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래의 마을·땅·집] 당장 필요없어도 자재·도구 보관땐 요긴

2025-01-07

집을 어떻게 지으면 좋을지 묻는 사람이 많다. 이들은 대부분 어떤 자재로 어떤 구조의 집을 얼마큼의 예산으로 건축할 수 있는지에 관해 설명을 듣고 싶어 한다. 그런 답은 인터넷을 뒤지고, 주택업체 몇곳만 둘러보면 금방 찾을 수 있다.

좋은 집은 관리하기 쉽고 생활하기 편한 곳이다. 이는 당연하고 막연한 설명이다. 관리하기 편한 집을 한마디로 정의 내릴 수 없다. 다만 어떤 자재를 쓰고 어떻게 공사했는지에 따라 다르다고 말할 수는 있다. 쉽게 상하거나 변형되는 자재를 사용했다면 신경 써 관리해야 한다. 어설프게 공사했다면 수시로 하자를 보수하는 일이 생길 것이다. 다양한 자재, 복잡한 구조의 집은 관리하기 쉽지 않다. 같은 조건이라면 단일한 자재와 단순한 구조의 집, 꼼꼼하게 공사한 집이 관리하기 쉽다는 얘기다.

생활하기 편한 집은 어떤 집일까? 각자의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다르다. 정원 일을 하기 좋아하는 사람에겐 마당이 있는 집이 편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겐 불편하다. 하지만 편의성이 좋은 주방과 창고를 갖추는 건 집을 지을 때 고려해야 할 중요 요소다. 주부들에겐 주방이 가장 중요한 공간이다. 헌 집을 사도 주방은 자신만의 스타일로 손본다. 본인에게 맞아야 편하기 때문이다.

시골에 집을 짓고 전원생활을 한다면 창고가 더 중요할 때가 많다. 창고를 보면 그 집 주인의 관심사를 알 수 있다. 김칫독이나 일반적인 생활 도구들만 쌓여 있다면 특별한 취미나 관심사 없이 사는 사람이다. 정원용 공구들이 정돈돼 있다면 정원과 텃밭 가꾸기에 취미를 붙인 사람이다. 목수의 창고에는 집 짓기에 필요한 연장들과 목자재 등이 쌓여 있을 것이다. 천연염색에 빠져 사는 이웃이 있다. 방 하나를 비워 천과 염료들을 보관하다 결국 마당에 창고를 따로 지었다. 서각(나무에 글씨를 새기는 일)에 취미를 붙인 또 다른 이웃은 나무들을 쌓아 놓을 곳이 없어 추녀 아래에 창고를 하나 만들었다.

시골에 살아보면 나무 한토막, 못 하나, 철사 한가닥, 비닐 한조각이 당장 아쉬울 때가 많다. 쓰다가 남은 나무토막이 걸리적거려 버렸는데 다음날 버린 나무토막 하나만 있으면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서랍에 쓰다 남은 못이 녹슬어 버렸는데 꼭 필요한 일이 생긴다. 망치를 사용하지 않아 이웃에게 줬는데 얼마 후 쓸 일이 발생한다. 철물점에 가면 몇푼 안 줘도 살 수 있는 것들이지만, 운전해 멀리까지 다녀와야 한다. 귀찮고 시간도 아깝다.

이런 일을 몇번 경험하고 나면 당장 필요하지 않다고 쉽게 버릴 수 없다. 나무토막이나 철사 하나도 쌓아두게 되고 정리가 안되면 쓰레기처럼 보여 지저분하다. 그래서 정돈해 보관할 창고가 필요하다.

마당에 자란 풀을 뽑기 위해 호미를 하나 샀다. 사용하던 호미를 다시 쓰려고 찾으면 어딨는지 모르겠다. 또 하나를 산다. 그러면 얼마 후 전에 사용하던 호미가 나온다. 그렇게 이중 삼중으로 산 도구들이 여기저기 쌓인다. 창고를 만들어 정리해야 하는 이유다. 그래야 거듭해서 살 일이 없어진다. 실내엔 취향에 맞는 주방, 실외엔 자재를 쌓아둘 창고가 있어야 살기 편한 집을 만들 수 있다. 주방과 창고만 잘 계획해 지어도 좋은 집이 된다.

김경래 OK시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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