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을 주인공으로 한국 실험미술의 흐름을 재구성한 독특한 전시가 26일부터 서울 창동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에서 약 3개월 간 펼쳐진다. 이승택·김구림·곽덕준·이강소 등 한국 현대미술의 전위적 감수성을 이끈 주요 작가 36인이 사진을 통해 현실을 사유하고 탐구했던 수십 년의 기록이다. 포토몽타주, 포토픽처, 사진조각 등으로 사진 장르의 확장 가능성을 전방위로 실험했던 흔적이기도 하다.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은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36명의 작품과 자료 300여 점을 선보이는 특별전 ‘사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26일 개막한다고 25일 밝혔다. 5월 문을 연 미술관은 세 번째 개관 특별전인 이번 전시를 맞아 처음으로 1·2·3·4 전시실 전관을 활용하는 대형 전시를 기획했다. 시대적으로 이승택·김구림으로 대표되는 1960년대 실험미술부터 김용철·성능경·이건용·이강소 등 1970년대 아방가르드 미술, 신학철·민정기 등이 이끈 1980년대 민중미술까지 30여 년을 관통한다. 사진이 단순한 기록 매체를 넘어 전위적 표현 언어로 확장되어 온 과정을 살펴보는 동시에 사진이 견인한 한국 실험미술의 변화를 집중 조명하는 전시인 셈이다.

전시는 오늘날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 거장으로 성장한 주요 작가들의 청년기 시절 실험과 도전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설치, 회화, 조각, 행위미술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드는 작가 이승택은 청년 작가이던 1960년대 새로운 조형 언어를 찾기 위해 사진을 다양하게 활용했다. 1전시실에서 사진 이미지를 오려 붙이고 채색하는 등의 포토몽타주 기법을 통해 낯설고 초현실적인 시각 효과를 내려한 ‘매달린 성’ 등이 공개된다. 또 퍼포먼스 등 현실에 기반한 행위예술이 성행했던 1970년대에 사진은 현장성을 기록하고 행위를 시각화하는 매개자로 주목받았다. 이건용의 대표작 ‘신체 드로잉’을 연속 촬영한 사진 작업이 공개된 2전시실이 당시 혈기왕성한 청년 성능경, 장화진, 최병소, 박현기 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전시는 미발표작 및 장기간 미공개된 작품을 대거 선보인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김명희가 1970년대 신체를 감광지에 직접 접촉해 제작한 포토그램을 재구성한 신작 ‘리미널 1, 3’, 이강소의 이중 포토세리그래피(사진과 실크스크린 기법을 결합한 판화 기술) 작품 ‘무제’ 등이 최초 공개된다. 김용철이 1970년대 언론 통제를 퍼포먼스 형식으로 비판한 ‘포토·페인팅_신문 보기, 신문 버리기’와 김춘수·서용선의 슬라이드 작품, 안규철의 초기 사진 작업 등은 40~50년 만에 다시 공개된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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