 등장한 스포츠 브라는 단순한 운동복을 넘어 여성 스포츠 활성화와 인권 신장의 상징이 되고 있다고 글로벌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이 보도했다.

영국 여자 축구대표팀 스타 밀리 브라이트(31·첼시)는 30일 디애슬레틱을 통해 “스포츠 브라 하나가 내 축구 인생을 완전히 바꿨다”고 말했다. 브라이트는 오랫동안 가슴 흔들림으로 인한 통증 때문에 스포츠 브라 두개를 겹쳐 입고 뛰었다. 그는 최근 기술력이 뛰어난 스포츠 브라를 착용한 뒤 “생애 처음으로 고통과 흔들림 없이 경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여성 80%가 자신에게 맞지 않는 스포츠 브라를 착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포츠머스대학 가슴생체역학연구소(BBRI) 조안나 웨이크필드-스커 교수는 “부적절한 스포츠 브라는 마라톤 주자의 보폭을 최대 4㎝까지 감소시킬 수 있다”며 “이는 마라톤에서 1마일(약 1.6㎞) 이상 차이를 만든다”고 말했다. 다른 연구에 따르면 여학생 46%가 가슴이 운동의 장벽이 된다고 느끼고 있다. 스커 교수는 “지난 50년간 여성 스포츠의 가장 핵심적인 혁신 중 하나가 바로 스포츠 브라”라며 “스포츠 브라 없이는 스포츠도 없다. 이게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라고 강조했다.

스포츠 브라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유명한 장면도 많다. 1999년 미국 여자축구대표팀 브랜디 채스테인은 중국과의 월드컵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골을 넣은 뒤 상의를 벗고 검은색 스포츠 브라를 드러내며 환호했다. 2022년 유럽 여자축구선수권대회 결승에서도 클로이 켈리(잉글랜드)가 결승골을 넣은 뒤 스포츠 브라만 입은 채 기쁨을 표했다.

스포츠 브라는 비교적 최근인 1970년대 중반에야 개발됐다. 전자레인지·오븐(1953년), 용암 램프(1963년), 휴대전화(1973년)보다도 늦게 등장했다. 인간이 달에 착륙한 시점보다도 거의 10년 뒤에 여성은 스포츠 브라를 입고 달리기 시작했다. 1977년 리사 린달과 친구들은 남성용 보호대(조크 스트랩) 두 개를 이어 붙여 최초로 스포츠 브라 ‘조그 브라’를 만들었다. 당시 미국에서는 ‘조깅 열풍’과 여성해방운동이 절정에 달했다. 린달은 “당시 여성들이 운동할 때 겪던 고통과 불편을 없애기 위한 시도였다”며 “브라 하나가 여성 스포츠의 문화를 바꿀 줄은 몰랐다”고 회상했다. 이 브라는 지금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과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전시될 만큼 역사적인 유산으로 인정받고 있다.

1990년대에 들어서자 여성 스포츠 의류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무빙 컴포트, 리복, 나이키 같은 브랜드가 경쟁에 뛰어들었다. 마리 브랜드 창립자 마리 토마스-웰랜드는 “스포츠 브라는 기능적 장비로 인식돼야 한다”며 “여성 스포츠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브라이트 역시 “스포츠 브라는 매일의 삶을 바꾸는 중요한 장비”라며 “나처럼 긴 시간 고생하지 않고, 많은 여성들이 일찍 이걸 경험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스커 교수와 영국스포츠연구소(EIS)가 2019년 함께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엘리트 여성 운동선수 70명 중 75%가 스포츠 브라 피팅을 받은 적이 없었고, 26%는 유방 통증이 경기력에 영향을 줬다.

현재 전 세계 스포츠 브라 시장 규모는 100억 달러에 이른다. 디애슬레틱은 “스포츠 브라를 단지 ‘달리기할 때 잠깐 입는 옷’이 아니라 일상복 일부로 인식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지난해 파리 올림픽에서는 영국 선수들이 스포츠 브라를 의류 후원 계약이 아닌 ‘필수 장비’로 규정하기도 했다. 디애슬레틱은 “스포츠 브라가 이제 여성 선수들의 성과를 결정짓는 중요한 장비로 더욱 확고히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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