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많이 때렸어. 선생님이 엄청 혼냈어.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에게서 종종 들을 수 있는 말입니다. 양육자에게는 청천벽력같은 이 말이 어쩌면 거짓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서울대 아동가족학과를 졸업한 박밝음 공립 유치원 교사는 “유아기 때는 자기중심적으로 상황을 해석해 사실과 다른 말을 할 수 있다”며 “아이가 그런 말을 하게 된 맥락을 잘 살펴봐야 한다”고 합니다. 헬로 페어런츠(hello! Parents) ‘슬기로운 유치원 생활’ 5회에서는 아이들이 유치원에서의 경험을 사실과 다르게 전하는 이유를 살펴봅니다. 유아기 거짓말의 특성과 양육자의 대응 방법까지 알려드릴게요.

🤥 거짓말이 아니에요, 사실과 다를 뿐
지아의 말을 들은 엄마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습니다. 유준이가 등을 왜 찼느냐고 물었지만 지아는 “몰라. 갑자기 와서 그랬어”라고 말할 뿐이었어요. 순간 엄마의 머릿속은 복잡해집니다. 놀라고 아팠을 아이가 안쓰럽고, 이런 일이 있었음에도 연락 한 통 없는 담임 선생님에게 자꾸 화가 나지요. 이 이야기는 몇 년 전, 제가 다섯 살 아이들 반의 담임을 맡았을 때 직접 겪은 일입니다. 지아의 어머니는 흥분한 상태로 유치원에 연락해 지아가 했던 말을 전했어요. 저는 그때 깨달았습니다. ‘아이의 말은 실제 상황과 이토록 다르게 전달될 수 있구나’라는 사실을 말이죠.
유치원에서의 상황은 이랬습니다. 강당에서 신체놀이를 마치고 교실로 이동하기 전, 놀잇감 정리를 마친 아이들이 차례로 줄을 맞춰 앉아 있었어요. 줄 맨 끝에는 지아가 앉아 있었죠. 잠시 후 정리를 마친 유준이가 지아의 뒤로 가서 앉으려는데, 거리를 제대로 가늠하지 못한 탓에 유준이의 무릎이 지아의 등에 부딪혔습니다. 저 또한 그 장면을 보고 있었기 때문에 실수였다는 것을 지아에게 설명하고, 유준이에게 사과하도록 했어요. 이렇게 마무리된 상황을 지아는 친구가 발로 찼다고 말하게 된 겁니다. 하지만 지아가 의도적인 거짓말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지아는 유준이의 무릎이 등에 부딪히는 순간, 자기 머릿속에 그려진 모습 그대로를 기억해 말했을 뿐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