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주민이 숲해설사…창의적 관광벤처의 '일자리 실험'

2025-09-16

인공지능(AI)과 자동화 기술의 확산으로 산업 전방위적으로 고용이 축소되면서 대기업은 물론 스타트업까지 신규 채용을 꺼리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관광 분야에서는 다른 움직임이 눈에 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전통·첨단 기술을 결합한 벤처기업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며 산업 활력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흐름을 뒷받침하기 위해 한국관광공사도 관광벤처사업과 ‘관광기업 이음주간’ 등을 통해 창업·교류 지원에 나섰다.

16일 관광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매년 공모를 통해 혁신적 관광 아이템을 보유한 창업 기업을 선정해 최대 1억 원 규모의 사업화 자금과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한다. 이를 기반으로 벤처기업들은 지역과 협력하며 고용을 늘리고 있다. 이영근 한국관광공사 관광기업지원실 실장은 “AI 발전으로 전통적 일자리가 줄어드는 시대지만 관광벤처기업들은 기술과 문화 콘텐츠를 접목해 새로운 고용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선정된 관광벤처기업 6곳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지역과 전통·기술을 엮으며 일자리 모델을 실험 중이다.

지역의 색을 입히다

‘로컬러’는 전국 각지의 마스코트 캐릭터를 하나의 브랜드로 묶어 굿즈와 콘텐츠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대전 ‘꿈돌이’, 수원의 ‘수원이’, 진주 ‘하모’ 등 지역 캐릭터들이 로컬러를 통해 재탄생했다. 로컬러는 올해 상반기에만 6명의 신규 인력을 채용했다. 정현빈 로컬러 대표는 “지역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아이디어가 현실화됐다”며 “지역 마스코트를 통합 브랜드로 묶어야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국악 공연 전문기업 ‘더크리에이터스’는 조선시대 왕실 연회를 재현한 전통 국악공연 ‘진연(進宴)’을 상설 운영한다. 서울 인사동 풍류방에서 하루 세 차례 열리는 공연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국 전통예술을 깊이 체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용관 더크리에이터스 대표는 “공연은 바로 매출이 오르지 않아 초기 정착이 어렵지만 여러 기관의 홍보·협업 지원 덕분에 빠르게 자리잡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기술이 만든 스마트 관광

‘에피스페이스’는 증강현실(AR) 기술을 통해 지역 관광지에서 색다른 경험을 하게 해준다. 관광객이 현장에서 스마트폰 태깅 기술을 활용해 여행 코스를 게임처럼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패스투웨이’는 AR과 AI를 결합한 스마트관광 애플리케이션 ‘스내픽(snapic)’을 준비 중이다. 방문지에서 최적의 포토 스팟을 AR로 안내하고 AI가 문화유산의 이야기를 생생히 전달한다.

몰입형 체험으로 확장하는 K컬처

‘도슨’은 e스포츠와 아트 등 K컬처를 결합한 ‘런케이션(run-cation)’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대규모 단체 관광 대신 크리에이터와 함께하는 맞춤형 체험을 제공하며 콘텐츠 기획자와 전문가를 꾸준히 채용하는 중이다.

‘DMZ숲’은 민간인통제구역 내 최초로 유리온실을 조성하고 미식·예술·요가 등을 아우르는 K포레스트 웰니스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주민을 해설사와 체험 강사로 참여시켜 지역 고용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임미려 DMZ숲 대표는 “지역민과 상생하며 성장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류와 혁신의 장

관광공사는 이달 23~25일 관광벤처 기업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관광기업 이음주간도 마련한다. 이번 행사에서는 ‘AX와 여행 경험의 재창조’를 주제로 콘퍼런스, 데모데이, 투자자 미팅, 글로벌 IR 피칭 등이 이어진다. 관광벤처를 비롯해 지방자치단체·민간기업·투자자 등 약 130명이 참여해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협력 방안을 모색한다. 단순한 전시·홍보의 장이 아니라 실제 사업 협력과 투자로 이어질 수 있는 실질적 네트워킹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관광벤처사업과 이음주간은 이제 단순한 지원 프로그램을 넘어 관광산업의 미래와 고용 창출 가능성을 시험하는 실험 무대로 자리 잡고 있다. 지역 마스코트를 통합 브랜드로 키운 로컬러, 전통 예술을 관광상품으로 확장한 더크리에이터스, AR 등 첨단기술을 접목한 에피스페이스와 패스투웨이, K컬처와 웰니스를 결합해 체류형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도슨과 DMZ숲 등 다양한 기업들이 여기에 참여한다. 참가 기업들은 전통과 기술, 지역 자원을 융합해 관광과 일자리를 연결하는 새로운 모델을 실험하며 산업 전반의 활로를 넓히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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