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미디어] 영상이 도달합니다

2025-08-02

전 세계가 불륜으로 난리다. 지난 16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콜드플레이 콘서트 중 키스캠 카메라에 한 커플이 포착되었다. 남성이 여성을 뒤에서 껴안고 있던 커플이었다. 카메라가 그들을 비추자, 여성은 얼굴을 가리며 등을 돌렸고, 남성은 화면 아래로 사라졌다. 두 사람을 보며 콜드플레이 보컬 크리스 마틴은 “Either they’re having an affair, or they’re just very shy. (두 사람이 바람을 피우고 있거나, 아니면 그냥 수줍음이 아주 많은 거겠죠.)” 라고 표현했다. 해당 영상이 전 세계를 통해 퍼져나갔고, 곧 남성은 미국 테크 기업의 CEO, 여성은 같은 회사의 CFO이며 두 사람이 부적절한 관계라는 것이 사실로 확인되었다. 이후 남성은 휴직 처분을 당했고, 회사는 공식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사건은 수십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각종 SNS를 통해 일명 ‘coldpl aygate(콜드플레이+게이트)’라고 불리며 각종 밈(meme)을 양산 중이다. 지난 23일, 춘천시는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라는 쇼츠를 게시했다. 두 시가 공동 유치한 ‘푸드테크 선도 도시 포럼’을 홍보하기 위해 제작된 해당 영상은 전광판을 통해 과천시, 춘천시 남성 공무원이 백허그를 하고 있는 모습으로 시작해 얼굴을 가리고 뒤돌아서는 행위까지 콜드플레이게이트를 연상하게 만든다. 해당 영상은 호평을 받으며 업로드된 지 3일 만에 363만 조회수를 기록해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먼저 필자의 불륜에 대한 단상은 ‘?’ 이다. 정말 머릿속에 물음표만 떠다닌다. 좋다, 나쁘다, 옳다, 그르다. 이런 개념이 아닌 정말 물음표이다. ‘왜?’ 종종 ‘헤어지는 게 쉽지 않다.’라는 미디어를 통해 본 적이 있다. 사랑에 빠지는데, 드는 공은 괜찮고 헤어지는 데엔 공들이고 싶지 않은 ‘왜?’ 같은 마음이라 생각한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는 법. 이라는 옛말이 있듯, 만남에도 돈이 들고, 이별에도 돈이 든다는 것을 성인이라면 모르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여전히 물음표다. ‘왜?’

다시 콜드플레이게이트로 돌아가, 불륜 사건으로 화제가 된 해당 기업의 빠른 대응으로 이 둘의 사생활은 사임과 휴직, 이혼으로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사연의 주인공들은 그렇게 마무리되나 싶지만, 현재 그들을 패러디한 밈들이 난무하고 있다. 그렇게 바다 건너 한국까지 도달한 영상은 그들에 대한 도덕적 분노도, 피해자에 대한 안타까움도 느껴지지 않는다. 과연 국내 굴지의 기업 CEO의 스캔들이었다면 조금 달랐을까? 우린 이 영상을 진지하게 바라보지 않고 그저 ‘밈(meme)’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면 될까?

그들에게 돌을 던지고, 불매운동을 하고, 개인 SNS에 비난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다. 덧붙여 해당 패러디 영상을 만든 이들을 비판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우리가 불륜을 조롱한다는 명목하에 그 일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웃어도 될까? 에 대한 의구심이 들 뿐이다.

특정 영상이 유행되기까지 과거에는 늦으면 한 달, 빠르면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면, 지금은 하루는커녕 시차 없이 실시간으로 본영상과 함께 패러디 영상들이 우리에게 물밀듯 밀려오고 있다. 걸러내고 생각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어떤 의미로든 영상을 통해 드러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우리에겐 ‘익숙한’ 것이 된다. 익숙한 것은 자연스럽게 일상에 녹아들어 무감각해지기 마련이다. 우리는 무감각해져도 될까?

1969년, 한국 최초의 불륜 드라마로 기록된 <개구리 남편>의 프롤로그 내레이션 속 한마디가 있다. “개구리는 뭍에서도 살고, 물에서도 산다. 댁의 남편은 어디에서 살고 있죠? 조심하세요. 개구리 남편”. 당시 이 드라마는 사회 전반에 건전하지 못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로 재촬영 및 조기종영 되었다. 2025년. 우리는 누군가의 제재를 받지 않고 다양한 영상을 시청할 자유가 있다. 그러나 그 자유는, 우리가 영상을 보며 무엇을 ‘잊고 있는가?’를 성찰해야 할 의무도 함께 준 것이다. 불륜은 누군가에게는 사랑을, 누군가에게는 상처와 고통의 시간을 안겨준다. 불륜에 관한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다만, 미디어 시대에 도래한 지금 우리는 이 이야기를 어떤 태도로 소비할지 사회에, 스스로에게 되물어 볼 필요가 있다.

조은진 청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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