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 태운 비행기, 한밤중 멈춰섰다···법원이 제동 건 트럼프 이민 정책

2025-09-01

미국 연방법원이 주말 새벽 급작스레 이뤄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과테말라 어린이 추방 작전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스파클 수크나난 워싱턴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31일(현지시간) 과테말라 국적의 어린이 10명과 보호자가 없는 미성년자 600여명 등의 추방을 차단하라고 임시 명령을 내렸다.

수크나난 판사는 “내가 명령하는 내용에 모호함이 없기를 바란다”며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어떠한 어린이도 데려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휴일 주말 이른 아침에 미성년자를 국외로 데려 가려 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정부의 추방 지시부터 법원의 결정까지 일련의 과정은 급박하게 이뤄졌다. 이민자 권리 옹호 단체인 전국이민법센터는 이날 오전 1시 과테말라 어린이들의 추방을 중단해달라는 내용의 긴급 요청을 제기했고 수크나난 판사는 이례적으로 심리 시간을 앞당겨 심야 시간에 결정을 내렸다. 수크나난 판사는 오전 4시쯤 행정부에 작성한 명령을 회람하라고 지시했다. 법원의 명령에 따라 어린이들을 태우고 이륙을 준비 중이던 과테말라행 비행기는 운항을 중지했고, 이미 이륙한 비행기는 회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법무부는 비행기에 탑승했던 어린이 76명 모두 보건복지부가 산하 난민 재정착사무소로 이날 중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법원의 결정에 의해 미국에 구금된 과테말라 어린이들의 강제 송환은 14일간 중단된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이날 엑스에 “바이든 행정부의 판사는 이민자 아이들을 납치하고 있으며, 그들이 본국의 부모에게 돌아가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며 법원의 결정을 비판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과테말라 정부와 협력해 보호자 없이 미국에 도착한 과테말라 어린이 수백명을 본국으로 송환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과테말라 정부는 지난 7월 크리스티 노엠 미국 국토안보장관의 과테말라 방문 당시 미성년자들의 송환을 제안했었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현재 미국에는 약 2000명의 어린이가 보호소 수십개에 수용되어 있는데, 대부분은 과테말라 출신이다.

전국이민법센터는 주말에 갑자기 행정부의 조치가 이뤄져 어린이들이 필요한 법적 통지 없이 방치됐다며 이들이 과테말라로 돌려보내질 경우 학대, 방치, 박해 또는 고문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어린이들은 법원에 “과테말라에는 돌봐줄 가족이 없다” “과테말라에서 생명에 대한 위협을 경험했다” 등의 진술이 담긴 서류를 제출했다. 어린이들의 변호인인 키카 마토스 전국이민법센터 회장은 “한밤중에 취약한 어린이들을 깨워 비행기에 태운다는 생각은 모든 미국인의 양심에 충격을 줄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이민자들을 본국 또는 제3국으로 송환하는 이민 단속 정책에 박차를 가해왔다. 행정부는 지난 3월 엘살바도르의 최고 보안 교도소로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 200여명을 범죄 조직과 연관된 혐의 등으로 추방했다. 추방 지시가 내려진 후 제임스 보스버그 워싱턴 연방지방법원 판사가 집행 정지를 명령했으나 정부는 추방을 강행했다. 지난 6월 미 연방대법원은 불법 이민자들을 출신국이 아닌 제3국으로 추방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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